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요셉이 업은 마리아

실패한 어른들. 그건 재앙이었다.

by 권소희
7-001-cover.jpg

“헤, 헬로……우.”

“호텔 로비에서 누가 선생님을 찾으십니다.”

“이 아침에요? 누가요?”

“지금 호텔 로비에서 기다린다고 했으니 내려오세요.”


누구지? 이 이른 아침에. 날 아는 사람이 없을 텐데.

호텔 로비에 들어선 나는 멀뚱하게 서있었다. 누가 나를? 그가 입고 있는 낡은 코트처럼 예순은 되어 보이는 남자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나는 그를 향해 걸어갔다.

“앉으세요. 저, 혹시 양미래씨 아닌가요?”

“네?”

“놀라실 것 없습니다. 제가 옛날 모습을 기억하고 있거든요.”

“실례지만 누구시지요?”

“아, 저를 몰라보시는군요. 하긴, 저를 기억 못하는 게 당연하지요. 저는 공간일보 장일춘 기자입니다. 여기 명함 받으시지요. 제가 30여 년 전에 서대문구보를 만드는 일을 하던 기자였더랬습니다. 어제 기자회견 장소에 참석을 했는데 암만 봐도 낯이 익다 생각을 했죠.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퍼뜩 이 사진이 생각이 나더군요. 이 신문기사를 보시면 기억이 나실 텐데…….”


그는 가방을 열고 누렇게 변색된 신문지 한 장을 내밀었다.

020-maria-2.jpg

‘요셉이 마리아를 업다’

그 신문은 사진은 서대문구보에 실린 한 남자 아이가 축 늘어진 여자아이를 업은 흑백사진이었다.


“이, 이 사진은?”

“기억하시는군요. 제가 그때 거기에 있었잖아요.”

“자, 잠깐만요.”


그가 내민 신문에 실린 사진은 찬우였다. 찬우가 나를 업고 뛰고 있었다. 그러면 찬우가 나를?


“놀라셨나요?”

“아, 아니. 지, 지금. 제가 조금 갑작스런 일이라 당황이 되어서…….”

“그러시겠죠. 하지만 다 지나간 일인데요. 이제 와서 알려진다고 뭐, 사람들이 관심이나 갖겠어요? 참, 그래도 대단하시네. 어떻게 양미래씨가 이렇게 대단한 인물로 성장했는지. 정말 특종감이에요. 그 아버지란 분……, 도 대단했죠?”

“죄, 죄송합니다. 제가 오늘 아침에 문광부 장관하고 오찬모임이 있어서 지금 가봐야 합니다.”

“아, 그러세요. 그럼 하는 수 없지요. 가야지. 내가 그때 그 뒤치다꺼리 하느라 혼이 났는데……. 진실은 알려주어야 하기에 찾아왔던 겁니다. 시간 나면 연락 주시죠.”


그는 낡은 신문지를 주섬주섬 접어 가방 안에 집어넣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테이블 위에 놓인 명함을 집어 다시 나에게 건넸다.


“이걸 갖고 계셔야 저에게 연락을 하실 것 아닙니까?”

“아, 네.”


반 강제적으로 권하는 그의 명함을 집어 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성장이 끝난 어른의 모습에서 성장판이 늘어나기 전의 아이의 모습을 떠올린다는 건 타고난 직관력 아니면 알 수 없는 일이다. 관록이 붙은 노 기자의 직관력은 정확하게 나를 짚어냈다. 나를 알아봤다는 장일춘이라는 남자의 존재. 어렴풋이 생각이 났다. 그도 나처럼 과거의 언저리를 훑고 다녔던 건가? 무엇 때문에?



장 기자와 헤어지고 숙소로 돌아온 나는 한동안 움직일 수가 없었다. 머릿속이 묵직했다. 내 몸 위로 실리는 육중한 무게. 누군가 내 몸을 덮었다. 무게감을 느끼는 동시에 코끝에 비닐 봉투 타는 냄새가 느껴졌다. 꺼져가는 목소리로 나는 엄마를 나지막이 불렀었다.

