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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heek Sep 13. 2021

MY 디아오쒜, SNOWFLAKE 3부

미러링







2021.05.26, 영상은 라오지 손에서 탄생.


디아오쒜의 영상 촬영이 끝나고 우리는 날씨가 좋은 탓에 밖에서 더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카메라 배터리도 남았겠다, 라오지는 계속해서 영상을 찍었고, 나와 디아오쒜는 그냥 같이 놀았다. 솔직히 처음에는 카메라가 나를 찍고 있는 탓에 의식하고 긴장해버렸다. 뭘 해야 되나, 동작을 취해야 되나? 무슨 말이라도 해야 되는 건가?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그래서 영상 초반에 나는 괜히 '와 오늘 구름 진짜 이쁘다'말을 하고, 어색해서 웃음으로 무마해버리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그런 나를 말없이 디아오쒜가 따라 하기 시작했다. 그 시작으로 나는 괜히 더 움직여보고, 새로운 동작도 해보고, 디아오쒜가 따라 하지 못할 자세도 취해보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몇 분을 놀았을까. 어느새 나도 자연스럽게 그 아이의 동작을 따라 하게 되었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따라 하는 격이 돼버렸다. 근데 신기하기도 하지, 정말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상황이어서 주위는 신경도 안 써진 채 그 상황에만 집중되고 동화되었다. 디아오쒜가 풀 밭 위에 엎드리면, 나도 그것을 따라 풀 밭에 누웠고, 내가 고개만 들자 아이는 상체만 살짝 들었다. 작은 동작 하나하나에 나는 디아오쒜와 소통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작은 동작의 움직임이지만, 그것을 발견하고 알아내기에는 관찰이 필요하다는 것도. 


심리학에서 다루는 내용 중에 '미러링 효과'라는 게 있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과 같이, 상대방을 그와 비슷하게 모방하는 상태를 말한다. 미러링 효과로 상대와 은연중에 호감을 가지고 관계가 가까워지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나와 디아오쒜의 자연스러웠던 모방은 서로를 관찰하고 그 행동을 이해하고 동작으로 나타나기까지의 과정이 있었기에 서로가 그 순간만큼은 통하고 연결되었다는 느낌을 받은 게 아닌가 싶다. 


디아오쒜를 계속해서 아이라 부르는 이유가 있다. 항상 나의 눈꽃이 아이로 남아주길 바라서일까. 매 순간을 즐기고, 항상 호기심이 넘치며, 자기 상태에 무척이나 솔직하고 무엇보다 꽃을 좋아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이 아이가 변하지 않았으면 한다. 디아오쒜의 이야기는 여기서 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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