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지하철 창밖으로
희뿌연 존재들이 걸어온다
흐린 날이고
나의 눈도 맑지 않아 그랬겠지만
똑같은 거죽을 뒤집어쓴 허깨비들이
허적허적 전방으로 다가오는 그림.
아직 다 깨어나지 못한 영혼들이
겨우 옷가지를 걸치고
오늘 하루 속으로 걸어오는 거야
문이 열리고
들어오고 나가는 인파에 어지러워서
나는 눈을 감고 마는데
이런저런 뒤척임,
여기저기서 새어 나오는 음악소리,
소곤소곤 말소리들이
유령에 살이 붙는 소리 같아서
조금 따뜻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