020-maria-3.jpg

엄, 마.


죽은 겨레의 얼굴이 내 앞에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늪에 빠져 들어가는 것처럼 온몸은 점점 땅바닥으로 기어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들판에서 불에 구워먹었던 방아깨비가 나를 눌렀다. 땅 여기저기에 구멍을 뚫고 개미들이 지나다니던 그 구멍을 막고 물을 뿌려 한꺼번에 죽었던 개미군단들이 까맣게 몰려왔다. 소금을 뿌려 뒤틀리며 죽어갔던 지렁이가 거미다리를 달고 쫓아왔다. 숨을 쉬고 싶었지만 목구멍이 막혀왔다.


실패한 어른들. 그건 재앙이었다.


공허하고 혼돈된 수면 위를 걸었던 조물주의 심정이 그랬을까. 세상이 창조되기 전의 세상은 그렇다 쳐도 다 만들어진 세상을 살아가는 어른들은 시끄럽고 어수선했다. 실패한 기운이 운집해있는 곳에도 싹이 틀 수 있다면 그건 독박골에 사는 우릴 두고 하는 말이다. 인생이 난장판이 된 어른들은 스스로의 분풀이를 해결하지 못해 시도 때도 없이 절규했다. 그런 어른들 틈바구니에서 보고 배운 것이 고작 실패뿐이라면 그것도 어쩔 수없는 일이다. 다행히도 독박골의 겨울 햇살은 늘 풍부하고 따뜻했다. 그 햇살은 어린 가슴에 퍼져든 고독을 다독여주었다. 그 덕에 주눅은 들지 않았지만 가슴이 멍든 아이가 어른들의 저항을 피하는 방법은 숨을 죽이고 사는 것이었다. 나를 지켜보기만 했던 엄마처럼.


누가 나를, 옮겼는지. 눈을 뜨고 보니 병원이었다. 환자복을 입고 엄마가 떼꾼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엄마도 같은 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엄……마.”

“그래, 이제 정신이 드냐?”


엄마를 보자 아버지의 일이 떠올랐다.


“아…버…지는…?”

“…….”

“엄마, 아…버지가, 목사님께 칼…을 휘두르고 불…을 질렀어.”

“흑……. 내 죄가 크다.”


눈을 떠도 눈을 감아도 나는 병원이 아니라 불이 붙던 그 끔찍한 장소에 있었다. 불이 치솟는 불기둥이 떠올라 풋잠을 자도 헛소리를 하며 식은땀을 흘렸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나는 악몽 속에서 헤어나질 못했다.


020-maria-4.jpg

경찰이 우리 집에 찾아온 것은 엄마와 내가 병원에서 퇴원한 그 다음날이었다.

“계십니까?”

“누구세요?”

“여기 천막교회에 다녔던 학생이 있다고 해서 왔는데요. 몇 가지 물어볼 말이 있어서요.”

“우리 미래요? 지금 미래는 학교에 가고 없는데요.”


나는 엄마의 거짓말이 탄로날까봐 방안에서 숨소리도 줄였다. 나는 아버지가 불을 지른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목격자이기도 했다. 희생자가 생겼다면 그건 전부 아버지 탓이다. 그러니 입을 다물어야 했다. 만약 누군가 아버지를 봤다고 증언을 한다면 우리도 더 이상 동네에서 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벌써, 학교엘 갔어요? 미래라는 학생도 화재 현장에 있었다던데. 별로 다친 데가 없나보죠?”

“…….”

“그럼, 어머님은 이번 화재에 대해 아는 게 있으신가요?”

“미래 말로는 갑자기 어떤… 사람이 천막 안으로 들어…와서 목사님께 칼을 휘둘렀다고 하던데요.”

