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었을까?
어제 오랜만에 '불합격'이라는 글자와 마주했다.
늘 합격만 해서 이 단어와 마주했다는 게 아니라 어딘가에 '도전' 또는 새로운 일을 했기 때문에 받은 글자였다.
얼마 전 나는 한국방송작가협회 교육원이라는 곳의 드라마 작가 기초반 수강신청을 했다. 수강신청을 한다고 해서 누구나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라 에세이 심사를 거쳐서 선발된 이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결론은 떨어졌다.
예상도 했고, 뭐 그렇게 절실했냐라고 물어본다면 'YES'라고 답하긴 어려웠지만 막상 결과 통지를 보면 기분이 좋지는 않더라.
나는 드라마 작가가 갑자기 되고 싶었을까? 절실했을까? 왜 써서 이 '불합격'과 마주해야 했던 걸까
어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올해 겨울 몇 년 만에 만난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던 지하철에서 내가 브런치에서 드라마 작가 되는 법, 드라마 작가 교육 등에 대해 검색해 보고 교육원이라는 곳을 알게 되고 선발시기를 알아보고 그래서 지원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래 나는 무언가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도전했던 것이다.
친구를 만난 날, 나는 마음에 무언가가 샘솟았던 그 기분이, 돌아오던 지하철 안에서의 내 마음이 기억난다.
그래 무언가를 못할 수도 있다. 늘 '실패'와 '불합격'의 기록이 될 수 도 있다.
그런데 그래도 적어도 나는 '무언가'를 하려고 하고 하고 있다는 거.
나는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었을까? 가 질문이 아니라, 나는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었을 그 기분과 그리고 실행했던 과정을 기억하고 싶고 기록하고 싶다.
어떤 도전의 '시작'이 될 것 같다는 그런 좋은 예감이 든다.
적어도 이 실패의 기록을 쓰면서 내가 왜 도전했었나, 그리고 무언가가 꿈틀대던 마음을 기억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