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라 공부했지만 가장 망했던 수능 1
내가 꿈을 포기한 이유
나는 경찰이 꿈이었다. 경찰은 작가나 치위생사와는 완전 다른 직업이지만, 한때는 경찰이 되는 것만 생각해도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했었다.
나는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성적이 우수한 편이었다. 반에서 1등을 해본 적도 있었고, 중학교 때는 공부를 하지 않아도 국, 영, 수 정도는 거의 항상 만점을 받았다. 물론 사회나 과학도 약간만 공부를 하면 만점이 나오기도 했다.
내가 공부를 하지 않아도 성적이 잘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우리 지역에 무섭기로 소문난 학원이 있었는데, 나는 그 학원에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약 3년 정도를 다녔었다.
공부를 하지 않아서 엉덩이에 피가 날 정도로 맞는 아이들을 봤다. 어린 나이에 성적이 안 나오면 매를 맞는 게 무서워서 초등학생 때부터 새벽 2시 반까지 울며 공부하다 잠들고, 엄마한테 새벽 6시 반에 깨워달라고 해서 울면서 공부를 했던 기억이 있다.
그 학원을 약 3년 정도를 다니면서 나는 제일 높은 반 까지 올라가 봤었고, 선행학습 덕분에 난 그 학원을 그만두던 중학교 1학년 여름 무렵 중학교 수준의 주요 과목은 모두 끝마친 상태였다.
그렇게 중학교 때 항상 성적이 잘 나와서 난 공부가 아주 쉬운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예체능이나 다른 과목은 거의 공부하지 않아서 전체 평균이나 반 등수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니었고, 같은 학교 친구들조차도 내가 공부를 꽤 했었다는 걸 잘 모르는 친구들이 많았다.―
고등학생이 되고 난 후, 중학교 때처럼 생각하고 공부의 중요성을 잘 몰랐었다. 초등학교 때 남들의 몇 배를 공부했기 때문에 중학교 때 성적이 잘 나왔던 거였는데, 고등학생 땐 아무런 노력 없이 성적이 잘 나오길 바랬던 것이다.
하지만 2학년 1학기 때까지만 해도 성적이 그리 나쁜 편은 아니었다. 또 나는 수학을 좋아하기 때문에 수학 성적은 늘 좋은 편이었고, 다른 과목은 공부를 안 해서 그렇지 열심히만 하면 금방 오를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1학년 때 영어 성적을 받고 충격 먹어서 공부를 좀 했더니 몇 페이지짜리 영어 지문이 다 외워졌다. 그리고 바로 다음 시험에서 하반에서 상반으로 올라갔기 때문에 더욱더 자만했던 것 같다.
2학년이 되고 나서 난 이과에 지원을 했다. 수학을 좋아하기도 했고 이과는 수학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수학 공부하는데 거의 하루의 반을 썼던 것 같다. 쉬는 날엔 아침 7시에 도서관에 갔다가 밤 11시까지 밥도 안 먹고 공부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이라는 꿈이 더욱더 확고해지면서 나는 경찰행정학과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고, 대학 입학 시에 경찰행정학과는 수리 가형을 보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수리 나형으로도 지원 가능하기에 난 더 이상 수학 공부를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이미 이과 수학의 수 2, 적분과 통계까지 공부해버린 상황이라 수학 공부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 것이 좀 아깝긴 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3학년 때 문과로 전향하기로 결심했다.
새로 공부해야 하는 사탐의 대부분이 나와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이야기를 듣는 건 재미있지만 이해 없이 달달 외워야 하는 지리나 역사적 사건의 연도 등등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난 윤리와 경제를 선택했다. 윤리는 공부하는 것 자체도 재미있었고, 철학적인 내용이 삶에 도움이 된다고도 느껴졌다. 경제는 수학이랑 약간 겹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재밌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고등학교 3학년의 대부분은 경제, 윤리, 언어, 외국어를 공부하며 보냈던 것 같다. 수리는 이미 문과 이상의 수학을 모두 공부해놨기 때문에 모의고사나 학교 시험에서 거의 만점을 받았었다. 다행히 윤리는 너무 재밌어해서인지 몇 개월 만에 좋은 성적을 받게 되었고, 경제도 어느 정도는 성적을 잘 받게 되었다.
하지만 언어와 외국어가 문제였다. 속독이 안 되는 탓에 늘 시간이 부족한 것이었다. 모의고사 문제집을 풀면서 집중이 잘 되는 날엔 2~3개밖에 안 틀리는 날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날은 내 기준에 형편없는 성적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