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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소희 Nov 20. 2020

식게 먹으래 가게


내가 태어난 제주도에선 제사를 <식게>라고 부른다. 어릴 적 엄마가 “식게 먹으래 가게.”라는 말을 많이 했다.

또 “맹질 먹으래 가게.”, “잔치 먹으래 가게.” 먹으러 가자는 말을 많이 했다.


육지에서 학교 다닐 때 친구들은 “제사 지내러 간다.”라는 말을 했었다. 그때 우리 제주 문화가 다른 지역과는 다른 부분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척박한 환경에 먹을 것이 풍요하지 않았던 그 시절.

식게나 명절, 잔치는 먹을 것이 있었던 곳이었다. 축하해주고, 같이 슬퍼해 주며 서로 음식을 나눠 먹었던 우리 제주 어르신들의 삶을 보여주는 것 같다.     

 

“촐! 촐 허래 갔다 와 가지고 밥에 10시 넘엉 애기들 수발 허당 보믄. 다 그거허당 준비 행 나 두고. 제사. 질 세.”

(촐! 촐 하고 와서 밥하고 10시 넘어서 애기들 수발들고. 다 하고 (식게) 준비해서 나 두고. 제사, 명절을 지내)  

   

우리 제주 어르신들은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다가 식게 때 맞춰 음식을 만든 것이 아니다.

그 시절 소 먹이인 풀을 촐이라고 불렀다. 소는 개나 돼지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값진 가축이었다. 소가 한 해를 나기 위해 양질의 촐을 준비해야 했다.


말은 쉽지만 그게 참 어려운 일이었다. 그 바쁜 시기에도 식게를 지내기 위해 며칠 전부터 준비를 해왔다는 것이다.      


“식게 하려면 며칠 전부터 음식 준비하셨어요?”


 일주일 전부터 신경 써. 콩나물도 5일은 놓아야 될 거 아니. 준비허잰 허믄 허는 거주게.”

(한 일주일 전부터 신경 써. 콩나물도 5일 정도 준비해야 할 거 아니야. 준비하려면 하는 거지)


(콩나물도 집에서 직접 길러야 했다. 식게가 다가오면 신경 써야 하는 일이 많아졌다)     



“심정이 말도 못허고  한참을 신경 써야지. 수도 터지기 전에는 허벅에다가. 바닷가에 가서 물 질어오고. 물 쌀 때는 강 허물고. 물 들면 물이 짱 먹질 못 허지. 경허믄 그냥 물 들기 전에 새벽이 일찍이. 물 때 맞췅. 게믄 허벅에당 허영 항아리 이만이 헌 것에다가, 질어다가 막 비와가지고 가득 채워야지.”

(심정이 말도 못 해. 한참 신경 써. 수도 있기 전에는 허벅에다가. 바닷가에 가서 물  길러왔어. 물 쌀 때 갔어. 물 들면 물이 짜서 먹질 못하니까. 그래서 그냥 물 들기 전에 새벽에 일찍 물 때맞춰 가. 그러면 허벅에 가득 항아리 이만한 것에 길어와. 그리고 (항)에 비워서 가득 채워야지."


“항을 가득 채우면 제사할 수 있어요?”


“게, 제사허잰 허믄 그 심정이 그거지.”

(응. 식게 하려면 그 심정이 그거야.)     


지금이야 수도가 있고 따뜻한 물 나오지만 그 시절에는 물도 바다에서 떠와야 했다. 물 때를 맞춰서 기다리고 허벅을 메고 물을 길어왔다.


어르신이 나에게 질문한 적이 있었다.      


“물허벅은 알아?”


“... 네.”     


물허벅을 메보지 않은 심정으로 그것을 안다고 말했던 내 자신이 어색했었다.     

 

‘물허벅은 알아도 메어본 적은 없어요.’라고 말할걸 후회했다.


어르신들의 삶의 노고를 티 끝만큼도 경험해 보지 못한 철없는 아이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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