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만나는 시간 동안 나는 그에게 꽤 많이 길들여져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를 길들이지는 못했던 모양이다. 내가 그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며 안고 가려고 했던 그와의 관계가 그에게는 부담이 되었다.
연인이라면 누구나 기꺼이 내는 연인과의 데이트 시간이 그에게는 부담이었다. 일주일에 하루의 데이트 시간을 받아내기 위해 나는 2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었다. 하지만 이별 후 그에게 들은 말로는 그 시간을 내기 위해 노력하는 자신의 에너지가 아깝고 낭비된다고 느껴졌다고 한다.
내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도 알고 있고 자신에게 너무나 잘해준다고 생각했지만, 계속해서 미안하다고 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게 싫었고 그런 상황을 만드는 자신도 싫었다고 한다. 나는 주기만 하는데 자신은 이기적으로 일만 하고, 이기적으로 자기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고.
그에게 나는 앞으로 만날 수 없는 가장 좋은 사람, 좋은 여자 친구였다고 한다. 그래서 한때 자신의 일을 무시할 정도로 날 소중하게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이루지 못한 것에 집중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그러기 위해서는 나처럼 좋아해 주는, 나만큼 좋아할 만한 사람을 안 만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누군가와 만나서 설레고 연애를 시작한다는 것은 흔한 감정이다. 하지만 누군가와 길들여진 관계를 맺는다는 것, 그것은 평범한 사람들이 서로에게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존재가 된다는 의미이다.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겠지만 누군가에게서 오는 행복은 너무나 값지고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그만큼 길들여진 관계에는 책임감이 따라야 한다.
함부로 누군가를 길들였다가는 내가 상처 받을 수도 있다. 그리고 반대로 나로 인해서 길들여진 누군가가 엄청난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그래서 관계를 맺을 때는 늘 신중해야 한다.
흔히들 연애 전이나, 연애 초반에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이상의 말이나 행동을 한다. 하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했던 나의 거짓된 행동이나 말에 길들여져 버린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어린 왕자'에 나오는 여우가 하는 말들은 예쁜 말들이 많다. 왠지 모르게 슬프지만...
길들여지고 길들인다는 것은, 장미 같은 존재를 내가 만드는 것이다. 그 장미는 내가 두고 떠날 수도, 곁에 쭉 남아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당신은 장미가 될 수도, 어린 왕자가 될 수도 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나만의 연애관이 있었다.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
나는 그와 이별한 후 한 여성분에게 "당신이 사랑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원하던 사랑이라고 생각했어요. 당신은 나의 뮤즈였어요."라는 말을 듣게 됐다. 나는 이 연애를 끝내면서 내가 사랑할 때 얼마나 빛나는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
그와의 연애는 나에게 많은 상처를 남겼지만, 나는 이겨냈다. 이 연애를 마치며 나는 많은 것이 달라졌고 배운 게 많았다.
이제는 다른 연애관이 하나 생겼다. 상처 받을 것이 뻔한 관계와, 연인 외에 중요한 게 너무 많은 사람에게 내가 길들여지게 놔두지 않을 것이다. 길들일 가치가 있는 사람과 길들여진 나를 소중히 대해줄 사람을 잘 구분해야 한다.
나는 이 상처가 다음 연애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을 때, 다시 사랑을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또, 다시는 오지 않을 사랑처럼 상대방을 사랑할 것이다.
한동안은 다시는 사랑을 못 할 것 같고, 일상을 눈물로 채우며 허전하고 공허한 마음을 부여잡고 있겠지만 다시 찾아오는 사랑에 웃음 지을 날이 올 것이다.
'이랬다면 어땠을까', '그때 그러지 않았더라면 헤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 속에서는 아무런 해답도 찾을 수가 없다. 아무리 잘해줘도 떠날 사람은 떠나가고 잘해준 게 하나도 없어 미안하기만 해도 남아있을 사람은 내 곁에 남아있는다.
하지만 사랑에 있어서 승자는 당신이다. 사랑에 있어 최선을 다하지 못한 사람은 언젠가 그 사랑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다. 당신은 훗날 그 사랑을 생각하며 미소 지을 수 있어도, 최선을 다하지 못한 사람은 씁쓸함에 쓴웃음을 삼킬 것이다.
사랑하느라 애썼다.
당신이 사랑하는 모습이 참 예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