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의 힘> 켈리 맥고니걸
단 한마디의 말도 섞기 싫은 사람이 있다. 재수 없게 회사 엘리베이터에서라도 마주치면 초단위로 고역이다. 형식적인 목례 후 갑자기 폰을 꺼내 아무 앱이나 이것저것 누른다. 어떻게든 대화를 피해야만 한다. '땡'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는 순간, 티 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빠르게 그 사람으로부터 도망친다.
나에게 스트레스란, 그런 사람 같은 존재다. 힘이 닿는 한 피하고 도망치고 싶은. 의무적으로 챙기는 경조사, 세금, 주차위반 딱지부터 돈 걱정, 사람 걱정, 아프기도 전에 왜 하고 있는지 모르는 건강 걱정까지. 넘치는 인생의 고지서들로부터 가능한 멀어지고 싶다.
'스트레스의 힘' 저자 켈리 맥고니걸은 다르다. 스트레스에 들어있는 엑기스들을 찾고, 그것들을 잘 구슬려서 영리하게 써 보라고 말한다. 보기 싫은 사람을 피하는 게 상책은 아니라고. 피하면서 소모되는 건 그 사람이 아닌 내 에너지다. 스스로를 위해서 싫어하는 사람과 생산적인 대화를 나눠보는 것을 권한다. 죽도록 싫어했던 사람도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면 그 사람 사정이 이해도 되고, 연민도 생기고, 어쩌면 예상치 못한 도움을 받을지도 모를 일이다.
켈리 맥고니걸
목차
제1부 스트레스의 재발견
1 스트레스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방법
2 못 이기고 못 피하는 스트레스
3 의미 있는 삶은 스트레스 많은 삶
제2부 스트레스 사용법
4 마주하기_불안은 어떻게 내 능력을 키우는가
5 연결하기_ 배려는 어떻게 나를 회복시키는가
6 성장하기_역경은 어떻게 나를 강하게 만드는가
스트레스를 피하는 것은 인간의 생물학적 반응이다. '도피'는 인류가 각종 위협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생존 전략이었다. 호랑이를 피하지 않으면 잡아 먹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스트레스에 맞서 도피하도록 만들어졌다. 하지만 더 이상 호랑이가 없는 시대라면? 현대의 위협요소는 호랑이보다 훨씬 복잡하다. 오늘날 우리가 받는 스트레스는 호랑이처럼 우리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다. 저자는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위협은커녕, 정신적 외상을 입은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서나 정신 치료 보조제로 쓰이는 사례를 들며 '더 이상 도피할 필요가 없는' 스트레스의 긍정적 측면을 강조한다.
소통은 '잘 들어주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한다. 스트레스도 마찬가지다.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열어서 스트레스를 잘 바라보는 것이 첫 단계다. 피하지 않고 바라보는 것 만으로 마음은 넓어진다. 켈리 맥고니걸은 "스트레스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대신 이를 끌어안으라"라고 말한다.
스트레스 상황을 생각해보자. 곤두박질친 상반기 실적 발표 시간, 짜증 섞인 상사의 얼굴들, 가라앉은 회의실 분위기. 심장이 요동치고 손에서 땀이 난다. 대부분은 이렇게 생각한다. '침착해야 돼, 진정해.' 스트레스를 가라앉히고 억누르려 한다. 그럴수록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억누르지 않고 오히려 스트레스를 '북돋으라'는 것이다. 신체의 반응들을 몸에서 에너지를 만들고 있다는 징표로 여기고 엉덩이를 두드려주는 것이다. 그 에너지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더 집중하면 좋은 방향으로 긴장의 스트레스 에너지를 전환할 수 있다.
자신의 성취, 증명과 같은 '자기중심적 목표'가 '타인'으로 향할 때 스트레스는 긍정적 힘을 발휘한다. 스트레스가 향하는 방향을 나의 성공에만 두지 않고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한 쪽으로 쓰는 것이다. 발표를 할 때도 내가 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생각보다는 사람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한다고 생각했을 때 더 막힘 없이 할 수 있다. 잘남을 드러내기보다 기여할 수 있는 구석을 더 찾으려고 할 때 스스로의 기분이 더 나아진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나'에서 '누군가'로 눈을 돌려보자.
부정 본능을 억제하는 해법 중 최근 가장 와 닿았던 접근은 책 '팩트풀니스'에 나온 방법이었다. 한스 로슬링은 우리 뇌가 나쁜 상황을 좋다고 인지하게 만들기 위해서 "세상을 인큐베이터 안에 있는 미숙아라고 가정"한다. 인큐베이터 안에 있는 아기가 심장박동이나 호흡 같은 신호가 좋아지고 있다면 상황이 좋아지고 있는 것일까? 수치가 점점 좋아져서 인큐베이터를 나갈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만사 오케이 상황은 아니다. 아기는 좋아지고 있기도, 아니기도 하다. 둘 다 옳다. 상황은 나쁘면서 동시에 나아지고 있기도 하고, 나아지고 있지만 동시에 나쁘기도 하다.
켈리 맥코니걸의 '스트레스의 힘' 원리도 마찬가지다. 스트레스는 인큐베이터 안에 있는 미숙아다. 아기와 어떤 대화를 나누느냐에 따라 위협은 두려움인 동시에 에너지가 된다. 현명한 방법으로 인큐베이터의 아기를 품에 안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