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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호 Aug 01. 2019

요가와 뇌 과학

<운동화 신은 뇌> 존 레이티



유독 잘 안 되는 요가 자세가 있다. 사람마다 다르다고 하는데 나의 경우는 활 자세. '우르드바 다누라아사나'로 불리는 자세다. 선생님 입에서 '우르드바' 단어가 나오기만 하면 왠지 모르게 쪼그라든다. 어느 날 선생님이 이 자세는 특히 불안이나 두려움, 겁이 많아서 웅크려있는 사람이 잘 안된다고 했다. 자세를 잘 수련하면 나아질 거라면서. 불안이든, 겁이든 어딘가 위축된 상태인 건 맞는 것 같은데 어떻게 그게 나아진다는 거지? 요가를 하고 나서의 개운함이나 자세가 미묘하게 나아질 때의 쾌감 같은, 피부에 와 닿는 효과들 때문에 1년 동안 꾸준히 해오고 있긴 하지만, 어떤 원리로 좋아지는 건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있었다.


우르드바 다누라아사나 urdhva dhanurasana


몸과 마음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궁금했고, 존 레이티의 책 '운동화 신은 뇌'에서 답을 찾았다. 존 레이티는 운동을 하는 신체와 뇌가 어떻게 연결돼서 작동하는지 설명한다. 요가를 전문으로 하는 여덟 사람의 뇌를 MRI로 촬영한 실험이 있었다고 한다. 60분 동안 요가를 하자 뇌에서 감마아미노부티르산의 수치가 27퍼센트 늘어났다. 이 감마 어쩌고 하는 것이 항불안제의 목표 물질로 뇌에서 불안감, 공격성, 기분, 발작을 통제한다는 것이다.


운동이 중요하다, 운동을 해야 한다. 너무 흔하게 듣는 말이라 흘려듣고 만다. 해야지 하면서도 잘 안되고, 단지 건강에 좋다는 이유는 소파의 유혹을 뿌리칠 만큼 강하지 않다. 조금 각도를 틀어서 복잡한 머리와 불안한 마음을 '과학적으로' 다스린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존 레이티가 설명하는 뇌의 과학을 요약해 봤다. 뇌를 길들일 것인가 지배당할 것인가의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 몸과 뇌의 연결 |

원초적으로 인간은 진화 과정에서 식량을 발견하고, 획득하고, 저장하기 위해 뇌를 썼다. 뇌의 학습 능력을 키우기 위해 더 움직였고, 많이 움직이는 인간이 환경에 적응해서 생존해왔다. 운동과 함께 진화해 온 뇌는 우리가 움직이지 않으면 뭔가를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운동을 해야만 뇌 장벽을 뚫고 뇌세포들이 움직이고, 대사와 학습에 도움을 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매일 밤 4, 5킬로미터를 달린 쥐는 더 빨리 길을 기억해냈고, 새로운 줄기세포가 두 배나 많았다.



| 스트레스 면역의 원리 |

진화의 결과로 스트레스 상황을 기억에 저장하면서 인간은 살아남아 왔고,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코르티솔'은 그 과정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코르티솔은 양이 적절할 때는 신진대사의 교통을 정리하고, 포도당을 혈액 속에 분비하고, 에너지를 저장하지만 과도한 양이 분비될 경우 뇌를 부식시킨다. 채소가 면역력을 높이는 이유는 채소에 소량의 유독 물질이 있기 때문이다. 신체의 세포가 이겨낼 수 있을 정도의 약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운동으로 적정량의 코르티솔을 분비하게 했을 때, 뇌도 면역이 생긴다. 저자는 "적응하고 성장하는 인간의 놀라운 능력이 스트레스가 있어야만 발휘된다는 사실은 역설적이다."라고 말한다.



| 불안을 다스리는 움직임 |

불안은 두려움이다. 그렇다면 두려움은 무엇인가? 신경학적인 의미로는 ‘위험에 대한 기억’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불안장애를 겪는 사람의 뇌는 위험에 대한 기억을 끊임없이 불러일으켜서 사람을 두려움 속에 살게 만든다. 공포의 기억들이 연결되고, 이를 가라앉히는 해마(기억 담당)의 시도를 편도(감정 담당)가 압도한다. 운동을 하면 어떨까? 앞서 쥐의 달리기 실험에서, 달린 쥐들은 해마에 밝은 빛이 나타났다. 기억을 다스리는 것이다.



| 뇌를 학습시키기 |

운동을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나, 불안에서 나오는 스트레스나 증상은 같다. 호흡이 가빠지고 심장이 쿵쾅댄다. 땀이 나기도 한다. 핵심은 운동은 내가 통제하는 스트레스라는 점이다. 운동을 하면 상황을 스스로 지배하고 있다는 인식으로 자신감이 생긴다. 결과적으로 뇌는 호흡이 가빠지는 게 반드시 해로운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학습하고, 불안으로 가빠진 호흡도 다스릴 수 있게 된다.



'우르드바 다누라아사나'는 과학이었다. 지금은 유독 호흡을 가쁘게 만드는 동작이지만 언젠가는 어떤 불안도 없이 당당하게 활처럼 휜 내 몸을 그려본다.



운동화 신은 뇌

존 레이티


1 0교시 체육 수업의 놀라운 효과

2 학습 능력을 위해 뇌세포를 키우기

3 스트레스는 뇌를 부식시킨다

4 불안보다 빨리 달리기

5 우울증에 맞서 운동량을 늘리기

6 주의산만한 삶을 극복하기

7 중독에서 벗어나 나를 되찾기

8 운동과 여성의 두뇌 건강

9 현명하게 나이 먹기

10 뇌를 튼튼하게 하는 운동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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