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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희감성 Sep 23. 2019

“당신은 내 여자친구니까 좋습니다”

그런 고백, 영원히 날마다 듣기를 바라며

요즘 그의 한국어 공부에 불이 붙었다. 한국어 실력을 늘리기 위해 매일 공부에 매진하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가끔 존댓말 연습을 하기 위해서 나를 ‘사장님’이라 부르기도 한다. 연습용이긴 하지만 사장님이 돼보는 것도 기분이 나쁘진 않다.


그 중에서도 너무 듣기 좋은 그의 한국말 어록을 정리해봤다.


“고맙다”


항상 특유의 장난스러운 듯한 톤으로 고맙다고 말하는 것이 그 첫 번째다. 그러면서 연한 녹색의 두 눈으로 나를 따뜻하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을 때면 여기가 내가 머무를 곳이구나 싶을 정도로 마음이 따스해진다.


“귀엽다”


특유의 장난스러운 톤으로 내 손이 자기보다 작다며 귀엽다고 좋아할 때의 말투도 사랑스럽다. 내가 아직도 귀엽다는 말을 듣기 좋아할 줄은 몰랐다. 그냥 그 사람 옆에선 내 모든 게 작아 보이니까 그 자체로 그 사람은 귀여움을 느꼈나보다. 누군가에게 작고 사랑스러운 존재가 된다는 것의 기쁨을 느끼게 되었다.


“자기야”


언젠가 카페에서 누군가가 ‘자기야’ 하고 부른 걸 보고 내가 물었다. “자기가 뭔 뜻인지 알아?” 그는 모른다고 했고 내가 설명해주자 그냥 가만히 들었다. 말이 없길래 쑥스러운가 싶어서 자연스럽게 다른 화제로 넘어간 적이 있다.


그러다 오늘 오후에 만났다가 잠시 헤어질 때 여느때처럼 가볍게 인사하고 돌아서는데 그가 갑자기 ”자기야” 하고 외쳤다. 나는 순간 심쿵해서 놀라면서도 깔깔 웃으며 “누가 자기야? 내가 자기야?” 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의 얼굴과 귀가 또 붉게 물들고 말았다. 그리고는 대답도 없이 또 “자기야” 하면서 그 특유의 장난스러운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몇 시간 뒤 “‘자기’라고 부르는 거 어때? 괜찮아?” 하고 내가 다시 물었다. 그러자 그는 수줍게 입꼬리를 올리며 “괜찮아” 하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따뜻하게 내 손을 잡아줬다. 그리고 ‘자기’가 뭔지 알고난 뒤에 날 자기라고 먼저 불러준 것을 기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신은 내 여자친구니까 좋습니다”


맥락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자기라고 불러도 좋다고 이야기한 뒤였던 것 같다. 뭐 때문에 그러냐고 물었다면 분명히 그냥 그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아서 말했을 뿐이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그는 그렇게 로맨틱한 말들을 그렇게 쏟아내곤 한다. 아무런 맥락 없이 즉흥적이지만 내 마음을 녹여버리기에 딱인 그런 멘트로 잘 골라서 말이다.


“내가 당신 여자친구라서 좋다구요?”


내가 확증을 하기 위해 되물었다.


“네”


짧은 긍정의 대답이지만 마음을 깊이 울렸다. 그리고 언제나 함께 하면서 매일매일 새롭게 사랑하는 사이로 지내자고 약속했다.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우리 두 사람에게는 확고하니까 믿음대로 될 것이다.


지금도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기도를 끝낸 뒤 갑자기 나를 번쩍 들어 올리며 했던 말도 눈과 귀에 새겨졌다.


“너 하나도 안 무거우니까 무겁다고 말하지 마”


근처 조명 탓인지 반짝거리던 그의 두 눈이 내 마음에 와박혔다. 그의 행동에 너무 놀라기도 했지만 내 영혼은 마치 이미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했다.


‘당신의 아름다운 눈이 그렇게 말한다면 그렇게 분부 받잡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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