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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한나 Feb 13. 2023

마음까진 삽입이 안 되더라

사랑이 안 서

1.

내 나이 24, 만으로는 22.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섹스를 하고 2일에 한 번은 자위를 하며 1시간에 한 번 꼴로 야한 생각을 한다.


내 글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위 문장이 꽤 신선할 테다. 나름 청춘 에세이까지 출판한 순수 문학 소년일 줄 알았을 텐데 저런 흉측한 문장을 써내다니...

사실 흉측한 건 아니다. 그저 솔직한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존나 낭만적인 표현이다. 때로는 은유로 범벅된 셰익스피어의 대사보다도


'하자'


-같은 직설이 더 와닿는 법이다.

그런 글을 써볼까 한다.


2.

미리 말하는 건데 써내려 갈 글은 픽션이다. 이 말을 미리 해두는 이유는 혹시 모를 문제들에 대비하기 위해서이고, (좃도 없다만 그래도 남은 일말의) 내 이미지를 지키기 위함이다.

또한 누군가로 하여금 몇몇 신체 부위에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자 의도하는 일도 없다. 외설과 예술의 경계에서 기왕이면 예술로 남았으면 좋겠다.


근데 너무 사실적이라서 사실처럼 느껴진다거나 조금씩 닳아오르는 느낌이 든다면... 그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최대한 의도대로 좀 속아넘어가주길 바란다.


3. 

자, 본론으로 들어가자.


그렇게 음흉한 자아와 동거를 한지도 참 오래되었다. 열심히 살아야지, 성공하는 하루를 보내야지- 그렇게 스스로를 다그치고 울고, 불안해하고, 매일 플랜을 짜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해내고... 창업과 출판... 등등 어린 나이에 수많은 일들을 해왔다. 그런 나의 하루 끝무렵 녀석이 속삭인다. '오늘 고?'


그리고 스마트폰을 새로 쥔다.


4. 

스마트폰은 정말 위대하다. 상상을 시청각화 해주며, 온기가 그리운 사람끼리 이어준다. 그렇게 나는 원할 때마다 음란물을 보며 자위를 하거나, 원나잇을 할 수 있다.


원 나잇의 경우 같은 사람을 두 번 본 적이 거의 없다. 철학이나 가치관 같은 건 아니고 그냥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보급과 데이터 통신망의 선두주자인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자극과 새로운 사람들은 넘쳐난다. 키도 크고 얼굴도 나름 호감형, 미래를 충실히 준비하며, 건강한 자존감으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카리스마까지- 그 속에서 나는 꽤 매력적이다.


원할 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세상

책임 없이 쾌락만 얻을 수 있는, 싸우지 않고도 끝낼 수 있는 세상...

그것이 도래했고, 그 속에서 연애나 결혼같은 것은 시대에 뒤쳐지는 잔유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득 연애를 동경하게 되었다.


5.

유튜브에 뜬 화목한 가족 영상 때문일까, 손잡고 걸어가는 부모님의 뒷모습 때문일까, 아는 형과 그의 여자친구가 말다툼하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일까... 어쨌든 연애, 사랑이라는 것이 궁금해졌다.


뭐, 연애를 안 해본 건 아니다. 다만 첫 연애를 제외하고는 다 똑같았다. 곤두박질치는 것... 내 사랑은 상장 초기의 하이브 주식처럼 처음이 가장 높았다. 첫 연애만이 쌓아가는 느낌을 알게해주었지만 그것도 100일도 채 넘기 전에 끝났다. 싸고 끝나는 게 아닌 쌓아가는 것, 그건 굉장히 소중하고 애절한 느낌이었다. 설렘이나 자극보다 포근함이 문득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녀를 만났다.

2023년 1월, 불과 몇주 전의 일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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