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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heek Sep 13. 2021

정말로 졸업했구나



20210625, 미대 졸업식날

4년이라는 대학생활을 마쳤다는 게 아직까지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길고도 너무 짧은 시간, 정말 두고두고 오래 기억에 남을 덩어리 같은 시간. 슬플 줄 알았던 졸업 당일은 전혀 슬프지 않았고, 오히려 온종일 웃고 뛰어다니고, 친구들과 사진을 찍느라 바빴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돌이켜보니 그 하루뿐만 아니라 그동안 학교에 있었던 시간, 그 커다란 덩어리로 느껴지니 이미 저만치 멀어져 버린 과거의 시간 같다. 멀어져서 아득해졌고, 아득해져서 그리워졌다. 아 벌써 이런 기분이 들다니.


졸업 논문 제목: 의식의 형태--목적과 과정: 나의 회화 속 창작 의의를 말하다.


졸업은 학교에서 제대로 마치고 싶어, 중국으로 넘어가 4주라는 격리를 참고 5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마무리할 준비를 했다. 아침과 오후에는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며, 작품을 그리고, 밤에도 또다시 작품을 그리며, 남아 있는 시간 동안 틈틈이 논문을 써 내려가는 그 5개월의 시간. 정말 하루하루 촘촘히 쌓아갔던 시간들. 




생각지도 못한 일이 있었다. 전화로 소식을 받게  날은, 친한 지인이 졸업전시를 보러 와줘서 전시장에 있을 때였다. 전화가 와서 받았는데, 회화과 조교님이 우수 졸업 학생 후보에 올라가서 내야  서류가 으며, 시간이 촉박하니 지금 서류 제출이 가능하냐고 했다. 전시장이기에 무슨 말인지  들리지 않아 일단은 미대로 가겠다고 했다. 지인한테는 미안하다고 하고 바로 미대로 뛰어갔다. 이미 여름이었던 그날은 무척 더웠고, 뛰느라 땀범벅인 상태로 교무실에 도착했다. 조교님의 당황스러워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각난다. 그렇게 급한 거는 아니라고.


조교님은 침착하게 작성해야 할 서류들을 알려주었고, 나는 아예 교무실에 눌러앉아 서류를 작성했다. 솔직히 그때도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실감이 나지 않아 어안이 벙벙했다. 오래 쓴 나의 노트북이 갑자기 꺼지는 일이 종종 있었기에, 서류를 작성하면서 제발 전원이 꺼지지 않기를 간절히 빌면서 작성해나갔다. 조교님은 옆에서 조건에 맞는 점수와 교수님들의 추천으로 내가 후보에 올라갔으며, 지금 내는 서류는 각 학과에 한 명씩 우수 성적과 우수 논문을 뽑힌 학생을 학교에 올리는 것이며, 우수 학생들 중에서 또 학교 소장이 될 작품을 뽑는다고 했다. 그러니 좋은 소식을 기다려보라고. 그때 나는 후보로 됐다는 사실도 감격스러웠는데, 소장은 어떻게 되들었는지 말든 지었다. 



학교 우수작품 소장 수여식


설마 하기도 했고, 긴가민가 했던 이 소식은 졸업식 당일 체감하게 되었다. 학과의 우수 학생으로, 또 학교 소장 작품에도 뽑혔다. 솔직히 진짜 뽑히게 될 줄 몰랐다. 상장을 받으러 무대 위에 서 있을 때도 그때의 상황이 실감 나지 않아서 웃음만 나왔다.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듯, 작품에 많은 의견, 그리고 격려를 해주었던 지도 교수님. 같이 작품 얘기를 나누며 고민도 같이 한 나의 3인방, 그리고 같이 밤을 새우며 논문 번역을 도와준 라오지와 디아오쒜에게 또 다시 감사하며, 무엇보다 나의 1호 팬들, 나의 가족, 항상 많은 지지와 관심을 가져주는 엄마, 아빠께. 직접적으로는 부끄러워서 얘기 못했지만 언제나 많은 의지와 사랑한다고, 그리고 항상 감사하다고 적어 내린다.


정작 상을 받을 때도, 지금에서도 실감은 안 나는 수상이었지만.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다. 나는 계속해서 작품을 그려나가기를, 그리고 꾸준하게 차근차근히 시간을 쌓아나가기를 바란다. 





내가 애정 했던 대학 생활, 아직까지 애정 하는 나의 4년이라는 시간. 지금 이 순간에 글을 작성하고 사진을 보면서 먹먹한 마음이 잔잔히 올라온다. 잘 마무리하고 정리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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