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도, 어쩌면 모두의 어느 시절과도 많이 닮았을 이야기
나와도, 어쩌면 모두의 어느 시절과도 많이 닮았을 이야기:
<코다> 리뷰
영화 정보
장르: 드라마
감독: 션헤이더
배우: 에밀리아존스, 트로이코처, 다니엘듀런트, 말리매트린
영화 간단 후기
한 줄 평: 자아와 타아 사이 경계를 허물어,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법
★: 7.5/10.0
영화 개요
처음엔 다소 뻔한 하이틴 뮤지컬 영화일 줄 알았다. 하지만 웬 걸... 이 영화, 충분히 깊다. 그리고 재밌다!
하지만 웬 걸... 이 영화, 충분히 깊다. 그리고 재밌다!
영화 제목인 CODA 는 Children.Of.Deaf.Adult(농아 어른들 사이 태어난 아이들)의 약어이다.
주인공 루비 로시(에밀리아 존스)가 바로 그 코다이다. 그녀의 아버지, 어머니, 오빠까지 모두 다 농아이지만, 오직 로시만이 가족 중 유일한 듣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그녀는 어렸을 적부터 가족들의 수화를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것은 자신의 목소리가 아닌, 타인의 목소리를 내는 일이다.
농아 가족들 속에서 자라다 보니, 그녀가 처음 일반 학교에 진학했을 때 제대로 된 발음을 하지 못해 놀림을 받았다. 그로인해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법에는 두려움이 있다. 이제는 아무런 문제가 없음에도 말이다. 즉, 그녀는 타인의 목소리는 낼 줄 알아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데는 미숙한 사람인 것이다.
영화 관전 포인트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1. 로시가 자신 내면의 목소리를 내게 되는가
2. 가족들은 로시에 더 이상 의존하지 않고 자립성을 찾아가는가
3. 로시가 가족의 품을 떠날 경우, 로시와 가족들은 어떻게 이별할 것인가.
영화 줄거리
로시의 가족은 어업을 한다. 로시도 매일 새벽, 같이 배를 타서 어업을 돕는다. 수확물을 파는 역할과 해양 위 경고음을 듣는 일 등에 있어 ‘듣고 말할 수 있는’ 로시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로시는 생선 비린내 나는 그 일과, 세상과 소통할 수 없는 가족들에게 따분함과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
그러다 자신이 관심을 가지던 마일스(퍼디아 월시)를 따라 합창단에 들어가게 된다. 그녀는 거기서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마주한다. 하지만 좋아하는 그 마음이 커질 수록 가족의 일과 자신이 좋아하는 일 사이 조금씩 균열이 일기 시작하는데...
그래서 이 영화 어떤가? (꽤 많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영화 참 좋다. <라라랜드> 음악감독, 마리우스 드 브리스 가 OST를 맡았다는데, 확실히 음악 선정이 기가 막힌다. 그 뿐만이 아니라 ‘묵음’의 활용마저도 탁월하다.
스토리 라인도 참 따뜻하다.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과 가족 사이의 균형’을 다루는 플롯은 픽사 의 <코코> 만큼이나 훌륭하다. 핵심 메시지는 훨씬 더 잘 와닿기도 한다. 이 서사 속에서 로시는 자신의 꿈을 강하게 밀어붙이며 가족들에게 반항하기도 했다가,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가족에 흡수되기도, 자아와 타아 사이 갈등을 하기도 한다.
그건 내가 부모님의 뜻에 밀려 ‘배구’와 ‘문과 진학’을 비롯한 사소한 꿈들을 포기하던 시절과, 그런 과거가 미안해서 이제는 누구보다 나를 더 밀어주시는 부모님의 모습을 많이도 닮았다. 참 많이도 닮아있었다.
마지막 오디션 장면은 참 많은 의미를 함의한다.
마지막 오디션 장면은 참 많은 의미를 함의한다.
