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날 줄 모르는 여행

그래도 너의 이름을 불러본다.

by 권소희

나는 셈이 서툴다. 꼼꼼하지 못해서 셈이 서툰 건인지 계산을 잘 못해서 꼼꼼하지 않은 건지 잘 모르겠다. 어떤 게 우선이든 결과는 내가 도통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게 요지다.


현실적이지 못한 내가 이제 와서 자책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마는 이재에 밝지 못했던 지난날을 뒤돌아보니 얻은 것보다는 꽤나 많은 것들을 잃은 것 같다. 어떤 것은 스스로 놓아버렸고 어떤 것들은 아예 포기했다. 그 모두가 돈과 연관이 있었으니 내가 나를 생각해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꿈2.jpg 나는 셈이 서툴다.

적지 않은 세월이었다. 내게‘꿈’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왔던 그것에 광신도처럼 매달렸다. 마치 황반변성에 걸린 환자처럼 그 한 가지만 빼놓고는 다른 것들은 모두 암흑이거나 혹, 화려해도 전혀 눈길이 가지 않았다. 그 길 이외에 다른 데는 관심이 없었다. 아니, 보이지 않았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한 고백이다.


신앙처럼 여겨졌던 열정이 내게는 곧 천국이었다. 가본 적도 없는. 그래서 나는 이해한다. 천국을 소개하는 종교인의 진지함을 말이다. 죽어서야 갈 수 있는 천국을 진짜로 다녀온 사람처럼 생생하게 전하는 그들의 천국이나 내가 가리키는 천국의 의미는 같지 않을지 모르지만 미지의 환상에 넋이 나가기는 마찬가지다.


안타까움이 있다면 영생을 안겨준다는 그들의 천국을 내가 믿지 못하듯이 사람들도 내 꿈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해하기는커녕 비웃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무엇보다 영구적인 직업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희생이었다. 하지만 그 포기는 꿈을 꾸는 자에게는 오히려 훈장 같은 선택이라고 여겼다.


꿈을 꾸었지만 솔직히 그곳으로 도달하는 길을 나는 알지 못했다. 게다가 운명이라고 믿었던 꿈은 갈수록 내가 치렀던 희생의 곱절을 더 요구했다. 얼마만큼의 실패를 거듭해야 하는 것인지, 이제는 다짐이나 결심도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만든다. 꿈이 내게 온 이유를 깨닫기 전까지는 난 허겁지겁 그것을 쥐려고 쫓아다녔다.

꿈3.jpg 꿈을 꾸었지만 솔직히 그곳으로 도달하는 길을 나는 알지 못했다.

좌절이 다가왔다. 나는 한 번도 꿈이 느닷없이 왜 내게로 다가왔어야 했는지 의문을 품지 않았다. 그 이유를 알았다면 세상에서 추구하는 인기를 부러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재능과 명성이 한 몸이라는 걸 깨달은 게 첫 번째 좌절이었고 설사 재능이 있다 해도 운이 따라줘야 한다는 걸 인정했던 게 두 번째 좌절이었다.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했을 때는 쓸개즙보다 더 쓴 씁쓸함이 가슴 깊은 곳으로 파고들었다. 재능보다는 운이 없는 탓이라고 몰아붙여도 위로가 될 리 만무다. 번민으로 뒤척이던 밤이 늘어갔다.

꿈4.jpg 내게 곁을 내어주지 않는 꿈, 너의 이름을 불러본다.

궤도를 이탈한 유성처럼 너무도 먼 길을 보상도 없이 걸었다. 내가 좋아서 택한 일이니 하소연도 내 몫이다.

그래도 나는 내게 곁을 내어주지 않는 꿈, 너의 이름을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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