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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행젼 Nov 28. 2021

삶에 대한  드라마, ‘조용한 희망' 개인적인 리뷰

(원제 :MAID)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조용한 희망(원제 : MAID)’을 보고 나서 리뷰를 안 쓸 수가 없었다.

(이 리뷰에는 드라마 ‘조용한 희망’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인상적이었고 보면서도 ‘삶’이라는 것을 더 많이 생각하고 생각할 수 있는 드라마였다.

‘조용한 희망’ 드라마는 정서적 학대를 받고 있는 알렉스와 그의 세 살 배기 딸 매디가 남편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한 과정을 보여준다.


대학에 들어가 공부 후 작가가 되길 꿈꾸었던 알렉스는 숀을 만나 매디를 낳게 되면서 그의 트레일러 안에서 아이를 키우게 된다. 물론 대학의 꿈도 접어야 했다. 바텐더 일을 하던 숀이 경제권을 갖고 있었다. 숀은 술을 먹으면 난폭해지고, 알렉스에게 물건을 던지기도 하였다. 이러다가 매디에게도 큰 위험이 닥칠지 모른다는 생각에 알렉스는 큰 결심을 하고 숀이 잘 때 매디와 그곳을 벗어난다.


하지만 직장도, 돈도 없던 그녀와 그녀의 딸 매디에게 포근한 잠자리는 주어지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매디의 애착 인형을 고속도로에서 줍는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며 교통사고가 난다. 그러면서 그녀는 아이를 만날 자격을 빼앗긴다.

임시 기간 동안 그녀는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


고작 스물다섯인 그녀는 카펫에 누워있다. 슬픔과 무력감에 휩쓸린다. 하지만 쉼터에서 만난 친구 대니얼이 그녀를 일으켜주고 알렉스는 매디를 되찾기 위해 애쓴다.

그녀가 돈을 지금 벌 수 있는 일은 청소 일이었다. 파출부 일을 따내는 것도 쉽지 않았고, 그 사이에 무수한 서류들을 작성해야 했다.

(줄거리는 이후 중략)          


알렉스가 파출부를 하면서 만나게 된 부잣집의 레지나와의 인연이 되는 과정 중에서 그녀가 한 말이 기억이 남는다.

열심히 일하라고 그것밖에 믿을 만한 게 없다고 나머지는 부서지기 쉽다고..


세상에 정말 좋은 인생은 없는 것을 단면으로 보여준다. 정말 최악도, 정말 최고의 인생도 없다는 것을 그저 지금 주어진 삶에 최선의 애를 쓰면서 사는 것을 보여준다.

레지나는 잘 나가는 변호사에 으리으리한 집에서 살고 있지만 그녀만의 또 다른 힘든 점을 안고 있다.


알렉스는 조용히 글을 쓴다. 그녀의 습작 노트에..     

숀과 알렉스는 부모의 온전한 사랑을 받고 자라지 못했다. 숀과 알렉스는 어릴 때부터 빨리 어른이 되었어야 했다. 예전에 오은영 박사가 TV에서 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부모가 철이 없으면 아이가 빨리 어른이 된다.’

그에 비해 숀과 알렉스는 그래도 매디를 위해 노력하는 부모라는 점에서 나는 희망을 보았다.

알렉스가 매디를 형편없는 어린이집에서 괜찮은 유치원으로 옮기게 되었고, 좋은 집주인을 만나게 된 그런 좋은 상황에서 숀의 실수로 망쳐버리게 되었다. 폴라(알렉스 엄마)의 조울증 증세로 늘 정신없는 수다를 늘어놓는다. 자신만의 고집도 있고, 매번 남자를 바꾸어 가며 알렉스의 짐처럼 보인다.


폴라가 다치는 바람에 알렉스는 숀에게서 가족의 유대를 느끼고 다시 그 트레일러에서 지내는 시간이 생긴다. 그녀는 숀과 다시 잘 지내여 보였다. 그녀는 잠시 머무르는 것이었고, 숀은 다시 가족이 된다고 생각해서 노력했다. 대학에서 다시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그들이 동상이몽을 했음을 그리고 그게 깨졌음을 다시 느낀다. 숀은 다시 술을 먹고 그녀는 ‘늪’에 빠진다. 점점 무력해진다.


하지만 그의 알코올 중독 증세가 시작되고, 아이가 자고 있는데 다른 여자를 집에 들이는 상황까지 만들었다. 그리고 또 알렉스를 향해 물건을 던져서 깨졌다.


그 순간 알렉스는 정신을 차리고 그 늪에서 올라와서 매디를 데리고 다시 쉼터로 왔다. 한동안 그녀는 힘을 내지 못했다. 그러한 수일이 지난 이후에 그녀는 다시 힘을 내고자 한다.  


폭력이라는게 신체적인 가학을 직접적으로 대했을때만 폭력이라 할 수 있는가? 숀이 그들에게 행한 행동에 알렉스는 그냥 인내해야 답이었나? 난 아니라고 본다. 특히 매디를 위해서 그 위협적일고 불안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슨 수를 쓰려한 모습이 진정한 용기였다고 본다.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레지나의 도움으로 이혼 전문 변호사를 무료로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해고되어서 일을 하지 못했던 청소 일도 다른 경로로 통해서 잡을 수 있었다. 대학도 등록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우연이었을까?

단순히 드라마여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알렉스는 최선을 다해서 청소 일도 했었고, 꾸준히 습작을 했었다. 아쉬운 소리 하기 싫었어도 매디를 위해서 도움을 요청했으며 그랬기 때문에 그녀에게 불운이 덮쳤던 그 시기들이 지나서 ‘하늘색’ 날들이 온 것이라 나는 그런 생각을 해본다.     

