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빅> 제프 헤이든
하루 일과를 적어본 적이 있는가. 나는 재택근무를 시작하고 처음 하루 일과란 것을 적어봤다. 머릿속에만 있던 것을 시간 단위의 글자로 써보고 가장 놀란 건 '생각보다 시간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커피 마시고 밥 먹고 치우고 운동하고 어쩌고 하는 시간을 모두 빼면, 하루 8시간 근무는 불가능에 가깝다. 회사에서 어림잡아 8시간씩 일하면서 다닌다고 생각했던 것이 새삼 민망했다.
더 민망한 부분은 너무나 의식하지 않고 지낸 하루하루를 이제와 '의식'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 날과 그 주, 혹은 분기의 과제들은 있었지만 그냥 처리하는 것뿐이었다. 초년생일 땐 그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뚫리지 않는 벽들을 계속 맞닥뜨리면서 무기력이 쌓이고, 무기력이 쌓일수록 관성적으로 일했던 것 같다. 아이러니한 것은 회사에서 '성공'이라는 걸 한 사람들도 이런 무력감이 쌓여있다는 사실이다. 성공을 하건 안하건 관계없이 나타나는 무기력증의 이유는 뭘까?
제프 헤이든의 '스몰빅'을 읽으면서 문제는 '루틴'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저자는 "성취에서 한 조각의 만족과 충만감, 행복을 찾을 수는 있지만 일관적이고 지속적인 행복은 과정에서 얻을 수 있다."라고 한다. 성공한 사람들은 목표를 정한 후에는 이를 이루기 위한 과정에만 집중하고, 오늘 해야 하는 일에 신경 쓰고 그 일을 해내면 오늘 하루에 만족해한다는 것이다. 매일의 만족 없이는 어떤 성취도 긴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스몰빅'은 이 매일의 과정, '작은 하루의 사이클'에 관한 책이다.
제프 헤이든
목차
1 동기부여가 갑자기 타오르는 불꽃이라고?
2 목표를 세웠으면 잊어버려라
3 문제는 '접근법'이야
4 인간은 연속으로 성취할 때 행복해진다
5 목표는 비현실적으로, 방법은 현실적으로
6 의지 없이 의지력 발휘하는 법
7 거의 모든 정답을 알려주는 질문 하나
8 영리하게 목표 달성하는 법
9 지금 필요한 것은 코치가 아니라 프로다
10 '빼기'는 최고의 '더하기'다
목표는 방향키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지만 목표란 허무맹랑하거나 시시해져 버리기 십상이다. 저자는 일단 목표를 세우고 나면 목표는 잊고 과정에만 몰입하기를 권한다. 이때 추천하는 방법이 코미디언 제리 사인펠트의 생산성 비결(Jerry Seinfeld's Productivity Secret)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벽에 1년짜리 달력을 크게 붙이고, 매일의 할 일을 마친 후에 X자를 표시한 후 '그 사슬이 끊어지지 않게만 하면 된다.' <포브스>에 따르면 1년에 2억 6,700만 달러를 버는 그이지만 성취보다 단지 사슬을 이어가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하루의 작은 성공이 앞으로 나아갈 힘을 준다. 기억할 것은 단 한 마디다. "Dont Break the Chain."
저자는 큰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도 큰일을 성취하기 위해서 한계를 뚫고 나가는 것보다 '조금씩 넓혀나가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업가에게 있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류의, 위험을 감수하는 자세는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들 하지만 '용기'는 성공의 필수조건이 아니다. 그보다는 준비와 훈련으로 끊임없이 실험하고 적응하고 다듬고, 또 다듬는 과정에서 탁월한 기술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잘하는 일을 계속 고치고 다듬어서 조금씩 스스로의 장기를 넓혀나가는 것이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외치는 사람들에겐 외려 시간을 들일 용기가 필요하다.
박명수가 '티끌 모아 티끌'이라는 명언을 남겼던가, 사실 작은 것은 너무나 초라해 보인다. 티끌을 모아 어느 세월에 태산을 만들까. 막막하고 두렵다. 하지만 저자는 탑 레이서조차 트랙에 서면 두려움으로 떨리게 마련이라고 말한다.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작은, 어쩌면 티끌만큼 하찮아 보이는 루틴을 따르는 것뿐이다. 올바른 길을 따라가면서 생기는 작은 성공들을 음미할 수 있을 때 태산 같은 충만함도 찾아온다.
"오늘 계획된 일을 하면 당신은 승자다."
- 스몰빅, 제프 헤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