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에서 탈출이 가능할까?
지난 주말 지방에서 친구가 자유부인을 하러 인천을 온다고 했다.
그래서 시간이 되냐고..
각자 아이 키우고 주부의 역할을 하느라 바쁘게 시간이 흘렀고, 특히 코로나 시대여서 얼굴 본 지 오래였다.
그 사이에 이런저런 일들이 각자의 곁을 지나갔다.
친구를 마중하러 인천터미널역에 나갔고 예쁘고 단정한 친구의 모습을 보고 인사를 나누는데 마음이 뭔가 찡했다.
서로 ‘잘 지냈지 고생했어’라는 말로 위로를 하는데 괜히 나도 눈물이 날 뻔했다.
연고 없는 지역에서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키우는 친구를 보면 대단하다 생각이 들고,
아이를 잘 키우면서도 자신의 성장에 대해서도 늘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서 비슷한 고민을 서로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하고 고마웠다.
오랜만에 친구와의 시간은 … 진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지나갔다.
“대화”가 되는 사람과 이야기한다는 거.. 굳이 많은 것을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가 가능하고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
서로의 질문과 대답을 통해서, 신선함을 주기도 하고 내면의 깊은 어떤 부분까지 건드려서 답답함을 해소시키기도 하는 경험이었다.
친구랑 헤어지고 오는 길에,
나는 ‘드라마 작가 되는 방법‘ 및 ’ 드라마 작가‘ 에 대해서 평소보다 깊게 찾아보았다.
그러고 생각했다.
‘와 이거 아닌 거 같네.’ 그러면서 더 암울한 기분이 잠시 들었다.
역시 내가 할 수 있는 무언가는 여전히 없어 보이는 기분이 들었다.
엄마로서 좋은 엄마라 자부할 수 있나? - 아니요
전업주부로서 집안일의 처리능력이 뛰어나나요?- 아니요
아님 무엇을 잘하나요?- 글쎄요
아님 무엇을 좋아하나요?- 글쎄요
이 모든 것들은 핑계이고 불만인 건가?라는 생각이 들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되는 게 중요한가.. 무엇을 하고 있는 게 중요한가..’
‘무언가를 하다 보면 어떠한 문이라도 들어가 보겠지? 내가 아는 게 많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런데 어떠한 과정의 끝처럼 보이는 어떤 문만 보고 아예 발도 떼지 않으면 어쩌면 그냥 나는 계속 헤매다 지내겠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고 있는 이 ‘삶’에 대해서도 자부심을 갖고, 내 나이, 내 경험, 내 삶의 태도에 대해서 너무 나를 내가 존중하고 있지 않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뭐 어때!
글 쓰고 싶은 게 부끄러운가? 꼭 잘 써야 되는가??
그리고 글을 쓰는 거면 모두가 작가가 되어야 하는 건가?
모르겠다.
난 일단 다른 건 필요 없고 ‘무기력’에게서 탈출하기 위해 이렇게 글을 쓴다.
내가 대단한 무언가는 되지 못할지언정,
나는 최악의 엄마는 되고 싶지가 않고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나도 건강한 삶을 살고 성장해야 한다.
그것만은 확실하다.
나의 끄적임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한 줌의 위로가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