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를 길들였나요

누군가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은 눈물을 흘릴 일이 생긴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by 이열매

행복했던 시간 동안 사랑의 총량을 거의 다 써버렸던 걸까. 한 달 후 그는 꿈을 위해서라며 O튜브를 시작했고 우리는 삐걱대기 시작했다. 연락하는 시간도 나를 만나는 시간도 그는 줄여갔다. 난 혼자인 시간이 많았고 그의 연락을 기다리는 시간이 늘어갔다. 하루에 한두 시간씩 통화하던 시간은 잠깐잠깐 통화하는 거로 줄여가다 이제는 그에게 전화가 오지 않았다.


그에게 이미 너무 깊게 길들여져 있던 난 슬퍼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달을 더 만났다. 결국 그는 작업할 시간을 달라며 2주 동안 연락도 만나지도 않는 시간을 만들었다. 그 시간 동안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바빠진 그를 이해해주지 못한 내가 잘못된 것 같았다. 난 바쁜 남자 친구와 만나는 방법을 O튜브 등에서 찾아보며 그를 이해해주지 못한 것에 더 미안함을 가졌다.


그와 잘 만나리라, 내가 사랑하는 그의 꿈을 더 응원해주리라 마음먹고 내가 미안했다며 짧은 편지와 선물을 보냈다. 답장이 없었다. 그의 sns는 사라지고 새로운 계정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곳에는 그 2주간의 시간 동안 활발하게 올린 글과, 모르는 사람들과 댓글을 주고받으며 좋아 보이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이별을 확신했다. 철석같이 믿고 기다리던 시간이 그에게는 이별을 결정하고 이미 나와 멀어지는 시간이었다. 그에게 전화가 왔다. 난 다음날 만나서 얘기하자 했다.


왜 나에게 2주란 시간을 달라고 했는지, 왜 나에게 미리 이별의 언질을 주지 않았는지, 몰래 sns는 왜 만들었는지를 물었다. 눈물이 흘렀고 가슴은 천 갈래로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그와 헤어졌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일하면서도 눈물이 나서 일도 못했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은 그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 하루 종일 나를 감쌌다. 그 느낌은 너무 고통스러웠다. 일을 할 수도 잠을 잘 수도 없었다. 마음을 통째로 도려낸거같아서 뻥 뚫린 그곳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 느껴졌다.



헤어지기 며칠 전까지도 우린 같이 놀러 갔었다. 그는 나에게 너무 예쁘다는 말과, 다음에 꼭 다시 여기 오자는 말을 했다. 스트레스가 풀린다며 나와 보내는 시간을 즐거워해 줬다. 하지만 이별할 때 그가 나에게 했던 말로는, 나와 놀 때는 너무 즐거운데 집 가면 허무한 그 느낌이 너무 싫었다고 한다. 해야 할 것들이 많은데 집에 가면 다시 그 끝내지 못한 것들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했다. 나를 만나면서 매번 시나리오가 미뤄지는 게 싫었다고 했다. 혼자 결정하고 통보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하지만 미래에 결혼을 원하는 내가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이것이 우리를 위한 선택인 것처럼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의 생각이 섣부른 생각이었다고 생각했다. 결혼은 단지 우리가 오랫동안 잘 사귀어서 결혼을 생각할 때가 됐을 때, 그러니까 적어도 2~3년 후의 일이었다. 나는 헤어지던 날 그에게 말했다. 당신과 만나면서 당신이 나에게 큰 상처를 주거나 당신에게 실망스러운 모습이 보이면 난 당신과 결혼하지 않을 거라고. 그리고 당신의 우선순위가 이상하다고. 영화감독이 꿈이면 영화 시나리오가 우선이어야 하는데 당신은 O튜브나 매일 글 써서 sns에 올리는 것을 하느라 영화 시나리오가 미뤄진다고. 그런데 그 모든 것이 나 때문에 미뤄지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고. 내가 마치 방해꾼이 된 것처럼 생각한다고 했다.


