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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한나 Jun 12. 2023

Vincent in Yellow : Ep02. 사랑하라

Vincent in Yellow 2
EP.02 : 랑하라






0. About Project


우리 모두 마음 한 켠에 빈센트 반 고흐를 품고 산다. [Vincent in Yellow] 프로젝트는 빈센트의 삶과 그림을 통해 다시 한 번 뜨겁게 공명하고자 한다.



1. Hatred and Love


미움 속에 갇혀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던 시절이 있었다. 세상을 미워했고, 이웃을 미워했고, 나 자신까지도 미워했다. 미움이 미움을 세워 단단한 쇠창살이 되었고, 결국 그 어둠 속에서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었다. 참 어리고 비참한 시절이었다. 아무도 나와 내가 쓴 글들을 좋아하지 않는 듯했다. 세상을 의심하고 미래를 의심하고 이제껏 내가 써온 글까지도 부정하게 되었다.


다시 글을 쓰게 된 것은 미움보다 외로움이 더 커졌을 때다. 이렇게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뒤였다. 이젠 미움과 외로움의 글을 썼다. 가장 솔직하고 추악한 글들이었다. 그리고 하루에 수십 번씩 그것들을 읽어보았다. 그때 비로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다 문득 글을 미워하는 글을 쓰는 자신을 발견했다. 글을 저주하기 위해 글을 써야만 하는 나였다. 비로소 깨달은 것이다, 나는 글을 너무도 사랑한다는 것을. 결국 쓸 수밖에 없는 나 자신도, 사랑 내가 속한 사회도. 그리운 따뜻한 이웃의 품도.

2. Love is Reason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 속 풍경과 추억과 사람들이 무수히 담겨있듯, 대상을 작품 속에 담는 것은 사랑하기 때문이다. 지긋이 바라보아야 하고, 고민하고 발견해야만 하는 일을 어찌 사랑 없이 할 수 있겠는가. 빈센트 반 고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자신이 머무는 집을 사랑했고, 그곳에서 눈길 닿는 이웃들을 사랑했으며, 창문 넘어 펼쳐진 풍경과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다른 화가들도 사랑했다. 끊임없이 멈추어 그들을 바라보고 고민하고 끝내 본질 이상의 근원을 발견해 예술로 완성시켰다. 대상은 영원하지 않았지만 그의 사유가 담긴 예술은 영원할 수 있다.




3. Still Love


하지만 사랑이 늘 쌍방향은 아니다. 사람들은 고흐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그만의 세상에 박혀있는 사람이었고, 동생 테오에게 돈을 받아야만 생계를 유지할 정도로 생활력도 좋지 못한 사람이었다. ‘그림에만 미친 사람’으로 비쳤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사랑해온 것들을 사랑해갔다. 사람들 속에서 핍박을 받으면 자연으로, 자연 속에서 따분함을 느끼면 다시 사람들로, 그러다 다시 또 자연으로, 사람으로, 자연으로……. 잠시 쉬어갈 뿐 끝나진 않았다. 그림 그리기를 멈추지 않았고 그림에대한 새로운 시도들을 이어갔다. 그건 사랑하는 대상의 근원을 더 잘 표현하기 위함이었다.

4. Despair


그의 꿈은 자신과 같은 열망을 지닌 화가들의 모임을 만드는 것이었다. 피카소의 살롱같은 것 말이다. 그러한 꿈은 고갱과의 연으로 이어졌고, 끝내 거대한 ‘아를의 비극’에 당도했다.



고갱 역시 고흐처럼 대상의 표면이 아닌 그 심연의 근원을 표현하고자 하는 화가였다. 가난한 처지마저 닮아있었다. 고흐는 그런 고갱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학생처럼 굴었다. 하지만 둘의 길은 달랐다. 생각과 가치관의 차이로 하루에도 몇 번씩 싸우게 되었고, 사소한 것도 의심하며 부정하게 되었다. 서로의 자존심에 상처를 내며 한쪽을 정신병자, 예술가의 탈을 쓴 상업가, 심지어 살인자로까지 몰고갔다. 결국 고갱은 고흐를 떠나며 파국을 맞이했다. 그가 면도칼로 그의 귀를 자른 이후였다.

 

5. Still Love


고흐는 정신병원에 입원한 이후에도 그림을 멈추지 않았다. 여전히 그의 그림은 노란빛이었다. 그것은 희망과 평화와 사랑의 색이다. 그는 여전히 사랑하는 혹은 사랑했던 것들을 그려냈다. 심지어 좌절까지도……. 고흐는 실패한 순애자였다. 그는 언제나 인정받길 원했고, 자신의 세상이 타인의 세상 속에 융화되길 바랐다. 작은 따뜻한 품을 바란 걸지도 모른다. 매번 좌절될지라도 멈추지 않았다. 그럴 수가 없었던 것이다.


사랑하는 것,
사랑하는 것을 그려내는 것-
그것이 예술가의 숙명이며,
그 숙명을 다한 예술가는
실패할지라도 실패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6. Proceed With Love


사랑하라. 사랑하는 것을 그려내는 일에 미쳐라.

미움과 좌절마저도 사랑하고, 그 역시 그려내라.

그렇게 사랑으로 나아가는 길을 이어가라.







[Vincent in Yellow] 2부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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