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질문투성이

by 순례여행자

2022년 4월. 전 세계가 팬데믹으로 움츠러들던 시기, 나는 그와는 반대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사람들은 '왜 하필 지금이냐'라고 했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 타이밍이 맞는 것 같았다. 일단 백신을 맞고 각 나라의 입국조건을 하나하나 체크하면서 준비를 시작했다. 사실 그 전해에도 러시아와 미국을 다녀온 경험이 있었기에, 이전보다 더 대담해진 것도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여러 나라를 다녀보며 느낀 건, 결국 어디든 사람 사는 건 비슷하고, 오히려 팬데믹이 삶을 더 여유롭게 만들었다는 점이었다.


나의 산티아고로 향하는 여정은 그렇게 조심스럽게 시작되었다. 20대 초반, 우연히 산티아고 순례길을 알게 된 이후로 줄곧 나의 막연한 버킷리스트였다. 결혼 전에도 한 번 가보려 했지만, 지금의 남편을 만나 연애에 빠져 그 꿈을 잠시 접었었다. 그런 내가 이제야 이 길을 향해 떠나는 것이다.


나는 원래 걷는 걸 좋아하지도 않았고, 등산은 더더욱 즐기지 않았다. 그런데도 왜 이 길을 그렇게도 가고 싶었던 걸까. 신기하게도 종교적 믿음도 없었고, 무신론자인 내가 순례길을 걸으려는 이유는 그저 ‘가야 할 것 같은 기분’ 때문이었다. 이유를 말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그냥 어딘가 내 안에서 울리는 울림 같은 것이 있었다.


캐리어만 끌며 여행 다니던 내가 배낭을 꾸리고 떠난다는 건 분명 낯선 경험이었다. 평균 하루 25km를 걸어야 한다는데 그 감이 전혀 오지 않았고, 신발도 미리 길을 들여야 한다는데 출국일은 코앞이었다. 나름 여행을 많이 다녔다고 자부하던 나였지만, 이런 여행은 처음이라 준비하는 것부터 막막하기만 했다.


하루 이틀 고민을 반복하다가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늘 그렇듯 “어떻게든 되겠지.”였다.

어디든 사람 사는 곳이고, 가서 부딪히면 방법이 생기겠지. 이런 마음가짐도 결국은 여행의 일부니까. 겁 없이 보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이런 태도가 내게 더 다양한 경험을 안겨주는 윤활제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첫 순례길의 일정은 총 14일, 315km. 한 달 넘게 걷는 이들도 많지만 나는 처음이었고, 남편과의 이후 여행 일정도 맞추기 위해 이 정도로 계획을 세웠다. 상대적으로 짧은 일정이니 가방도 가볍겠지 싶었는데, 결국 줄이고 줄여 만든 나의 첫 배낭은 10kg. 이걸 짊어지고 과연 걸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결국 야심 차게, 그리고 심사숙고하면서 쌌던 나의 배낭은 걷는 내내 말썽이었지만.

끊임없는 질문들을 안고 나의 순례길의 시작, 레온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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