나는 그를 위해서 연락도, 전화통화도, 만나는 시간도 줄여나갔다. 나에게 넘치도록 집중하던 그의 마음이 멀어지는 것을 보면서 서운했었다. 그런데도 그를 이해해주려 했고, 이 상황에 익숙해져가려고 했었다. 헤어지고 돌아서며 "오빤 일도 사랑도 O튜브도 영화도 어떤 것도 성공하지 못할 거야."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내 번호를 지워달라고 했다. 나는 마치 그에게 시나리오가 필요해서 이용당한 것 같았다. 그래서 연고도 없는 날 고른 것이라 생각했다. 이 모든 상처를 안고 나는 그를 잊기 위해 노력했다. 배신감에 상처나버린 모든 곳을 애써 막으며 하루하루 버텼다. 그와의 모든 연결고리를 끊어버리려 카톡, 전화, 문자, sns 등 모든 것에서 그를 차단했다.



다음날부터 아침저녁으로 그에게 계속 연락이 왔다. 망할 핸드폰이 차단을 해도 통화목록에서 차단된 전화가 왔음을 표시해줬고, 차단된 메세지함에서 그에게 온 문자를 읽을 수 있게 했다. 그 어떤 연락도 받지 않자 사용하지 않던 sns 통해서도 메시지를 보내왔다. 나는 답장하지 않았다. 그리고 또 그에게 전화가 왔다. 애써 끊어내려 하던 모든 것들이 실은 버거웠다. 눈물이 나서 몇 시간을 소리 내서 울었다. 그리고 그가 나에게 보낸 메시지를 계속 읽었다.


헤어진 다음날 아침에 온 문자 메시지였다.

─소영아 이 메시지를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보내볼게. 난 그냥 너무 무서웠나 봐. 차라리 네가 소중한 사람이 아니었으면 지금 같은 상황에 아무렇지 않게 그냥 만날 수 있었을 텐데 그런데 너는 점점 소중해지고 네 마음이 느껴지고 내가 마음이 가는데 내 욕심 때문에 계속 내가 기다리게 하고 너만 힘들게 하는 거 같아서 차라리 지금이라도 끝내는 게 서로를 위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거였는데... 이게 서로에게 덜한 고통이길 간절하게 바라기만 할 뿐이야. 내가 겁이 많아졌나 봐.. 나를 이해해 달라고는 안 할 테지만.. 내가 너를 생각한 마음은 진심이었어 정말이야.. 그래도 이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혼자서 결정하고 결심한 거야 정말 미안해 정말 미안.


저녁에는 우리 동네로 올 테니 얘기 좀 하자는 메시지가 왔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사용하지 않던 sns로 메시지가 왔다.

─소영아 혹시나 읽을 수 있을 줄 모르겠어. 내가 아마 살면서 가장 크게 실수한 게 아닌가 싶어 실수라는 말도 정말 무책임하게 들릴 정도로. 그날부터 오늘까지 2일 동안 잠도 못 자고 아무것도 손에 안 잡혀 네가 나한테 사랑을 줘서 내가 그 소중함을 모르고 신경 안 쓰고 편하게 다른 거에 집중했다는 걸 바보같이 지금 알았어. 하루 종일 힘들어하고 있어 돌이킬 수 있다면 매일 사과하고 싶고 만나서 다시 이야기하고 싶어 꼭 연락이 됐으면 좋겠다.


저녁이 되자 또 그에게 전화가 왔다.


난 그를 이대로 놓아버릴 수가 없었다. 아직 나의 마음은 너무 컸고, 그 마음을 그냥 덮어두기에는 내가 더 힘들 것 같았다. 결국 그에게 울며 전화를 걸었다. 그는 전화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우리는 새벽 늦게까지 통화를 했다. 그는 자신이 바보 같았다고. 결혼은 나중 일인데 그리고 결혼해도 둘 다 같이 할 수 있는 거였는데 자신의 선택이 잘못됐다고 말하며 언제쯤 결혼하고 싶냐고 어떤 결혼을 하고 싶냐고 물었다. 신중하게 결정하자고 했다. 다시는 나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꿈이 1순위인 사람과, 사랑이 1순위인 나.

우리는 다시 만나는 게 정말 맞는 건지 계속해서 대화했다. 하지만 나누는 대화들이 무의미하게 우린 서로에게 끌렸고 이대로 마음을 접을 수 없었다.

그렇게 우린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에게 상처 받았던 마음을 그가 다시 덮어주었다. 이젠 정말 나 없인 못살겠다며 다시는 이런 식으로 날 떠날 일은 없을 거라며 미안해했다. 그가 낯설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상처를 덮으려, 나의 불안한 마음을 그에게 주지 않으려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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