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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열매 Jan 01. 2021

잘못 끼워진 첫 단추 5

행복하자, 사랑받기 충분한 사람아

 성인이 되서부터 지금까지 10년 동안 나는 참 많은 방황을 했었다. 내 인생은 영화 같았고, 겪지 말아야 할 일들을 너무 어렸을 때부터 많이 겪어왔다. '신은 왜 나에게 이런 일을 겪게 한 걸까. 초등학교 때 그 길로 가지 못하게 했더라면, 그 사람을 만나지 않게 했다면...' 하는 원망도 많이 해봤다. 나는 인생의 패배자 같았고 내 인생은 항상 쉽지가 않았다.


 이번 년도부터 제대로 다시 살아보며, 나는 건강한 상태를 되찾았지만 아직도 피아노는 치지 못한다. 친구관계도 극복을 했지만 이성을 만나서 사랑을 하는 등 남자친구를 사귀는 일을 쉽지가 않다. 나 자신 조차 내 감정을 모르니, 상대방을 좋아하지만 표현하는 방법도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몇 번의 이별을 겪고 나니 어차피 떠나갈 것이란 생각에 정을 주는 일도 쉽지가 않았다.


 하지만 정말 다행히도 비서직을 그만두고 새로 들어간 직장에서는 너무 좋은 분들을 만났다. 그분들은 나를 잘 잡아주며 내가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항상 가면 쓰고 살아가듯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채 살아왔었는데, 어두웠던 긴 터널 속에서 조금씩 빛이 보이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나에게는 소중한 친구들이, 가족들이, 주변 사람들이 있었고 나에게도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난 외롭지 않았다. 설령 외롭다 하더라도 죽을 수는 없다고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사실 아직도 가끔씩은 악몽을 꾸다가 오열하면서 잠에서 깰 때가 있다. 가슴이 너무 아파서 어찌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펑펑 울며 잠을 깨버리면 그 상태로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 아직 완전히 내가 겪은 아픔들에게서 벗어났다고는 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앞으로 남은 인생 얼마나 살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잃어버린 시간들을 찾아갈 것이다.





 나와 같은 아픔을 겪는 아이들이 많이 있다.

 나와 같은 경험을 겪었거나, 아니면 다른 우울증으로 인해 인생을 포기하고 싶은 사람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나는 타인의 폭력 등으로 인해 가슴 안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아갈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빛이 보이지 않는 인생의 긴 터널 안에 갇혀 이 터널이 언제 끝날까 생각하며 보내는 날들이 많이 끔찍할 것이다. 자욱한 안갯속에서 보이는 것이라곤 내 발뿐이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 불빛도 사람도 아무것도 없어서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도 모르겠을 사람들에게 나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다.




 영화 '굿 윌 헌팅(1997)'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어린 시절 상처로 인해 마음이 닫혀버린 윌에게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아이가 받아들일 때까지 선생님은 계속해서 아이의 눈을 마주 보며 몇 번이고 이 대사를 한다. 아이는 "알아요."라고 대답하다가 선생님이 계속해서 같은 말을 하자 "네... 안다니까요?"라고 대답하다가 화를 내다가 결국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그리고 안겨서 펑펑 울던 장면이 생각난다. 머리로 내 잘못으로 일어난 일이 아니란 것을 알고 있는 것과, 마음 깊숙이 이해하며 나 자신을 달래주는 것은 다르다. 상처가 곪아 터지기 전에 나 자신이 온전히 나를 알아주며 달래주어야 한다.


 또, 나 자신이 나를 위로해 주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나를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 누구보다 나를 위로해주고 싶어 할 그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털어놓고 나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음이 인생에 얼마나 큰 축복인지 알게 된다. 그들이 없었다면 난 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요즘 행복하다. 하지만 행복을 찾기까지 많이 힘들었고, 많은 사람들이 힘들 것이다. 다시 내가 행복해지려면 세상에 나와야 한다. 방 안에 갇혀서 잠겨 있어 봤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숨어야 할 것은 당신이 아닌 가해자들이다.


 여자로서 겪기 힘든 일을 많이 겪었지만, 한 편의 드라마 같은 나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에게 들려줌으로써 다시 웃을 날도 있음을 꼭 알려주고 싶다. 나는 극복을 했고 이제는 결혼도 너무 하고 싶다. 그리고 나는 지금 어린 친구들이나 청소년기에 있는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상담사라는 직업도 생각해보고 있다.


 이렇게 살아온 나도 충분히 행복해질 자격과 웃을 자격, 사랑받을 자격이 있으니 좌절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제는 행복하자

사랑받기 충분한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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