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가에 맴도는 목소리

그리고 함께 시작하는 새해, 새 십년

어느새 중독이 돼버린 걸까. 귓가에 맴도는 그의 목소리가 너무 익숙해져버렸다. 자동적으로 그가 한 말들이 머릿속에 재생이 된다. 그것도 너무 분명하게... 가끔은 마치 옆에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변화가 너무 좋다는 것이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의 습관들이 눈에 선해지고 그가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되는 확률이 높아지고 그의 향기도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런 변화가 자연스러운 것이겠지만, 또 분명히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더 반갑다. 내가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것을 이렇게도 좋아하는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큰 변화이다.

그와 나누는 이야기가 즐겁고 우리가 서로 함께 했던 추억들을 나눌 때도 감사하고 그의 관심사가 나와 비슷하다는 사실도 재밌고 서로가 바보 같을 때에도 그저 행복하다는 것이 이상하면서도 좋다. 그 사람이 완벽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이상하게 편안하게 내 삶에 스며들어오는 그 사람이 신기하고 재밌다.

그 사람에 대해서 더 많이 알게 되는 게 두렵지 않고 더 알고 싶어지고 더 원하게 되는 건 이게 정말 사랑이어서일까. 어떤 무모한 도전 속에 재밌는 우연들로 엮어진 채 만나게 된 우리이기에 누가 봐도 인연이라고, 운명이라고 말을 한다. 하지만 그 사실 외에도 이 사람과 가까워지는 것 자체가 편안하다는 것은 내게 무슨 사인과도 같은 의미이다.

그 사람이 어려움 가운데서 고통스러워 할 때 옆에 있어주는 것도 좋고 그가 원할 때 옆에서 도움을 줄 수 있음에 감사하다. 물론 그가 고마워 할 줄 아는 사람이고 좋은 사람이 되려 한다는 점이 좋기도 하지만 그저 이 영혼을 가진 이 사람 자체가 이상하게 왜 좋을 걸까 싶을 정도로 좋다.

사실 지금까지도 그렇게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우리 꽤 많은 일들을 함께 거쳐왔다. 많은 대화들을 나눴고 그러면서 서로 많은 영향을 주고 받았다. 그 사람의 연약한 영혼이 더욱 위태로울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내 귓가에서 멈추지 않고 재생되는 그의 목소리가 좋다. 달콤하든 그렇지 않든 내 귓가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이 좋다.

누가 봐도 싫을 것 같은 그의 단점을 봐도 정이 안 떨어진다는 게 놀랍다. 오히려 안아주고 싶다. 그와 함께 하는 시간들이 좋다. 오래 지나지 않아 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지금도 완벽하다고 할 수 없지만 우리가 만들어갈 추억과 신뢰가 기대된다. 정말 이상하게, 다가올 미래가 별로 걱정되지 않는다. 내가 드디어 미친 걸까.

그래... 미치든 말든 귓가에 맴도는 그의 목소리가 재생을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계속 이렇게 사랑스러운 울림으로 남아주길 바란다. 그리고 새해 더욱 신뢰가 깊어지고 사랑의 관계가 두터워지고 많은 예쁜 추억들, 대화들을 함께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함께 열어가게 될 새로운 십년 역시 우리에게 잊을 수 없는 수많은 아름다운 순간들로 가득할 것이라고 믿는다. 사랑으로 가득차게 될 것이다. 날마다 새롭게 사랑에 빠지듯 샘솟는 사랑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오로지 기쁨과 감사만이 넘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