“그 사람이 누구라고 하던가요?”

“글쎄요. 그럴 말을 할 자세하게 나눌 경황이 없어서요.”

“이거, 목사라는 사람한테서 수상한 냄새가 나는데…? 원한이 있지 않고서야 목사한테 칼을 휘두를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혹시 그 목사라는 사람 이름을 알고 계시나요?”

“잘 모르겠어요.”

“아주머니도 그 교회에 다니세요?”

“네, 저… 잠깐…동안.”

“그런데 목사 이름을 몰라요? 혹시 그 목사라는 사람에게서 수상했던 점은 못 느꼈나요?”

“잘… 모르겠는데요.”

“알겠습니다. 다시 들리겠습니다.”

“네, 그렇게 하세요.”


철컹. 철 대문 닫히는 소리가 온 동네에 울려 퍼지는 것만 같았다. 엄마가 하얘진 얼굴로 방안으로 들어왔다.


“미래야, 아무래도 이 동네를 당장에 떠나야 할 것 같다. 내가 지금 나가서 복덕방 아저씨에게 방을 내놓고 올 테니 너는 대충 짐을 챙기고 있어라.”


상황이 급박해졌다. 이제 동네 사람들은 불을 지른 사람이 아버지라는 건 곧 알게 될 것이고 그건 더 이상 독박골에서 발붙이고 살 수가 없음을 뜻했다. 엄마는 신발을 질질 끌며 허둥지둥 문밖으로 나갔다. 덩달아 내 몸도 덜덜 떨렸다. 밤늦게 돌아온 엄마는 새벽에 짐을 옮겨줄 사람을 구하느라 힘이 들었다고 했다. 맨 처음 독박골에 이사 왔을 때처럼 우린 또 새벽에 동네를 떠나게 되었다.


“미래야. 새벽 3시에 짐을 날라주는 사람이 오기로 했으니 얼른 일찍 자거라.”

020-maria-5.jpg

이불을 싸고, 옷가지를 꾸렸다. 부피가 큰 장롱은 어쩔 수 없이 두고 갈 수밖엔 없었다.

나는 독박골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공터에 갔었다. 계곡사이를 빠져나온 겨울바람은 매서웠다. 바람은 얼굴을 쥐어뜯으며 뺨을 훑고 지나갔다. 툭. 갑자기 어둠 속에서 물체가 튀어 나와 사라졌다. 고양이인지, 똥개인지 모를 생명체였다. 옴마야, 깜짝 놀랐네. 독박골 토박이가 이까짓 것에 놀라다니. 하지만 ‘떳떳하지 못한 사람은 솥뚜껑에도 놀라는 법이라’고 했던 외할머니 말씀이 생각났다. 지금 나는 아이들에게 마지막 인사도 못하는 처지에 있지 않은가. 죄가 없다면 이렇게 동네를 떠나야 할 일도 없었겠지.

어둠이 가득 찬 공터는 황량했다. 군데군데 시커멓게 탄 흔적만 남아있었다. 아직도 귓전에 사람들의 아우성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눈앞에 불이 훨훨 타오르며 무대배경으로 붙인 종이가 불에 붙어 오징어처럼 구부러지는 것이 보이는 듯했다.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찬우야!”

“희옥아!”

“병찬아!”


허공에 대고 목청껏 친구들 이름을 불렀지만 대답 대신 휘익 바람소리만 들렸다. 지붕이었던 천막조각이 푸들푸들 떨더니 바람과 함께 날아갔다. 난 목이 쉬도록 친구이름을 불렀다. 바람이 맞대꾸를 하듯 윙윙 거렸다. 가슴이 저려왔다.


“나, 돌아올게. 꼭 돌아올게. 미안하다. 얘들아.”

020-maria-6.jpg


-다음은 장편소설 독박골 산1번지 제8화 "꿈꾸는 사마리아인" 편이 이어지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제6화 서울, 과거로 돌아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