여기서 누구도 최악의 악역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엄마, 폴라는 자유로운 영혼에, 조울증 증세에, 우리가 생각하는 ‘엄마’가 맞나?라는 생각이 들지만 ‘엄마’ 이기 전에 그녀도 그냥 ‘폴라’이었을 테다.

알코올 중독이었던 알렉스의 아빠(전남편)에게 벗어나 그녀를 데리고 알래스카로 떠났었고.. 그녀는 알렉스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녀는 자유로운 영혼이었고, 예술가였지만 항상 누군가(남자)에게서 안정감을 얻고 싶어 하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여준다.

어쩌면 그녀는 자유로운 영 혼가 이기도 하지만 안정감을 너무 나도 갖고 싶어 했던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정신병원에서 있어야 했던 그 날들 속에서 폴라가 알렉스를 보며 원망의 눈빛을 보냈던 모습과 대화도 인상적이었다.

“ 너는 나를 (여기에서) 구하려고 하진 않았구나...”

병적으로 말이 많던 그녀는 알렉스에게 한동안 말하지 않았다.   

       


바닷가에서 알렉스와 폴라의 대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엄마는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야?”

“ 네 아빠로부터 너를 데리고 도망쳐 알래스카에 도착한 첫날”          


내 생각에 폴라는 마지막에  알렉스를 놓아준 것 같다.

알렉스가 대학에 갈 때 따라가려고 했는데 내가 볼 땐 더 이상 딸에게 짐이 되고 싶어 하지 않아서 다른 남자 때문에 가지 않는다고 한 것 같다.     


알렉스의 아빠는 엄마랑 헤어진 뒤 재혼하여 쌍둥이 아이들을 낳고 잘 살고 있다. 알렉스의 지워졌던 기억이 생각나면서 아빠는 알코올 중독자였고 엄마를 폭행했고, 그래서 그녀가 어릴 때 싱크대 서랍 밑에 숨었는데 엄마는 그녀를 데리고 아빠로부터 도망쳤다.


아빠는 그 뒤로 종교를 갖고 속죄하면서 사는 것 같았다. 하지만 도움이 필요할 때(알렉스가 숀에 대해 정서적 학대 진술을 해달라고 했을 때) 거절했고,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용서를 비는 게 어려웠겠지.? 그래도 했어야 하지 않나...

알렉스의 슬픈 눈이 떠오른다.      

    

숀(알렉스 남편)은 학교를 제대로 졸업하지 못한 상태에서 동생을 위해 직업전선에 일찍부터 뛰어들었던 것 같다. 바텐더로 일하고 있었는데, 폴라와 매디를 위해서 술을 끊고 목공을 배우고 나름 열심히 했다. 알렉스 엄마에게 일이 생겨서 곤경에 처했을 때도 함께 했다. 그런데 내가 봤을 때 숀은 어릴 때 엄마로부터 제대로 된 사랑과 공감을 받지 못해서 열등감이 내재되어있었던 것 같다.

특히 알렉스가 대학에 다시 간다고 하면서 할 때부터 제2차 갈등이 빚어졌다. 또 스스로를 망치고 망치고 망치고..

숀도 안쓰러웠다.


부부라는 게 연인이었을 때와 달리, 특히 아이를 낳으면서부터는 더욱이 하나가 되는, 하나의 팀이 되는 느낌이고 연대가 더욱 강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서로 소유와 집착의 관계가 아니라 존중과 서로의 거리가 오히려 더욱 필요한 것 같다. 적당한 서로의 존재의 존중과 거리가 있을 때 서로가 빛나지 않나 싶다.

마지막에 인사할 때, 숀이 알렉스에게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섬망증이 있는 건가? 네가 빛나는 건가?”

“내가 빛이 나는 거야”     


알렉스에게 중간에 착한 남자 네이트의 배려 덕에 차도 생기고, 집도 신세를 지내면서 다소 안정감을 느꼈고 그에게도 호감이 생겼다. 그런데 드라마는 알렉스가 네이트를 만나 행복하게 살았대요 로 가지 않았다. 오히려 그와는 인연이 되지 않았고 그녀 자신 스스로 길을 찾는 것으로 마무리되고 그녀와 매디가 떠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래서 더욱 좋았다.

‘조용한 희망’을 보면서 나는 몇 번이고 울었다.

나는 좋은 엄마인가, 아님 진짜 아이들에게 나쁜 엄마인가. 그런 생각부터 하면서 내면을 조금 더 파고드는 드라마였다.

내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나는 무엇이 힘든가

등.. ‘삶’이라는 게 참.. 쉽지 않구나. 그렇지만 ‘마주해야 하는 거’, ‘용기를 내야 하는 거’ 등을 생각할 수 있었다.


절대 이 드라마는 ‘엄마’만을 위한 드라마들이 아니다. 모두가 보면 좋을 듯 한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는 기사에서 보니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 ‘스태퍼니랜드’의 회고록에서 영감 되어 제작되었으며, 유명 배우 마고로비도 제작에 참여했다고 한다. 여기서 알렉스와 함께 나온 엄마는 실제 모녀관계라고 한다.


난 여기 나온 알렉스 역의 마거릿 퀄리라는 배우를 처음 알았는데 눈이 매우 이뻐서 팬이 될 듯하다.     

넷플릭스 정기 결제 비용이 아깝지 않은 드라마였다.

앞으로 좋은 작품들이 많이 선보여지길 바란다.

두서없는 리뷰지만 누군가는 내 글을 보고 이 드라마가 보고 싶어 진다면 나도 너무 좋을 듯하다.

삶에 대한 드라마이다.

그리고 추천한다.          




* 이미지 출처 : 넷플릭스 ‘조용한 희망’ 예고편 화면 캡처

* 지극히 개인적인 리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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