오디션 장에 가족들이 몰래 들어와서 듣지도 못하는 그녀의 노래를 듣는 것은, ‘우리는 언제나 너의 곁에서 너를 응원하겠다’는 메시지를, 그녀가 자신이 부르는 노래를 수화로 표현하는 것은, ‘나의 노래가 사랑하는 가족들에게도 닿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이제는 사랑을 받는 쪽과 주는 쪽, 그 양쪽에서 사랑을 알게 되었네-’라는 노래 가사는, 자신이 바라는 자신과, 가족이 바라는 자신의 모습 사이 합치를 이루었다는 메시지를 뜻한다.
이제 로시의 노래는 오직 그녀만을 위한 일이 아니다. 가족과 멀어지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로시도 그녀의 가족도 오롯이 ‘본인’의 힘으로 홀로 서며, 더욱 건강하게 사랑하는 일이다. 더욱 가까워지는 일이다.
아쉬운 점
물론 아쉬운 점도 없진 않다. 성적인 농담이 너무 자주 나온다는 것과, 사춘기 소녀 로시의 감정을 따라가기 힘든 순간이 몇 번 있었음, 로시가 오디션에 합격하는 일이 조금은 비현실적이라는 점 또한 그랬다. 하지만 영화적 장치이고, 인물의 감정선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할만한 오점이긴 하다.
이미 충분히 좋은 영화임엔 틀림 없다.
아주 주관적인 명장면들
1. 노래하는 게 왜 좋니?
첫번째 명장면은 로시가 자신이 얼마나 음악을 사랑하는지 그녀의 음악 선생님께 표현하는 장면이다.
"노래 하는 게 좋니? 왜 좋니?"라는 물음에 로시는 답변을 잘 못하다가 언어 대신 몸짓으로 말한다.
가슴 깊숙이 뭔가를 끌어오는 듯한 느낌과 하늘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을 양손으로 매우 인상 깊게 표현한다. 그리고 미스터 V는 "그래, 충분히 전달되었다-"고 말한다.
이 장면은 로시가 얼마나 노래에 진심인지를, 영화의 품격에 맞게 연출한 명장면이었다. 이 장면이 너무 잘 나온 덕에 영화 전체에 '설득력'이 부여된 것이다.
2. 가족들, 비로소 직접 목소리를 내다.
두번째 명장면은, 어부 조합의 회의 장면에서 부당한 대우에 직접 목소리를 내는 아버지(트로이 코처)와 오빠(다니엘 듀런트)의 장면이다.
이전에는 로시에게 말하고, 로시가 그것을 대신 전달해주었다면, 이 장면에서는 직접 가족들이 세상에 목소리를 낸다. '부당한 중매인의 횡포에 놀아나지 말고, 고기를 직접 팔겠다'는 반항적이고 파격적인 선언을 한다.
조금 엉성하고 여전히 로시의 통역이 필요하긴 했지만 그 메시지만은 확실히 전달되었고, 사람들은 박수 갈채를 보내었다. 그리고 이는 가족이 더는 로시의 도움 없이 '자립'하는 불씨가 되는 장면이다.
또한 그곳의 일반 사람들의 입장에 보았을 때도 '중매인'이 없이 '직접' 물고기를 파는 일은, 농인들 뿐만 아니라 비장애인들에게도 '자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그들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는 무엇인가로부터 자립할 필요가 있다. 그 용기있는 결심의 시초가 바로 농인의 목소리라는 점에서도 매우 큰 의미가 있다.
3. 들을 순 없지만 느낄 수는 있어.
세 번째 명장면은 가장 뜨겁게 와닿았던 농인 가족이 딸, 로시의 공연에 간 장면이다.
들을 수 없기에 목소리가 아닌 옷차림에 집중하고, 그마저도 오래가지 못하고 다른 이야기들을 한다. 그러다 딸과 마일스의 듀엣 무대가 시작되었을 때, 그들은 딸과 그녀를 들을 수 있는 다른 관중들의 표정을 번갈아 둘러본다. 매우 인상깊은 장면이다. 딸이 잘하고 있는지, 실수하진 않는지 노심초사하며 다른 사람들의 표정을 둘러보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딸의 소리를 느끼는 것... 그렇게라도 그들은 듣고 싶었다, 그 순간만큼은.
