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가, 글자를 쓰다가,
낙서를 하고 있다
조금 전까지 심각한 얼굴로 노트에 적던 글귀들이
의미를 잃고 모양만 남았다
필체의 날카로움이 사라진 자리에
얼룩얼룩한 느낌이 채워졌다
생각의 알갱이들이 그냥 넘어가지 않고
입안에 씹힌다
스토아 철학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해야 할 일을 하라 그리고
일어날 일이 일어나게 두라
나의 손가락은
다음에 그을 선을 찾고 있다
타박타박 걷는 길에 발견한 아름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