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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열매 Dec 24. 2020

잘못 끼워진 첫 단추 1

내 인생이 망가지기 시작했다

무엇이 잘못됐던 걸까?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그 날 그 길로 가지 않았다면 나의 인생은 달라졌을까.


 사건은 1990년대 후반 5월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발생했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했던 나는 부모님과 함께 등하교를 하다 혼자 다니기 시작했고, 그 날 나는 부모님이 사주신 예쁜 원피스를 입고 학교에 갔다. 집과 초등학교 사이에는 공원이 있었는데, 하굣길에 공원의 샛길로 한번 가보고 싶어 나는 공원으로 들어가게 됐다.


 공원 샛길에는 화단이 있었고 화단 주변으로 낮은 돌담이 있었다. 이삼십 대 정도로 보이는 한 아저씨가 돌담에 걸터앉아 있었고 지나가는 나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 너 어디 가니?"

나는 집에 간다고 대답했다. 아저씨는 잠시만 이리 와보라고 하더니 나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몇 학년이야?"

"여기 옆에 초등학교 다니는 거야?"

등의 질문을 하며 아저씨는 자연스럽게 내 팔을 끌어당겼고, 자기 무릎에 앉혔다.

그때부터 시작이었던 것 같다.


 아저씨는 말없이 나를 만졌다. 무언가 이상한 것을 직감한 나는 놔달라고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 시끄러워질 것 같았는지 아저씨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나를 끌고 가기 시작했다. 나는 계속 놔달라고 소리 질렀지만 소용이 없었다. 인적이 드문 곳에서 아저씨는 내 옷 안으로 손을 넣어 내 몸을 만지기 시작했다. 결국 내 몸 안까지 아저씨의 손이 들어왔고 울고 있는 나와 다르게 아저씨는 소름 끼치도록 웃고 있었다. 그 아저씨는 볼일이 다 끝나니까 나를 놔주었고 나는 뒤도 안 돌아보고 그곳을 도망쳐 나왔다.


이 일은 내 인생의 잘못 끼워진 첫 단추였다.


이 사건 이후 나의 인생은 망가지기 시작했다.


 어렸던 난 너무 놀래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도 몰랐고 얼이 빠진 채로 집에 돌아갔다. 사실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현실감각 조차도 없었다. 빨리 엄마에게 말했어야 했는데 부모님께 말하지도 못했다. 너무 무서웠고 그 어리고 작았던 내가 순식간에 너무 큰 일을 당해서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어렸던 나의 머릿속에 그 아저씨의 소름 끼치는 얼굴은 사진처럼 남아버렸다.


 그 사건 후로 나는 영혼이 빠져나간 것 같았다. 소극적인 성격으로 변했고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다는 것조차도 힘들었다. 나는 조용하고 말이 없는 아이가 되어갔다. 소아성애자 같았던 그 아저씨가 나에게 한 행동은 나비효과가 되어 내 인생에 폭퐁우를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소극적인 성격 탓인지 반 아이들이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고작 9살 된 아이들이 괴롭혀봤자 얼마나 괴롭히겠나 싶겠지만 아이들은 잔인했고 나는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겨야 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무엇이 하면 안 되는 행동인지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이 없는 나이의 아이들은 아무런 죄책감 없이 나에게 끔찍한 일들을 저질렀다.


 한 번은 같은 반 여자아이 세명이 나를 화장실로 끌고 갔다. 나를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고 얼굴 전체를 테이프로 감기 시작했다. 그리고 손과 발도 테이프로 묶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쪼그려 앉는 형태로 되어있는 학교의 더러운 화변기에 내 얼굴을 처박았다. 나를 구해준 건 쉬는 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소리였다. 종이 울리고 나서야 아이들은 테이프를 떼주었고 누군가에게 이 일을 말하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다. 나는 홀딱 젖은 채로 교실에 앉아있어야 했고 선생님이 왜 다 젖었냐고 물어봐도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서야 엄마에게 이 일을 말할 수 있었다. 엄마는 내 말을 듣고 너무 놀라고 속상하셨는지 눈물을 보이셨다. 당한 건 나였지만 나보다 더 큰 상처를 받은 건 엄마 같았다. 그 날 엄마는 잠을 잘 수 있었을까.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딸이 학교에서 그런 일을 당하고 온 걸 알고 얼마나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을까. 엄마는 선생님께 이 일을 말했고 선생님은 다음날 그 아이들을 불러냈다.


 선생님은 반 아이들이 모두 있는 앞에서 그 아이들이 나에게 사과하도록 시켰다. 아이들은 사과를 하더니 이내 선생님이 안 보이는 곳에서 나에게 "너 나중에 보자."라고 중얼거렸다. 나는 무서웠다. 저 아이들이라면 분명 나에게 무슨 짓을 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사건 직후 학교에서도 큰 사건으로 회부되었는지 바로 나의 반을 바꿔주었다.


 반이 바뀌고 나서 괴롭힘은 사라졌지만 비슷한 상황이 이어졌다. 소극적이고 내성적으로 변해버린 성격 탓에 친구도 별로 없었고 그저 의무적으로 학교에 왔다 갔다 할 뿐이었다. 이미 나에게 남아있던 작은 불씨마저 꺼버린 그 아이들의 행동으로 인해 나에게는 학교가 창살 없는 감옥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다. 학교가 끝나고 학원에 가기 전 비는 시간이 있었다. 나는 애매한 그 시간을 채우기 위해 운동장에서 혼자 놀고 있었다. 그때 어떤 아저씨가 차를 끌고 운동장에 들어왔다. 아저씨는 나에게 가까이 오더니 창문을 내리고 이리 와보라고 말을 걸었다. 내가 가까이 가자 아저씨는 학교에서 나가는 방법을 모르겠다고 어떻게 나가야 하는지를 물어봤다. 내가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자 아저씨는 나에게 차에 타보라고 했다. 별생각 없이 차에 타고 보니 아저씨는 아래를 다 벗고 있었다.


-2편에서 계속


*이 이야기는 사연을 받아 작성된 이야기 입니다. 글이 삭제돼어 다시 업로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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