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식탁>

Seasonal Table Core

by 숨소하

나는 오랜 시간 나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했다. 계속해서 이미지 보드에 원하는 이미지를 모으고, 좋아하는 것들을 써내려가고, 취향을 찾기 위한 것은 전부 시도하면서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답을 찾으려 애썼다.

하지만 오랫동안 관심도 주지 않았던 나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여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가 나에 대해서 알지 못했던 이유는 분명했다. 욕망과 상처가 나를 가리고 있었기에, 나는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등한시하고 사랑과 관심을 받을 수단들을 먼저 선택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것들은 고개를 빼꼼 내밀어주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은 음식과 글이다. 이런 건 돈이 안돼, 라는 한 줄로 오랫동안 외면해왔던, 작은 취미로만 삼아왔던 것을 이제는 업으로 삼으려 한다.


글을 쓰면 늘 살아있다는 기분이 든다. 다른 어떤 것에서도 쉽게 느낄 수 없는 기분이다. 그렇기에 수많은 길을 돌아 글을 택했다.

음식은 나를 미소 짓게 한다. 그러고 보면 나는 어렸을 때부터 늘 음식을 주제로 한 책과 영화를 좋아했고,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 앞에서 늘 음식을 먼저 생각했다. 그렇기에 이제는 '음식이 어떻게 취미가 될 수 있겠어'라는 나의 고정관념을 깨부수고 음식이란 것을 내 삶의 하나로 인정하려 한다.

마지막으로 계절은, 나의 삶의 태도이다. 나는 자연을 사랑하고 존중한다. 자연의 흐름에 따라 사는 삶이 가장 좋은 삶이라고 믿는다. 그 중에서도 사계절의 순환이 우리 삶의 이상적인 모습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사계절 안에 살아가고, 인생도 사계절의 순환과 같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살아가고, 여성의 몸 또한 매달 계절의 순환을 겪으며 살아간다.

이렇듯 계절은 이미 우리 삶에 스며들어 살아가고 있다. 무심코 넘어가는 이 계절의 흐름을 나는 좀 더 붙잡아 음미하고 싶었다.


그러다 발견하게 된 것이 <계절의 식탁>이다. 영어로 하면 '시즈널 테이블'. 나의 정체성을 결론지은 한 단어다.

수도 없이 수집한 나의 정체성을 드러내주는 글과 이미지 속에서 찾은 나는, 계절을 식탁 위에서 살아내는 사람이었다.

제철 음식을 사랑하며, 인조적이지 않고 자연과 가까운 것을 담으려 한다. 자연을 소비하는 대신 느끼고, 일상에서 감각과 여유를 표현하려 한다.

요즘 'oo코어'라는 말이 유행한다. 나를 표현할 코어들을 쉴새없이 들여다 보았지만 이제는 자신 있게 외칠 수 있다. '나는 시즈널 테이블 코어!'


이 매거진은 내가 나를 잘 모르던 시절부터 계절을 식탁에 담으려 했던 노력을 소개한다.

어릴 적부터 나의 레시피를 가지고 싶었던 나는 계절에 맞는 이야기와 레시피를 함께 수집하는 어른이 되었다.

이 이야기가 끝날 때쯤에는 모두의 마음 속에 '시즈널 테이블 코어'가 자리 잡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글을 읽고 나면 어쩐지, 계절을 담은 이야기와 음식들을 서둘러 당신의 식탁에도 올리고 싶어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