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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행젼 Nov 05. 2022

전업주부인 나,  좋은 점은 왜 생각 안 해봤지?

전업주부로서의 괜찮은 내 모습들을 이제 꺼내봐야겠다.

The House Wife (1922 - 1923)Will R. Barnes (American, ?-1939), 출처사이트 : Artvee



요즘 다시 11월의 새벽 기상을 하고 있었다. 유감스럽게도 시작부터 쉽지 않다.

아이들이 열감기에 걸려서 제대로 숙면을 할 수 없었고 아이가 둘이다 보니 감기가 (그러지 않길 바랐지만) 옮기고 그래서 그 기간이 생각보다 길었다.

완벽하진 않아도 참여에 의의를 두며 514 챌린지에(새벽 5시에 2주간 일어나는 챌린지) 일어나 미니강의를 들으며 문득 내가 그동안 '전업주부'로서 단점이나 힘든 점, 그런 점들에 대해서만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생각을 전환시켜, 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 이 자리의 장점에 대해서 생각을 잘 안 해본 것 같다.

생각을 달리해보자 라는 마음의 일렁임이 생겼다.


사실 잘 모르겠다. 전업주부여서 이기보다 주부, 엄마가 돼보니 효율적이고 가시적인 기준과 잣대로 평가하고 비판할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전업맘'이든, '워킹맘'이든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이 자리에 있으니 이곳에 있을 때 좋은 점을 더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해보겠다는 이야기다.


내 경험이 모든 경우를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나는 부모님이 바쁘셔서 학창 시절에 어느 정도 혼자 할 수 있는 독립적인 학생 쪽에 가까웠다. 그 시절에는 다들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유년시절을 생각해보면 부모님과 함께 대화도 더 많이 나누고, 여행도 많이 다니고 했으면 더 좋았겠다 싶다. 왜냐하면 그 시간은 길어봤자 중학교, 초등학교 때까지 일 것 같다. 나도 기억나는 게, 고등학교 정도 되니 자아가 어느 정도는 성립하기 때문에 부모님의 도움이나 잔소리가 없어도 알아서 어느 정도는 자신의 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는 것 같다. 그래도 항상 삶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부모님과의 '대화'인 것 같다. 성인이 돼서 물론 내게 응원이 되고 힘이 되기도 했지만 가끔 기억나는 내가 미취학 때까지 항상 엄마가 우리와 함께 했던 일상, 엄마랑 유치원 숙제 스티커 붙이던 기억.. 유치원에서 동생이랑 엄마랑 소풍 갔던 기억, 아빠가 냉장고 과일 칸에 과일을 넣으셨던 기억, 인형을 선물해주셨던 기억 등이 내가 살아가는데 힘이 되는 뿌리이지 않을까 싶다.


다시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 전업주부의 장점이라.. 

내 생각에는 아이들이 어릴 때 아무래도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의 '양'이 상대적으로 많고, 내 희생이라면 희생이지만 내 시간을 가족 구성원들에게 맞추면서 가정에서 일어나는 변수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그리고 더 큰 좋은 점은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고 눈에 담아 둘 수가 있다.

정말 육아와 집안 살림은 고되지만 특히 아이가 큰 것을 보면.. 

'언제 큰 거야?' 벌써 여섯 살이라니.. 벌써 세 살이라니.. 금방 열 살 되겠네.. 이런 생각을 하고는 한다.

그 시간들을 내가 기억하고 우리 아이들이 클 때 자세히 들려주고 추억해줄 것이다.



물론 이 이야기를 쓰면서 워킹맘이랑 비교하거나 전업주부가 더 낫다는 그런 이야기를 쓰고자 하는 게 절대 아니다. 그럴 자격도 되지 않는다. 다만 나는 내 자리에 있어서 내 역할이나 내 시간에 대해 좋은 점이나 감사한 점을 잘 찾지 못하고 항상 마음속에서 이 자리의 불편함을 갖고 있던 것 같다. 

그럴 필요가 없는데 말이다.


자영업자와 회사원을 비교해보자. 자영업자는 일이 규칙적인 시간이 되지 않을 수 있고, 휴가를 자유스럽게 가질 수 있으나 자신이 일한 만큼 돈을 벌기 때문에 오히려 그게 제약이 되기도 한다. 회사원은 규칙적이고 안정적인 부분이 장점이 될 수 있으나, 자신의 사업체나 일이 아니기 때문에 항상 그 마음의 부족함과 눈치를 안고 살아간다. 이것 이외에도 많지만, 이 둘을 비교할 때 누가 더 낫고 나쁘다가 아니라 정말 직군의 차이일 뿐이다. 


나는 다만 내 자리의 '가치'를 늘 찾을 뿐이다. 

전업맘, 워킹맘 등 이름으로 분류할 필요도 없다. 진짜 다양한 엄마들이 존재한다. 그냥 나는 '소행젼' 일뿐이고, 어떤 누구는 또 그의, 그녀의 이름이 있을 것이다.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서 내가 하는 역할이 빛이 날 것이라 스스로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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