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앞에 놓인 갈래길

세상은 양심이 승리하도록 셋팅 되어있다

by 권소희

가짜는 리얼하다. 어떨 때는 가짜가 진품보다 더 진짜 같다. 이 명제가 참일까 거짓일까 따지는 건 철학에서나 통할 일이다. 사람들은 모조 명품 가방에 깜빡 속고 화학첨가물로 만든 참기름에 속는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가짜에 속는 건 아니다. 가짜는 어디까지나 가짜다. 진짜 꿀이라고 믿고 싶지만 설탕이 섞였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가짜일까 진짜일까.

갈레길2.jpg 가짜는 어딘가 모르게 부자연스럽다

자연스럽지 않다고 모두 가짜일 수는 없겠지만 가짜는 어딘가 모르게 부자연스럽다. 사람이 죽는 연기 장면이 그렇고 노인 역할을 하는 젊은 사람의 연기가 그렇다. 여자연기자의 애 낳는 TV장면에 실소가 나오는 건 산통을 흉내는 낼 수 있어도 진짜 산모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부자연스러워도 연기를 하는 연기자에게는 너그럽다. 어디까지나 사실을 흉내 낸 배우의 몸짓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미리 알기에.


요점에서 벗어난 이야기지만 요새 뜨고 있는 라미란이라는 연기자의 몸값이 올랐다고 한다. 주연 뺨치게 인기상승이다. 그녀를 보니 예전의 한 연기자가 떠오른다. 신이라는 이름의 연기자는 개성이 있었다. 코믹했고 감칠맛이 났다. 그런데 그녀가 어느 날 양악수술을 한 얼굴로 나타난 것이다. 아쉬웠다. 얼굴이 예쁜 여자 연기자는 많았지만 그녀처럼 맛깔나는 연기자는 드물었기 때문이다.


여자 주인공을 맡아보는 게 그 바닥에서 말하는 성공이겠지만 그녀가 조연 역에는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면 좋았을 것을. 아마 그것을 깨달았다면 어쩌면 라미란보다 더 월등한 인기를 누렸을 지도 모른다. 양악수술 한 그녀는 가짜 얼굴을 얻고 잃어버린 진짜가 안타깝다.

갈레길3.jpg 남을 속이는 건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본능

학력위조, 짝퉁, 사기, 사이비, 성형, 모조, 뻥, 허위, 조작, 속임수, 표절 등등. 그러고 보니 세상은 가짜가 넘쳐난다. 동물들도 자신이 살아가기 위해 보호색이라는 걸 만든다. 군인도 위장술을 써서 적군을 교란시킨다. 남을 속이는 건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본능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진실이 아닌 것은 결국은 들통이 나기 마련이다. 신정아의 학력위조가 그렇고, 신경숙의 표절은 스스로 명예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정치인의 닳고 닳은 공약은 왜 그리 허탈한지. 영성이 전혀 없는 종교인의 이중적인 행동은 참으로 역겹다.


거짓은 무의식에 자리 잡은 욕망에서 태어난다.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고, 좋은 직장을 갖고 싶고, 자식이 잘 되길 바라는 욕망, 권력욕, 명예욕 등 욕망에 대한 목록은 수도 없다. 진리에 대한 욕망은 죽은 다음에 있을 사후세계까지 설계를 한다. 지옥을 절대 가고 싶지 않은 것이다. 잘 먹고 잘 산 사람은 잘 산 김에, 못 먹고 못 산 사람은 억울해서라도 천국에 대한 욕망이 간절하다.

갈레길4.jpg 거짓은 무의식에 자리 잡은 욕망에서 태어난다

사람들은 가짜에는 무방비다. 누군가 작정하고 속이려들면 사기를 피할 재간이 없다. 그렇다고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성공에 대한 욕망, 그 앞에 놓인 두 갈래 길에서 망설이는가.

세상은 양심이 승리하도록 셋팅 되어있다. 결국에는.

가짜를 선택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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