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의 주절거림 (1)

19.9살

by 숨소하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왔습니다! 연말이.

십대의 '정말로' 끝에 서 생각이 많아지네요. 그동안 뭘 했을까 돌아보는 시간들을 가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한 페이지가 내렸는데도 아직 이룬 것도, 남은 것도 하나 없는 나를 애써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다독여 봅니다. 이건 나를 위로하는 걸까요? 아니면 속이는 걸까요.


눈이 많이 내렸어요. 5년 전쯤이었나. 한동안 겨울에도 싸릿눈 몇 번이 전부였던 해가 몇 해 있었던 것 같은데, 또 몇 년 전부터는 함박눈이 꼭 한번씩은 크게 내립니다. 지난 주 쏟아진 눈이 아직도 채 녹지 않았어요.

눈이 오는 겨울밤은 제 심경을 가장 잘 대변해줍니다. 그게 무슨 심정이냐고요? 사실 잘 모르겠어요. 하하

이상한 마음이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십대도, 이십대도 아닌 그 사이에 어중간하게 끼어있는 저처럼.


글을 써 올리기로 마음먹은 건 꽤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세상엔 내 마음을 100% 충족시켜 주는 글이 없었거든요. 내가 그런 글을 써서 내 마음을 기쁘게 해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과는? 네, 참혹했죠. 글은 내 마음대로 써지는 게 아니었거든요. 나라고 내 마음에 완벽히 들어맞는 글을 써 낼 수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마음에 드는 나를 전혀 알지 못하는 어느 작가의 책이 더 마음에 와닿았으니까.

그래도 글을 쓰고 싶었어요, 여전히. 성공신화를 많이 찾아봐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네요. 이런 글을 쓴다해서 누군가 봐주기야 할까? (게다가 이렇게나 길고) 라는 생각이 자주 들지만 그래도 이런 밤엔 글을 쓰게 되는 게 어쩔 수 없는 습관이고 버릇인가봐요.

세상에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많았고, 저는 어디가서 발 하나 못 내미는 이름도 실력도 없는 그저 아마추어 한 마리일 뿐이었으니까. 글을 오랫동안 내려놨어요. 그저 가끔가는 취미로민 삼자고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문득 또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글을 쓸 때 내가 , 가장 나다운 나구나. 글을 쓰는 것 자체가 나여서, 그 모든 것들이 나와 연결되는 거 아닐까요.

작법서를 몇 번 뒤적이기도 했습니다. 지겨워서 몇 페이지 못 읽고 덮었지만요. 소설을 쓰고 싶었어요, 이런 진부한 주절거림 대신. 근데 전 주절거림에 특화된 사람인가봐요. 이런 글을 쓸 때면 한 번 망설임도 필요없이 글이 쭉쭉 써집니다. 같은 글이어도, 모든 글이 그렇지는 않아요.

그냥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기로 했어요. 형식도 다 무시한 채 오로지 내 멋대로 쓰는 글이라 누가 봐줄지는 모르겠지만. 누가 봐주기를 원해서 억지로 만들어낸 글은 내가 될 수 없다는 걸 알아버렸거든요. 빨리, 어쩌면 늦게. 이런 글을 쓸 때 살아있는 게 느껴져요. 심장이 몸 속 안 대신 키보드 타자키 위에 살아있는 느낌. 그래서 전 오늘도 재미없는 글을 씁니다.


겨울밤이에요. 아직 춥고요. 감기 걸리지 않게 다들 몸저김하시길 바라요. 굿나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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