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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열매 Nov 28. 2020

잠 못 들며 괴로워하고 있는 당신에게

이소영 작가가 읽어주는 "당신이 오늘 잘 잤으면 좋겠습니다"

 큰일이다. 하루를 겨우 버텨냈는데 밤이 찾아왔다. 또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자려고 누운 이 시간이 나에게는 고문과 같다. 오늘은 몇 시간을 이 상태로 보내야 할까. 잠을 잘 수 있을까?


 내가 이 상태가 된 지는 벌써 한 달째다. 자려고 누우면 행복했던 날들과 잔인하게 나를 떠나가던 날들이 뒤섞여 후회와 고통스러운 느낌이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차라리 만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첫째 날은 잠도 꽤 잘 잤다. 갑작스러운 이별에 충격을 받은 건지 슬픔도 느끼지 못했다. 그렇게 멍하니 앉아있다가 잠시 화가 났다가 이내 가라앉아서 그냥 그렇게 잠들었던 것 같다.


 둘째 날부터는 이해하려 해 봤지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그가 날 떠나갔어야 했는지, 나는 왜 버림받은 기분으로 일상을 보내야 하는지. 나는 그저 그의 생일을 너무 축하하는 마음으로 선물과 음식을 준비해서 깜짝 이벤트를 해주었는데, 왜 그는 그날 밤 나를 떠나갔을까?


 그 날부터 나는 잠들 수 없는 밤과 매일 마주해야 했다. 겨우겨우 잠들어도 이내 잠에서 깨버렸다. 심장이 계속해서 갈기갈기 찢기는 것 같은 느낌. 가슴과 심장까지 통째로 도려낸 것 같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 24시간 지속됐다. 그다음 날도 마찬가지였다.


 남들이 내 꿈을 들으면 우습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가정을 이뤄 그와 나를 반씩 닮은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 그것이 꿈이었다. 밖에서는 어떠한 어려움들과 마주했을지 몰라도 내 품에서 만큼은 꼭 따뜻함을 느낄 수 있도록 사랑으로 가득한 가정을 만드는 게 내 꿈이었다.


 하지만 서로의 꿈을 이뤄주기로 약속했던 당신은 나를 떠나갔다. 한때 나를 사랑해주던 마음과, 나를 바라봐주던 눈빛과, 나를 채워주던 말들과, 나를 안아주던 온기 그 모든 게 한순간 사라져 버리는 잿더미가 되어 텅 빈 마음속에서 계속해서 흩날리고 있었다. 내 꿈은 무너졌고 그는 다시 내 앞에 나타나지 않겠지.


 나는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술 마시며 헤어진 그를 욕하는 것 대신에 퇴근하고 운동하고 책을 보고 마사지를 하는 등 쉴 틈을 주지 않으며 우울한 감정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러다가도 눈물이 차오를 때면 그냥 울도록 나를 다독여주었다. 그래도 견디기 힘들 정도로 감정이 차오르는 날엔 나의 멘토 같은 언니에게, 친한 친구에게,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들의 위로는 큰 힘이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여전히 공허하고 슬픈 마음이 차올랐다. 마음에 병이 생긴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를 다시 건강하게 만들어 준 것은 책 한 구절이었다. 그 책은 내가 더 잘했어도, 그 순간에 그 말을 하지 않았어도, 그때가 아니었더라도 그 상황은 찾아왔을 것이라고. 결국 내 잘못이 아니라고 나를 위로해주고 있었다. 그때서야 모든 게 놓아졌고, 그제야 모든 걸 인정할 수 있었다.





 참 오랜 시간을 잠 못 이루게 하며 나를 힘들게 한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도, 묻고 싶은 말도 참 많았지만 넣어두기로 하고 이곳에 짧은 편지로 건네봅니다.


 내 꿈을 알면서 나를 사랑했고, 나와의 미래를 약속하던 당신이 떠나갔다는 사실 만으로도 나는 당신을 다시 만날 이유가 없겠죠. 나에게 안정감과 평온함을 줄 수 없는 사람 당신과는 어쩌면 헤어진 게 다행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바닷가에 앉아 바다를 액자 삼고, 파도소리를 노래 삼아 우리 둘로 꽉 찼던 세상을 잊을 수는 없겠죠. 푸르르던 그 날은 당신과는 상관없이 나의 아름다운 시절로 기억하겠습니다.


 좋은 글을 보며 마음에 새기고, 아픈 글을 보며 같이 마음 아파해주고, 사랑의 글을 보며 다시 꿈을 꾸고, 때로는 내가 그런 글을 쓰며 행복하게 지내겠습니다. 아픔들이 희미하게 사라져 갈 테니 혹여라도 미안한 마음이 올라오거든 그대로 넣어두어도 괜찮습니다.


그 누구보다 사랑하며 행복하게 잘 살겠습니다.

이제는 잘 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너무나 아팠던 시기에 나에게 위로를 준 그 글처럼 나도 아픈 누군가에게 마음을 달래주고 싶었다. 마음이 쉬어갈 수 있도록, 삶에 여유가 생길 수 있도록, 힘들어질 때면 꺼내볼 수 있도록 글로 위로를 주고 싶었다. 헤어진 후에 나는 글쓰기를 시작했다. 글을 쓰며 내가 아팠던 날들을 다 꺼내어보았다.


 제대로 위로해주지 못하고 보살펴주지 못한 채 덮어놨던 나의 상처들을 꺼내서 하나씩 적어보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전따 수준의 왕따를 당했던 일, 성폭력을 겪었던 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우울증을 겪었던 일, 그리고 사랑했던 그가 나를 떠나갔던 일. 나에게 상처로 남았던 모든 일들을 적었다. 그리고 그 밑에 그 시절의 나에게 보내는 위로의 글을 적어주었다. 그리고 혹시나 나와 같은 아픔을 겪었을 사람들을 위한 위로의 글도 적었다.


 나처럼 잠 못 들며 괴로워하고 눈물에 밤을 지새울 누군가를 위해 글을 쓰며 "당신이 오늘은 이 글을 읽고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해져서 잘 잤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나의 마음이 전해질 수 있길 바랬다. 그래서 나는 "당신이 오늘 잘 잤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브런치북을 만들었다.

http://brunch.co.kr/brunchbook/yeong

 브런치 북을 만든 후로, 현재는 더 많은 사람들이 본인의 상처와 마주하며 상처를 치료하고 또 그들이야기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사연을 받아 글을 쓰고 있다.


 나는 글의 힘을 믿는다. 내가 주는 작은 메시지로 인해 당신의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으면 좋겠다. 잠 못 들며 괴로워하는 날들을 놓아주고 당신이 잘 잘 수 있도록 이제는 소중한 당신을 보살펴줬으면 좋겠다.


아프고 힘든 일이 있으면 일정을 조금은 줄이고 나의 마음을 다독여줄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미안하지 않은 상대방에게 사과를 하며 나 자신을 닳게 하지 않기를

잘못이 없는 당신에게 모든 일이 일어난 원인을 당신 탓으로 돌리지 않기를

울고 싶을 때는 참지 말고 소리 내어 엉엉 울 수 있기를


당신이 오늘은 잘 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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