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호 Aug 13. 2019

창의성에는 왕도가 있다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 앨런 가넷



크리에이티브.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겹도록 들은 말이다. 디자인 경영 공부, 브랜드 경험 디자인 기획자, 크리에이티브 센터의 마케터, 브랜드 매니지먼트 팀의 마케터를 거치며 나름대로 크리에이티브의 최전선에 있어왔다. 주위에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들을 보면 그 탁월함에 주눅이 들 때도 많았는데, 발끝에라도 따라가려고 애쓰던 과정 속에서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된 패턴 하나가 있다.


한 크리에이티브한다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소위 말하는 '레퍼런스'에 있었다. 디자이너 건 마케터 건 레퍼런스를 잘 찾고, 잘 조합하는 사람일수록 잘했다. 마치 머릿속에 레퍼런스 맵이 있어서 버튼만 누르면 줄줄이 재생되는 느낌이었다. 나는 이것이 '감각'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기억력이 좋아서 한 번 본 걸 남들보다 더 오래 기억한다던가.


감각이 아닌 '공식'이었다. 앨런 가넷은 그의 책 'The Creatvie Curve(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에서 레퍼런스를 '소비'하고 > '모방'하며 > '창의적 공동체'에서 > '반복'하는 것을 크리에이티브의 4가지 공식으로 정리했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인기 드라마의 제작자인 앤드루 로스 소킨은 저자에게 창의성의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말하기 좀 그렇지만, 나는 늘 공식을 찾으려고 했어요." 뿌옇게만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 책을 읽고 확실해졌다. 창의성에는 왕도가 있다.


공식을 찾기 위해선 창의성의 정의에 대해 확실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창의성의 학문적 정의는 '색다른, 그러면서도 가치가 있는 어떤 것을 만드는 능력'이다. 이색적이고 독창적인 것만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익숙하지만 새로운, 가장 진보적이면서도 받아들일 수 있는 영역'인 스위트 스폿에 있을 때 창의성은 최대치로 발현되고,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들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이 법칙을 활용한다.


"스위트 스폿이란 선호도와 친숙성, 안전함과 놀라움, 유사성과 차이점이 최적의 긴장을 유지하는 지점을 말한다."



| 소비와 모방, 20% 법칙 |

화가들은 전시회장을 찾고, 셰프는 최첨단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작곡가는 끊임없이 음악을 듣는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하루에 서너 시간, 즉 일하는 시간의 약 20%를 이런 '소비'에 투자한다. 레퍼런스를 찾는 것이다. 이 '20%의 법칙'으로 얻는 것은 어떤 아이디어가 크리에이티브 커브의 어디쯤에 해당하는지를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힘이다. 이것을 연료 삼아 '모방'하고 '패턴화'하는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자기만의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요지 야마모토는 말했다. "당장 사랑하는 것을 카피하라. 카피하고 카피하고 카피하고 카피하라. 그 수많은 카피들의 끝에 자기 자신을 찾을 것이다."



| 창의적 공동체 |

아무리 개인이 창의적이라 할지라도 창작이란 '팀 스포츠'에 가까워서 주변 사람들과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저자가 추천하는 창의적 공동체는 네 가지 유형으로 구성된다.

마스터 티쳐: 재능이나 근면의 패턴을 가르쳐주는 사람. 적절한 수준의 친숙성을 가진 작품을 창작하게 만들면서 부지런한 연습을 통해 기술을 연마하는 데 필요한 피드백을 줌

상충하는 협업자: 결점이 없는 사람은 없는 법. 결함을 보완해주는 사람

모던 뮤즈: 지속해서 창작 욕구를 자극하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영감의 원천

유명 프로모터: 유명인과 신예 사이 중간쯤에 있는 사람. 색다르고 참신한 아이디어의 근거지



이 책을 보며 가장 먼저 떠오른 건 김태호 PD와 유재석이 새롭게 시작한 MBC 예능 '놀면 뭐하니'다. 두 사람은 크리에이티브 커브의 정점을 넘어선 사람들이다. 놀라운 건 커브의 오른쪽으로 하강 곡선을 그리다가 다시 왼편으로 꼭짓점을 찾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태호와 유재석, 릴레이 카메라라는 '익숙한 포맷'에 유튜브 요소들과 예상치 못한 인물들이 만드는 '새로움'이 잘 버무려지고 있다.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에서 최적의 긴장감, 크리에이티브의 스위트 스폿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것이다. 새로운 사람들의 릴레이에서 박명수가 등장할 때의 반가움이란. 크리에이티브의 잭팟이 터지는 순간은 그때가 아닐까.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

앨런 가넷


목차

PART 1 크리에이티브에 관한 거짓말

01 꿈이 만든 작품

02 거짓말 배우기

03 천재의 탄생 신화

04 재능이란 무엇인가

05 누가 천재인가

06 크리에이티브 커브


PART 2 돈이 되는 크리에이티브의 법칙

07 제1 법칙: 소비

08 제2 법칙: 모방

09 제3 법칙: 창의적 공동체

10 제4 법칙: 반복



매거진의 이전글 문제는 루틴이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