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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heek Sep 13. 2021

SOHEEK_ 나의 이야기 3(2) 부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변치 않기를


지금까지 그려 온 내 작품들을 통해 나는 스스로의 자아를 발견하고 이해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그 후의 나는 과연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사람으로서 나를 성장시키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나를 발견하는 과정을 과연 어떻게 그림으로서 나타낼 수 있을까? 


이런 과정을 겪은 후, 나는 각자가 쌓아가고 채워가는 시간의 개념이 너무 중요하게 여겨지게 되었다. 그동안 방황하고 고민하고 생각하며, 경험했던 모든 시간의 과정이 쌓이면서 나의 자아를 발견했다는 것, 이 이유가 나에게 시간이라는 개념을 중요하게 상기시켰다. 또한 그동안 내가 그려 온 작품은 대부분 사람의 얼굴이었다. 특히 노인들이 많았는데, 그 이유는 노인 얼굴에서 보이는 주름과 눈빛에서 이미 그들이 쌓아 온 시간과 경험에 대한 동경과 부러움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기에 나에게는 사람 얼굴의 주름이 우리 각자가 살아온 시간의 과정을 잘 보여주는 매개체라고 생각한다. 


나의 졸업작품 《时间地图》 시리즈는 사람 얼굴의 주름=내가 긋는 선, 선과 색을 쌓아가는 행위를 통해 시간을 쌓아가는 과정의 개념을 만들었다. 완성된 도안 없이 오로지 내가 긋는 선으로 완성되는 형태는 시간을 쌓는 과정을 통해 고유한 형태로서 나타낸다. 또한 이 작품은 내가 의식적으로 사람 얼굴의 형태를 찾아나가지만, 선을 긋는 행위는 손이 가는 대로 이루어진다. 그 과정 안에서 나는 계속해서 나에게 질문들을 던졌다. 

그림을 그리다 나에게 던져지던 질문들 중, 나는 어떤 상태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가? 의 의문점은 그림을 그리는 과정과 탐구를 병행하며 알아가고자 했다. 


나는 그림을 그릴 때 형태를 찾아나가는 ‘인지’의 상태, 즉 의식의 상태에서 기억과 감정을 인지하며, 습관으로 남아있는 내 비(非) 의식 상태에서 선을 긋고 쌓아간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또한, 나는 형식 충동의 이성과 감각 충동의 감성능력이 동시에 활발하게 활동하며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시간을 쌓다’라는 개념을 느끼며, 동시에 독자적으로 사고하며 나를 표현하는 상태가 되었다. 


또한 칸트의 《순수 이성 비판》 저서의 같이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는 무엇을 희망할 수 있는가? 에 대한 나의 자유와 해답은 시간을 누리고 싶어 하는 나는 이제부터 흘러가는 시간 속의 나의 흔적들을 찾고, 발견하는 것을 반복하며 나의 자아를 찾고, 내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찾아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간을 누리고 내가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을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시간을 쌓는다는 것, 정체된 화면이 아닌 과거, 현재와 미래가 보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겠다는 생각과 함께 ‘우리 사람 자체가 예술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람이 살아온 환경, 가지게 된 생각과 감정, 그리고 그 생각으로 나오는 행동과 태도 자체가 시간을 쌓는다는 걸 잘 드러낼뿐더러, 인간은 공간 자체로 존재한다. 그러기에 나는 다양한 사람들의 가치관과 그 가치관으로 파생되는 영향이 천천히 어우러지는 활동과 공간을 만들기를 희망한다. 그렇다면 나는 그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어우러져 나아진 흔적과 시간을 찾고 발견하며, 배워가며 매 순간이 쌓아지는 작품을 그려내길 바란다. 시간으로서 남아지는 흔적은 어떤 형태로 남길 수 있을지, 그것들을 시각적 언어로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는 앞으로의 내 숙제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나는 무엇을 희망하는가’라는 질문에 나는 보다 다양한 사람들의 가치관 속에서 흔적을 찾고 배우며, 계속해서 성장하길 바란다. 그 과정을 통해 수많은 나의 자아를 찾고 이 과정들을 나의 시간과 공간 안에 담아내길 희망한다. 그리고 이 마음이 변치 않기를.




내가 만들었던 작품 책자의 일부분들


작품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그렸던 작품들도 정리할 겸,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도 줄 겸, 내 작품 책자를 작게 만들었었다. 위에 사진들은 만들었던 페이지들 중, 몇 개만 추려서 올린 것들이다. 이놈의 정리하는 습관은 어쩔 수 없나 보다.



《FACEMAP, 时间地图》 습작들과 함께 졸업을.



졸업전시 개막식 날, 그리고 졸업식날, 나의 습작들도 시원섭섭하지 않게 선물 받았던 꽃과 함께 찾아갔었다. 내 기억 속에 남아있을, 늦은 새벽, 혼자서 미대 5층 복도에 걸어 놓았던 이 두 작품 앞에 자주 쪼그려 앉아 올려 보았던 그때의 순간들. 이 모든 시간과 과정을 같이 기념하고 추억하고 싶었다. 


아 이런, 전시할 때 얘기를 까먹었다. 다음 편에 계속 이어서 전시 준비할 때, 첫 개막식 날, 심장이 두근두근했던 썰 좀 풀어봐야겠다. 아니, 이야기가 언제 끝나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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