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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행젼 May 12. 2023

전업주부는 힘들어하는 것도 눈치 보인다.

'닥터 차정숙'과 '82년생 김지영'의 주인공들이 떠오른 날

말 그대로 전업주부로 내 위치가 옮겨지면 그리고 아이까지 낳게 되면 힘들어하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

'일도 하고 애 키우는 엄마들도 있는데'

'아이 키울 때 지금 집에 있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이야. 아이들 크면 너도 밖에 나가서 네가 하고 싶은 일이나 활동을 해봐. 공부도 좋고'

'남편이 그 정도면 육아와 살림에 적극참여하는 거지!'


최근에 드라마 <닥터 차정숙>에 주인공 차정숙은 의대생이었을 때 지금의 남편을 만나서 아이를 임신하고, 현재는 의사가 된 아들과, 고3인 딸, 시어머니, 대학병원 과장인 남편과 함께 살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주어진 역할을 다하며 살아가고 있다. 


영화 <82년 김지영>에서 주인공 지영이는, 남편이 아예 육아와 살림에 등한시하는 인물도 아니고, 와이프의 건강에도 신경 쓰고 걱정하고 같이 고민하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다정하고 괜찮은' 남편의 캐릭터였다.


여기까지만 들었을 때, 지영이와 정숙이는 힘들 하면 안 되는 것인가? 사치인 것인가?

'나'가 빠진, 다른 역할들을 충실히 해내면 그녀들은 행복한 것인가?


언제부터 '엄마'라는 역할은 그렇게 '집 안'에서 있으면서 아이들을 케어하는 역할이 이상적으로 그려진 것일까? 어릴 때부터 문화적으로 시대적으로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산 것인가?

모르겠다.


도리스레싱의 어떤 단편 소설에서의 여자 대화들이 기억난다. 

다른 젊은 여성에 대해 어떤 두 여자가 이야기하는 부분이었는데, 

그 젊은 여자는 결혼해서 일까지 그만두는 바보 같은 짓을 아마 할 것이라고. 결국 우리같이 될 거라고.


모르겠다. 형편에 상관없이, 남편의 성향에 상관없이 그냥 집안일과 육아를 '무보수'로 매일 하는 것은 당연히 힘들고 우울한 일이다. 그걸 먼저 스스로와 상대방이 인정해야 한다. 진짜 천직으로 이러한 일이 '보상이 없이', '정신적인 가치'만 주어저도 행복한 몇몇들도 있겠지만 지속적으로 장기적으로 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경제적, 독립적으로서의 '나'의 가치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눈치 보지 말자.

누가 나를 진정으로 이해할 사람들은 아마 '없다고'생각하는 게 마음 편할 것이다. 그냥 내가 욕심 많은 사람으로 내비친다고 하더라도 신경 쓰지 말고 '나'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자. 

나를 알아줄 사람은 '나' 이니까.




엄마였지만 그 이전에 '나' 였어요. 엄마는 제게 부여된 새로운 역할일 뿐 저의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마치 전부인 것처럼, '나'를 완전히 내려놓은 채 엄마로만 살고 있었던 거예요.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결심이 섰어요. 어떻게든 흐려진 나를 찾고 싶었습니다. 나를 생각하고 싶었고, 나를 이해하고 싶었으며, 나를 더 많이 사랑하고 싶었어요.
- <쓰다 보면 보이는 것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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