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나 언니에게는 힘든 일이 있었음을 얘기하기가 쉬운 편인데, 부모님께는 그런 것을 모두 이야기하는 게 힘들다. 아마 부모님도 나도 서로에게 힘든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밝고 건강한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서 그런 것 같다.
따로 독립해서 나가 있던 탓에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집에 와서 부모님을 뵙곤 했는데, 하루는 너무 힘들었던 탓인지 계속해서 울컥하는 마음이 목 끝까지 차올라 툭하면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엄마가 차려준 밥을 앞에 두고 수저를 뜰 수 없었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목에 힘을 주며 꾹 참고 있었다.
엄마는 엄마를 못 쳐다보며 말을 아끼고 있는 나에게 "왜 울 것 같니..?"라고 하셨다. 나는 "아니야, 내가 왜 울어?~"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엄마를 등지고 겨우 대답했다.
외출하고 오겠다는 엄마에게 잘 다녀오시라고 인사한 뒤 엄마가 문을 닫고 나가자마자 눈물이 터져 나왔다.
소리 내서 끅끅거리며 울면서 밥을 먹었다.
엄마는 티 내지 않으려고 울지도, 별 말도 안 하는 딸을 보고도 다 아시는 듯했다.
그날 저녁에 엄마에게 다 털어놓았다. 실은 힘든일이 있었다고, 너무 힘들어서 혼자 오피스텔에 있는 게 너무 힘들다고. 오피스텔에 돌아갈 때마다 가기 싫어서 눈물이 나고 그냥 엄마가 있는 이 집에 있고 싶다고 엄마에게 안겨서 엉엉 울었다.
엄마는 "그래서 그랬구나.. 그래 어쩐지 이상했었어. 애가 풀이 죽어가지고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은데 말은 안 하고.."라고 하시며 나를 안아주셨다. 마음 놓고 울라고 내 이야기를 다 들어주시며 나를 다독여주셨다. 그래도 눈물이 멈추지 않아 서럽게 우는 나를 보더니 마주 보고 앉아서 애기 놀아주듯 내 손을 잡고 장난을 치셨다.
마주 보고 양손을 잡은 채 팔을 좌우로 흔들며 "울지 마라 아가야~"하시며 노래를 불러주셨다. 그냥 나오는 대로 흥얼거리셨던 노래였어서 가사가 기억나진 않지만, 순간 그 상황이 주는 위로에 눈물이 더 크게 터졌다가 이내 눈물을 멈추고 웃을 수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순간이었다.
장난기 어린 미소를 띤 채 내 눈을 마주 보며 두 손을 잡고 장난치던 엄마의 모습. 다 커버린 딸을 아직도 아기 대하듯 사랑스러워하며 노래를 불러주며 달래주는 엄마의 모습. 이 모습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내 기억 속에 영원히 기억될 그 모습이지만, 그 모습을 영상으로 볼 수 없음에 슬펐다. 만약에, 아주 나중에 엄마 없는 세월을 살게 될 그 순간이 오면 너무나 보고 싶은 모습일 것 같다.
사랑하는 나의 엄마. 당신도 누군가의 딸인데 당신은 나에게 주는 사랑만큼 사랑을 많이 받으셨나요. 항상 주기만 하는 당신이기에 가끔 상처 받진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
당신이 주는 사랑만큼 받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난 당신이 속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부모가 살아계실 때 사진보다 동영상을 많이 찍어 놓으라고 하던데, 당신 동영상을 그동안 하나도 찍어놓은 게 없다는 게 속상합니다. 나중에 당신의 음성이 듣고 싶을 때 그 그리움을 어찌할까요. 그래서 난 앞으로 당신의 동영상을 많이 찍어놓으려 합니다.
그리고 다음 생에도 나의 엄마가 되어달라고 말하고 싶지만, 당신만큼 내가 잘해줄 수 있을진 몰라도 다음 생엔 내 딸로 태어나주시겠습니까? 당신이 줬던 그 사랑만큼 내가 더욱더 사랑해주고 싶습니다.
혹여나 조금의 생채기라도 날까 나를 애지중지하며 키웠을 당신일 텐데... 잘 몰랐던 시기에, 철없던 나의 말에 상처 받았을 당신에게 미안합니다. 좋은 사람으로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내 앞을 왔다 갔다 하며 집안일을 하고 나와 눈 마주치고 대화하는 당신에게 사랑을 느낍니다.
내 곁에 오래오래 그저 건강하게만 있어주세요.
살다 보면 부모님과 싸울 때도 있고 부모님이 이해가 가지 않을 때도 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오는 다른 부모님들과 비교하며 나의 부모님이 부족하게 느껴질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 그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며 키워주셨을 부모님일 것이다.
처음 부모가 되어 서툴렀을 테지만 힘든 순간에도 울음을 삼키며 웃음을 주고, 내 자식만큼은 부족함 없이 키우려고 노력했을 부모님이다.
부모님에게 바라기만 하지 말고 내가 먼저 손 내밀며 사랑해드리는 것은 어떨까.
부모님도 사람이기에 가끔 실수할 수도, 화해하고 싶어도 다가가기 어려울 때도 있을 것이다.
부모님에게 "넌 나의 자랑이야."라는 말을 듣기 전에 "부모님을 만나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으로 자랐어요."라는 말을 해드리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