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선이 담긴 공간
이번 글은 나의 이야기, 나의 시선과 작품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이야기를 풀어내기에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어려운 주제라고 생각한다. 내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은 완벽히 제3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며 이해할 수 있었기에 글을 편하게 써 내려갈 수 있었지만, 과연 '나'라는 사람은 완벽한 타인의 상태, 그러니깐 '나'와 분리가 가능한 상태로 바라보며 이해하고 판단 할 수 있을까? 이 문제는 항상 나와 함께 할 질문이다. 최대한 천천히 나를 되새기며 글을 써 내려갈 예정이다.
전부터 낡은 느낌의 흔적,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느낌을 좋아했다. 당시 그냥 개인 취향이겠거니라고 넘겨버렸던 이유는 지금까지 나를 알아간 결과, 시간을 담아낸 흔적들은 나를 알아갈 수 있는 하나의 증거로 남아있기에, 나의 시선은 계속해서 지나간 시간의 흔적을 찾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끊임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나를 담아냈던 모든 것들은 되돌아보면 나에게 의미로 쌓여,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주었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느낌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상태는 변하지 않지만, 그 상태를 바라보는 매 순간의 나의 감정과 생각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그러기에 되돌아볼 때 그때 순간의 생각과 감정이 달라지는 나를 발견할 수 있어 시간이 남겨져 있는 자연스러운 느낌을 좋아하게 되었다.
내가 썼던 이 작업실은 기존에 썼던 사람의 공간에서 크게 변동하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의 느낌을 좋아할뿐더러 그 공간 안에서도 계속 쌓아지는 나의 느낌을 추구해서 일까. 그리고 평소에 걷는 것을 좋아하기에 길을 걷다 발견한 특별한 시선들도 간간이 수집했다. 사진 속 보이는 것들은 중국, 북경에 있는 나의 학교, 내 주위의 사람들의 마음, 나의 생각 등 모든 에너지가 담긴 것들이다.
후에는 다른 사람이 이 공간을 쓰겠지만, 잠깐 동안 남아 있었던 나의 공간을 다시 되새겨 본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나랑 친해질 수 있게 해 준 이 공간에게 감사를 전한다. 매일 아침 8시, 나는 제일 먼저 작업실을 찾아와 조용히 내 시간을 보내고 수업을 들으러 갔다. 작업실의 아침은 창문으로 내리쬐는 햇볕 때문에 딱 기분 좋은 상태로 만들었고, 햇볕을 쬐다 보면 하루가 시작됐다는 경건한 의식을 하는 거 같기도 했다. 그리고 작업실 안에서 키웠던 내 화분과 안부 인사를 하고 적당히 놀았다 싶으면 수업을 들으러 갔다. 내 모든 관심과 애정을 담을 수 있었던 공간, 그 곳을 떠올릴 때마다 애틋해지는 건 당연한가 보다.
대학교를 다녔던 4년 동안 그린 그림들이 꽤 많았기에 작업실 안에는 보관하지 못했다. 변두리 남아 있는 공간이 있어 위 사진에 보이는 곳에 두었다. 지금까지 내가 그렸던 작품들을 보면 사람밖에 없다. 후에 그 이유를 얘기하겠지만 옛날도 그렇고 지금도 나의 시선은 오로지 사람뿐이다.
전에 공간은 사람이 내뿜는 에너지로 퍼져나간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라는 에너지가 퍼졌던 저 작은 공간을 떠올리며, 한때는 있었지만 지금은 없어졌을 저 공간을 그리워한다. 저 공간이 있었기에 나는 계속해서 시선을 모을 수 있었으며, 모았던 시선들은 에너지로 변하여 또 다른 환경에서 나의 공간을 만들어나가지 않을까 싶다. 나의 에너지가 만드는 공간이 차근차근히 퍼지고 다채로워지길 바라며, 퍼져나가는 과정 속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기를 바란다.
다음 편에서는 사진으로 담아냈던 나의 시선들과 그 속에서 배우고 알아갔던 나의 이야기를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