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첨에 약한 건 까마귀뿐만이 아니다.
이솝 우화 한 토막이다. 까마귀가 치즈 한 덩어리를 입에 물고 나뭇가지에 앉아있었다. 여우가 까마귀에게 말했다. “까마귀야, 네 목소리가 그렇게 듣기 좋다며? 네 목소리를 한 번 들어보자.” 그 말에 우쭐해진 까마귀는 흉악스럽게 “까악까악”하고 울었다. 그러자 치즈는 땅바닥에 떨어졌고 여우는 냉큼 떨어진 치즈를 물고 사라져 버렸다.
아첨에 약한 건 까마귀뿐만이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칭찬을 듣기를 좋아한다. 그런 심리를 능수능란하게 이용한 사람이 바로 클레오파트라다. 그녀는 남자를 유혹하는 천 가지의 아첨 기술을 알고 있다고 한다. 천 가지는 아니더라도 한두 마디의 아첨은 마음의 매듭을 풀어놓게 만든다.
괴짜가 아니라면 권력자는 아첨을 경멸하지 않는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어떤 권력자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아첨을 폭식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속으로 아첨을 탐닉한다.
네로 황제는 대중 앞에서 연설할 때 아우구스탄이라는 오천 명의 군인들로 구성된 특수 군단을 동원해 박수를 치게 했다. 연설이 아무리 지겨워도 그 군단이 박수를 치면 사람들도 덩달아 박수를 쳐야 했다고 하니 ‘자부심이 강한 사람만큼 아첨에 넘어가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말한 스피노자의 말이 괜한 억지는 아닌 것 같다.
아첨은 ‘대가를 기대하는 칭찬’이다. 또한 아첨은 인간이라는 종족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며 사회가 문명화로 가는 과정에 있어 조력자다. 다시 말하면 인간관계에 있어 빈 말이든 뇌물이든 사려 깊은 아첨은 앞날을 형통하게 만든다.
고대로부터 인간은 신을 찬양하고 권력자를 칭송했다. 역사가 진실이라고 보기에 어려운 점도 바로 이 때문이다.
나폴레옹은 자신의 대관식에서 200행의 시를 헌정한 다지라는 시인에게 산림부 관리 직책과 현금을 하사금으로 전달했다. 또 ‘고대의 위대한 인물들을 모두 능가하고 지혜의 거울이자 신과 같은 존재’라고 자신을 칭송한 삼류시인 브루에게는 우정국 차관 자리와 레지옹도뇌르 훈장 그리고 기사작위를 주었다.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칭찬이 주어진다. 남에게 칭찬을 듣기 위해 노력하는 건 아니지만 노력의 대가가 상으로 보상된다면 그것보다 더 기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부모는 자식에게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여자들이 화장을 하고 운동선수가 연습을 하는 이 모두가 실상은 칭찬 받기 위해서다. 설혹 남으로부터 듣는 칭찬은 주어지지 않더라도 최소한 자신에게는 만족감을 줄 수가 있다. 자기 만족감에 취해 남들 앞에서 자화자찬하다가 미움을 사는 경우도 있지만 자신에게 스스로 아첨하는 것이야말로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건 모든 아첨 중에 최고의 아첨이다. 그것은 내부에서 불붙는 열망이다. 열망이 시작되면 가치가 생겨나고 그 가치를 위해 노력하게 된다. 또한 그 노력은 즐거움, 그 자체가 되어버린다.
궁지에 몰려 몹시 괴롭거나 너무 의기소침해져서 도움도 청할 수 없는 때라면 더욱 스스로에게 아첨해야 한다. 그 아첨은 아침에 눈을 뜨게 하고 뭔가를 창조하도록 꿈틀거리게 만들 것이다. 귀를 쫑긋 세우고 내가 나에게 이렇게 속삭여보라.
‘나는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