이때 고의적으로 묵음 처리한 것은 정말 탁월한 연출이었다. 썰렁해지기는 커녕, 밀도가 더욱 깊어졌다. 역시 영화의 품격을 채우는 것은 이런 세심한 연출이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는 착잡한 심정으로 서 있는다. 로시는 그런 아버지께 다가가 대화를 나눈다.
"오늘 부른 노래, 어떤 노래였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의지하고. 당신이 내 전부라는- 그런 노래야." (정확히는 기억 안 남.)
그 노랫말은 마일스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다. 그녀가 그녀의 가족에게, 그녀의 가족이 그녀에게 하는 말이었다. 이제야 퍼즐 조각이 맞춰진 듯 머리가 띵-했다. 참 좋은 플롯이고, 곡 선정이다.
"오늘 부른 노래, 다시 불러줄래?"
그리고 아버지는 그녀의 목소리를 성대의 울림으로 느낀다. 살면서 듣지 못하는 것이 이처럼 슬픈 순간이 또 있을까... (이 장면에서 정말... 눈물 콧물 다 쏟았다....ㅋㅋㅋ...)
4. 내 노래는 나와 당신, 모두를 위한 것.
마지막 명장면은, 오디션 장면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다시 한 번 말하겠다.
마지막 오디션 장면은 참 많은 의미를 함의한다.
오디션 장에 가족들이 몰래 들어와서 듣지도 못하는 그녀의 노래를 듣는 것은, ‘우리는 언제나 너의 곁에서 너를 응원하겠다’는 메시지를, 그녀가 자신이 부르는 노래를 수화로 표현하는 것은, ‘나의 노래가 사랑하는 가족들에게도 닿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이제는 사랑을 받는 쪽과 주는 쪽, 그 양쪽에서 사랑을 알게 되었네-’라는 노래 가사는, 자신이 바라는 자신과, 가족이 바라는 자신의 모습 사이 합치를 이루었다는 메시지를 뜻한다.
이 장면을 통해 영화는 말한다. 로시의 노래는 오직 그녀만을 위한 일이 아님을, 가족과 멀어지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로시도 그녀의 가족도 오롯이 ‘본인’의 힘으로 홀로 서며, 더욱 건강하게 사랑하는 일임을. 결국 더욱 가까워지는 일임을.
하지만... 이 장면이 특히 아쉽기도 했다. 의미는 제쳐두고 현실적인 부분에 있어서, 오디션이 이렇게 프리해도 되는 거야? 싶을 정도로 '작위적인 영화적 연출'이란 생각이 들긴 했다...
완벽하진 못해도, 그것을 초월할 정도로 좋은 영화긴 하다. 그래서인지 <코다>는 2022 아카데미 시상식에 큰 성과를 이루었다. 그 시상 내역은 다음과 같다.
<2022>
9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작품상, 남우조연상, 각색상)
75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남우조연상, 각색상)
27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남우조연상)
28회 미국 배우 조합상(영화부문 앙상블상, 영화부문 남우조연상)
<2021>
37회 선댄스영화제(심사위원대상(미국 드라마), 관객상(미국 드라마), 감독상(미국 드라마), 심사위원특별상(미국 드라마) - 앙상블 캐스트)
배우상, 특히 남우 조연상이 많은데, 정말ㅋㅋㅋ 그럴만하다. 트로이코처의 연기는 정말... 탁월했다. 물론, 다른 배우분들도 마찬가지다.
오랜만에 생각없이 봐도 좋고, 생각하고 보면 더 좋은 영화를 만났다.
넷플릭스에서는 스트리밍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웨이브에서는 한다고 하니, 웨이브를 통해 보시길...
(나는 유플러스 티비로 결제해서 봤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