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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희 Jun 14. 2024

색채 그 자체를 온전히 즐기기, 크루즈 디에즈 전

과학과 예술이 만나 만든 환상적인 작품들



빛과 색의 거장, 크루즈 디에즈  

크루즈 디에즈는 베네수엘라 출생으로 프랑스 기반으로 활동한 세계적인 옵티컬 아트 작가이다. 그는 사람의 눈이 색을 인식하는 원리를 이용한 작품을 만들었다. 색의 미묘한 차이에 집중하는 그만의 기법은 현대미술의 혁신이 되었다.


작가는 96년동안 빛과 색에 매료되어, 집요하게 연구하여 예술 속 색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보여주고, 사람이 지각할 수 있는 범위를 확장시킨 작가는 '빛과 색의 거장'으로 불리게 되었다.


미술사를 공부할수록 '왜 모두 같은 방식으로 그림을 그려야 할까'의문을 품게 되었고, 드로잉이나 페인팅보다 덜 연구되었던 색 자체에 집중하기 시작됐다. 색을 자유롭게 하는 것에 관심을 두었던 작가는 색채이론, 과학, 운동학, 기계공학까지 관심을 넓혀 나갔다. 색의 본질을 명확히 보여주고자 그림의 형태를 내려놓고, 색채 그 자체에 집중했다.


그는 새로운 개념을 찾기 위해 과학자처럼 체계적인 접근방식을 활용했고 세심하게 작품을 연구했다. 과거 인상주의자들이 빛이 변화하는 것을 캔버스에 담은 것과 달리, 작가는 작품 속에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하는 색상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이는 특별한 해석 없이도 바로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고 직관적으로 느껴졌다. 작품은 관객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완성된다는 그의 철학이 보이는 순간이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빛. 환상적인 색의 공간

색포화



하얀 벽애 파란 빛, 붉은 빛, 초록빛이 인공조명이 켜진 3개의 방이 있다. 우리 눈은 태양광 같은 다양한 색상을 보는 데는 익숙하지만, 단색 광에서는 망막에 과부하가 생긴다.


빨간 색의 공간에 처음 들어섰을 땐 강렬한 색상에 눈이 조금 부셨지만 계속 공간을 보고 있다보니 차츰 색이 연해지고 하얀 벽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어서 파란색 공간으로 가면 처음 파란 방을 마주했을 때보다 색이 조금 더 진하고 강렬해진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 색이 변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이 작품의 의도라고 한다. 사실상 이 작품에서 변한 것은 조명이 아니라, 단색의 자극에 반응한 우리 눈의 인식이다.


각각의 색을 본 후, 이제 공간의 넓은 면을 바라봤다. 빨강, 파랑, 초록의 원색을 한꺼번에 보니 세 가지의 원색이 섞인 지점마다 새로운 색이 만들어져 스펙트럼을 느낄 수 있었다. 흰 벽과 세 가지의 원색으로 모든 색을 경험할 수 있었다. 크루즈 디에즈가 빛과 색의 거장이라 불리는 이유다.


우리 눈이 색을 다르게 인식하는 과학적인 원리를 예술작품에 녹여낸 점이 놀라웠다. 그리고 사람마다도 색을 인식하는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사람마다 작품이 다르게 받아들어진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색의 강렬한 조화가 있는 공간을 거닐고 그 빛 안에 둘러쌓여있는 것은 다른 세계에 들어온 듯 환상적인 경험이었다.'변화하는 빛'을 눈의 감각을 생생하게 일깨우는 체험형 전시로 경험해 깊이있는 이해가 가능했다.   



평면작품 


크루즈 디에즈의 평면작품을 보았을 때 옵아트의 창시자라 불리는 "빅토르 바자렐리"가 생각났다. 단색을 활용한 작품, 색과 색의 간섭 현상, 단순한 선 표현,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현상. 옵아트ㄹ는 같은 예술 사조 안에서 비슷한 부분을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실제로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열렸던 옵아트 전시<응답하는 눈>에 함께 참여하고 많은 교류가 있었다.


크루즈 디에즈는 색이 맞닿는 지점에서 섞여보이는 현상을 작품으로 만들어냈다. 멀리서 보면 중앙에 노란색이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초록, 파랑, 검정, 주황색이 겹겹이 맞닿아져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작가는 이 현상을 두고 "색은 표면에 없습니다. 색은 공간에 있어요."라고 말했다.  




색간섭환경  

평명잡품을 접한 이후엔 미디어아트처럼 한 공간에서 빛이 직접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전시 공간의 네 면이 빛으로 에워쌓여 있고 평면작품에서 보았던 직선의 선들이 한 방향으로 일정하게 움직이게 된다. 우리의 그림자와 함꼐 이 움직임을 보다보면 방향이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된다.


프로젝션의 끊임없는 움직임은 작품 안에서 실시간으로 바뀌는 관객과 그림자, 오브제에게 색채 현상의 무대를 만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계속해서 움직이는 선들은 환상적인 느낌을 주었다. 전시공간 내의 다양한 사각형, 원의 오브제들, 우리의 그림자들은 계속해서 이 작품의 모습을 변화시켰다. 다만 원색의 색채들이 계속해서 움직이니 오래보고 있자니 조금 어지러움이 느껴졌다.



크루즈 디에즈는 항상 새로운 기술에 관심을 갖고 자신의 작업을 발전시키는 데 집중했다. 시간이 지나 작가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게 된다. 관객이 직접 조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1995년, 그의 아들의 도움으로 "인터랙티브 색 경험" 프로그램을 만들어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관객이 직접 프로그램을 통해 나만의 색 경험 작품을 만들 수 있다. 다양한 모형과 크기, 색상 조절로 색다른 작품을 만들어볼 수 있었다. 또한 QR을 통해 색경험 이미지를 저장해갈 수도 있다.  



 

전시관람은 빠르게 끝났다. 30분동안 짧고 굵게 집중해서 볼 수 있는 전시였다. 형태가 없이도 색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환상적인 경험이 가능하다는 것을 경험했다. 또힌 사람의 눈이 색을 인식하는 차이를 활용한 작품이 너무 신기하고 즐거웠다. 특히 색포화 작품에서 처음 느꼈던 기분좋은 충격이 여운에 남아 퇴장 전 한번 더 관람했다.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짧고 강렬한 전시 <크루즈 디에즈 - RGB, 세기의 컬러들>에서 빛과 색채의 기분좋은 충격을 얻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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