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낭만 대신, 책 쓰기의 근육을 기르는 시간

책 리뷰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

by 이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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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는 것은 마음속에 흐르는 선율을 포착하는 일과 비슷하다. 떠오르는 감정을 즉흥적으로 연주하고, 찰나의 단상을 문장으로 붙잡아둔다. 하지만 ‘책을 쓴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그것은 파편적인 선율을 모아 하나의 거대한 교향곡을 작곡하는 일에 가깝다. 시작과 끝이 있고, 촘촘한 기승전결의 구조가 있으며, 무엇보다 그 긴 호흡을 견디게 하는 명확한 ‘주제’가 있어야 한다.


지금도 수많은 예비 작가들이 서성인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공통된 열망이 있다. ‘내 안의 어떤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가닿기를 바라는 마음.’ 하지만 막상 노트북을 열면 막막함이 앞선다. 나 역시 책을 쓰고 싶다는 열망은 가득했으나, 정작 그 거대한 교향곡을 어떻게 지휘해야 할지 방법을 몰랐다.


여기, 그 막막한 질문에 대해 폼 잡지 않고 ‘맨살’ 같은 조언을 던지는 책이 있다. 공학도 출신으로 20년 차 전업 작가가 된 임승수의 신작,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이다.



1장. 작가가 된다는 것의 무게

저자는 가장 먼저 글쓰기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깨트리고 냉정한 현실을 직시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1장 ‘작가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문장을 쌓는 기술이 아니라, ‘왜 쓰는가’를 끊임없이 자문하는 지난한 여정을 다룬다.


작가는 지극히 현실적으로 접근한다. 베스트셀러가 되어도 인세만으로는 절대 1인분의 생계를 꾸리기 힘든 것이 출판계의 차가운 현실이다. 그럼에도 책을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저자는 그것이 인생을 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그는 독자에게 '후회 테스트'를 던진다. 초판이 다 팔리지 않아 쫄딱 망해도, 긴 시간 공들여 쓴 그 노동의 시간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가? 이 질문에 ‘YES’라고 답할 수 있어야 진짜배기다.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짜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사람, 그만큼 절실한 사람만이 비로소 작가가 된다. 1장은 이처럼 펜을 들기 전, 예비 작가가 갖춰야 할 단단한 마음의 근육을 확인하는 시간이다.



2장. 손끝으로 짓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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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준비가 되었다면 이제는 기술이다. 2장 ‘책이 되는 글쓰기’는 철저한 글쓰기의 실전을 다룬다. 아무리 머릿속에 글감과 아이디어가 넘쳐나고 진정성이 샘솟는다 한들, 결국 글은 손끝으로 써 내려가는 노동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막연한 영감이 아닌 구체적인 공학적 설계를 요구한다. 책 한 권 분량의 긴 글을 쌓아 올리기 위해서는 벽돌을 쌓듯 치밀한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장에서는 '좋은 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에 답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좋은 글의 핵심은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글은 혼잣말이 아니라 타인에게 읽히기 위한 목적을 가진다. 그렇기에 필자는 항상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내 글을 읽을 독자의 시선을 고려해야 한다. 독자가 지루해하지 않도록 오감을 자극하는 묘사법, 나만의 개성 있는 시선을 문장에 담아내는 법 등은 20년 차 작가의 내공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특히 흥미로운 지점은 인공지능(AI) 시대를 대하는 작가의 태도다. 저자는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과 직접 인터뷰를 진행하며, AI가 글쓰기에서 가진 허점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AI는 방대한 정보를 처리하지만, 결코 '인간의 고유한 감정'을 느낄 수는 없다. 저자는 이 지점을 파고들어, 인공지능 시대에 작가가 살아남는 법은 결국 인간의 체온과 사유가 담긴 글쓰기임을 역설한다. 또한 프로 작가가 한 편의 글을 완성하기까지 겪는 수정과 퇴고의 적나라한 과정을 가감 없이 공개하며, 글쓰기가 화려한 마법이 아닌 끈질긴 엉덩이 싸움임을 증명해 보인다.



3장. 원고가 책이 될 때까지

원고의 마침표를 찍었다고 해서 책이 ‘짠’하고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3장 ‘책이 세상에 나오려면’은 원고 완성 이후 마주해야 할 현실의 관문과 난관들을 상세히 담았다.


이 장은 일종의 '전략 지침서'와 같다. 완성된 원고를 어디에, 어떻게 투고해야 출판사 편집자의 눈에 띄어 '간택' 받을 확률이 높아지는지, 출판 계약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으며 작가가 눈여겨봐야 할 독소 조항이나 핵심 권리는 무엇인지를 현미경처럼 분석한다. 또한 편집자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독자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 책 제목은 어떻게 뽑아야 하는지, 그리고 글쓰기보다 훨씬 어렵다는 ‘책 팔기(홍보)’의 애환까지, 책이 출간되는 구체적인 과정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놓는다.


특히 예비 작가들에게 유용한 팁은 ‘오마이뉴스 활용법’이다. 저자는 누구나 시민기자가 될 수 있는 이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권한다. 기사 등급에 따라 원고료를 받을 수 있어 경제적이며, 꾸준히 특정 주제로 연재하다 보면 출판사의 눈에 띄어 출간 제의를 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는 홍보와 원고료, 출간 기회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는 전략이다. 저자는 실제 자신이 출판사와 주고받은 메일 원문과 계약서 분석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며,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던 출판계의 '영업 비밀'을 아낌없이 내어준다.



막막한 길을 비추는 등대

나 역시 책을 쓰고 싶었다. 내 안의 경험을 나누고 싶었지만, 전략이나 기술 없이 그저 쓰다 지치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났다.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는 막연한 꿈을 현실의 계획으로 바꿔주었다. 저자의 진솔한 경험이 녹아있는 꿀팁들을 읽으며 “아, 이런 방법이 있었구나”, “나도 이렇게 시도해봐야지”라는 구체적인 확신이 생겼다.


이 책은 글쓰기의 기술서인 동시에, 쓰는 삶을 택한 이들을 위한 위로이자 등대다. 흐릿했던 목표는 명확해졌고, 앞선 이가 닦아놓은 길을 확인하니 비로소 걸어갈 자신이 생겼다. 살면서 한 번쯤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내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보라. 막막했던 숲 사이로 분명한 길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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