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열매 Dec 25. 2020

잘못 끼워진 첫 단추 2

다시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트리는 일을 겪게 되다

 나는 도망치기 위해 필사적으로 차 문을 열으려 했지만 차 문은 굳게 잠겨있었다. 손발이 덜덜 떨렸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달리는 차 안에서 나는 어떻게 해서든 빠져나와야 했다.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계속해서 문을 열려고 시도하던 끝에 가까스로 차의 잠금장치를 풀고 뛰쳐나왔다. 나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도움을 청할 수 있는 학교 문구점으로 미친 듯이 달려갔다.


 문구점에는 주인 아주머니가 계셨다. 나는 손발을 덜덜 떨며 아주머니께 도움을 요청했다. 아주머니는 자초지종을 들으시더니 뛰쳐나가 그 차를 찾으려 하셨지만 이미 그 아저씨는 도망간 후였다. 아주머니는 나에게 괜찮냐며 연신 나를 걱정해주셨다. 그 조그만 아이가 살기 위해 차에서 뛰쳐나와 자신에게 달려오기까지 얼마나 절실했을지 느끼셨던 것 같다. 그제서야 나도 정신을 차렸고 눈물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울며 괜찮다고 아주머니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나는 학원으로 향했다.


 학원이 끝난 후 집으로 돌아와 보니 동생이 집에 혼자 있었다. 곧이어 부모님이 퇴근 후 집에 오셨고 두 분 다 일이 힘드셨는지 피곤해하셨다. 오늘 일을 말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오늘따라 유독 피곤해하는 부모님을 보니 말할 수가 없었다. 입 언저리에 맴돌던 말을 밖으로 꺼내지 못한 채 삼켰다. 저녁을 먹고 조용히 방으로 들어갔다. 부모님은 분명 나를 사랑하시지만 나는 기댈 곳이 없는 것 같았다. 이 날부터 점점 이런저런 일을 부모님께 이야기하기가 어려워졌고, 너무도 어렸던 나는 망망대해에 나 혼자 배 위에 떠있는 느낌이 들었다.


 몇 년 후, 중학생이 된 나는 중학교에서 좋은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다. 친구가 그리웠던 나에게, 학교가 창살 없는 감옥 같다고 느껴온 나에게 그 친구들은 처음으로 친구에 대한 의미를 나에게 알려주었다. 그리고 그 친구들을 만나 중학교 내내 함께 다니며 나는 점점 나라는 사람에 대해 알아갈 수 있었다. 소극적이며 내성적이었던 나는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며 말하기를 좋아하는 10대의 평범한 아이였다. 그 아이들을 만나 나는 점점 치유되어가고 있었다.


 밝은 성격을 되찾은 나는 고등학교까지 무사히 잘 보내었고, 어엿한 성인이 되었다. 20살이 되던 해에 더 이상 아픔을 혼자 끌어안고 있지 않고 부모님에게 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용기 내어 엄마에게 초등학교 때 겪었던 일을 털어놨다. 초등학교 1학년 때 겪었던 일과, 4학년 때 겪었던 일... 자신의 가장 사랑하는 딸이 그 어린 나이에 겪었던 일을 듣더니 엄마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터뜨리셨다.

 "왜 진작 말 안 했어... 말을 하지..."

 엄마는 말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셨고, 나와 같이 한참을 우셨다. 엄마의 가슴엔 이날 멍이 든 것 같았다. 당시에 내 잘못인 것 같아 누구에게도 말하기 힘들어서 참아왔었는데, 10년 가까이 혼자 참아왔을 생각에 엄마는 더 마음 아파하시는 것 같았다.


 요즘에 참 아이들을 상대로 한 범죄 기사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는데, 뉴스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나는 나의 이야기가 떠올라서 보기 힘들었다. 어머님과 상의 끝에, 대학교를 다니며 심리치료를 함께 받기 시작했다. 온전히 날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며 아팠던 시간을 치유해나갔다. 1년 동안의 집중적인 심리치료를 받고 나서 나는 더 이상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지 않아도 됐고, 대학교를 무사히 졸업하고 취직을 하게 되었다.


 2012년, 경영학을 전공했던 나는 모 기업의 비서직으로 입사하게 되었다. 이 곳에서 3년 동안 일을 하게 되었는데, 행복할 일만 남아있을 줄 알았던 나는 다시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트리는 일을 겪게 된다.


-3편에서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 잘못 끼워진 첫 단추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