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힘들었던 날들이 있었다. 몸과 마음에도 여유가 없었고, 사람을 만나는 것도 의미가 없었다. 퇴근하고 아직 해가 저물지 않은 시간, 아직도 하루가 많이 남아있었지만 왜 이렇게 힘든 것인지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받지 못했던 기억까지 올라와 공허한 마음이 나를 발 디딜 곳 없게 했다.
거리에는 웃으며 팔짱 끼고 지나가는 연인들, 친구와 통화하며 크게 웃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과 그 사이에 둘을 쏙 빼닮은 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부부들, 그리고 그들을 먼 세상처럼 바라보며 서있는 내가 있었다. 직장상사에게 미움을 받았던 일도 친구와 다퉜던 일도 사랑하는 이가 나에게 사랑이 아닌 의무감을 보였던 일도 모든 게 나를 한없이 작아지게 만들었다.
직장에서는 그저 열심히 하고 싶었고 친구들과는 그저 웃으며 지내고 싶었고 사랑하는 그에게는 사랑을 많이 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쉬운 게 없었다. 가장 지키고 싶었던 모든 것들이 나와 멀어졌다. 이 힘든 시기에 가장 나를 안아줬으면 했던 사람에게도 난 기댈 수가 없었다. 그저 "괜찮아" 한마디 하며 나를 안아줬더라면 나는 다시 힘을 낼 수 있었을 텐데 따뜻한 말 한마디 포옹 한 번이 그에게는 그렇게 어려웠나 보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정처 없이 걸었다. 혹시라도 눈물이 툭 튀어나올까 봐 버스를 타는 것은 포기했다. 핸드폰을 꺼내 들어 봤지만 누구에게 연락해야 할지 마땅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핸드폰을 다시 집어넣고 그냥 혼자 걷는 길을 택했다. 걷다 보니 눈 앞에 빠르게 지나가는 자동차와 짝을 이뤄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기 싫었다. 시끄러운 자동차 경적소리와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듣기 싫었다. 이어폰을 꺼내 들어 음악을 틀고 하늘을 쳐다봤다. 저물어가는 해가 유난히도 밝은 빛으로 나를 비춰주었다.
아무 곳에나 대충 손으로 훅훅 먼지를 털고 걸터앉았다. 눈을 감고 가만히 노래를 듣고 있으니 지금 이 순간만이 나에게 휴식을 주는 것 같았다. 나 스스로가 나를 가장 사랑해줘야 한다는데, 나는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다. 휴식을 줘본 적도 없었다. 아프고 힘든 일이 있어도 일과를 소화하게 했고 미안하지 않은 상대방에게 사과를 하게 만들었다. 잘못이 없는 나에게 힘든 일이 일어난 모든 원인을 내 탓으로 돌렸었다. 서러운 마음에 눈물이 나왔지만 소리 내어 울지도 못했다. 그저 고개를 숙인 채 볼을 따라 천천히 눈물이 흘러내릴 뿐이었다.
그때 이어폰을 타고 잔잔한 음악이 흘러 들어왔다. 노래는 나를 위로해주었다. 거리를 걷다 지쳤던 마음도 숨어서 눈물을 흘리고 있던 안타까움도 여기저기서 다친 상처들로 세상이 버겁게 느껴지는 것도 모두 알아주는 것 같았다. 그 순간 퇴근 후 아직 해가 지지 않았던 것도 따사로운 햇살에 잔잔한 선율의 따뜻한 가사를 맞이할 수 있었던 것도 감사하게 느껴졌다. 노래는 나에게 괜찮다고 계속해서 말해주는 것 같았다.
노래는 시와 같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그 담긴 의미가 사람들에게 많은 위로를 전해준다.
주절주절 말하지 않아도
내 얘기를 들어주는 것 같고
길지 않은 문장으로 내 마음을 그렇게 잘 위로해준다.
힘든 일이 있을 때 바쁘게 소화해내던 모든 것을 멈추고
따뜻한 햇볕 아래로 가서 눈을 감고 노래를 들어보는 여유를 당신에게 줬으면 한다.
먼 거리를 걷다 지친 마음이 어둠 속에 눈물을 감추고 어디선가 다친 상처들이 벌거벗은 채 세상을 만날 때 You make me feel alright You make me feel alright 고단한 하루의 끝에 서 있을 때 You make me feel alright You make me feel alright 시간의 틈에서 머물 수 있도록......짙은 - Feel alright ,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