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매슈 워커
에디슨은 잠에 관해 확실히 아는 게 있었다. 잠을 도구처럼 썼다. 활용법은 이렇다. 바닥에 금속 냄비를 놓고, 손에 쇠로 된 볼 베어링을 쥐고 잔다. 잠에 들고 꿈을 꾸기 시작하면 근육의 긴장이 풀리면서 손에 쥐고 있던 볼 베어링이 굴러 떨어진다. 볼은 '탕'하고 금속 냄비에 부딪히는 소리를 낸다. 그 소리에 잠에서 깨는 순간, 꿈에 빠져 있을 때 밀려들었던 착상들을 받아 적기 시작한다.
세기의 발명가가 되는 것이 꿈이라면 모르겠지만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잘 필요는 없다. 그러나 머릿속이 뒤죽박죽 하다면, 누군가로부터 받은 상처가 아물지 않고 있다면, 짧은 시간 일하면서 많이 벌고 싶다면, 나아가 삶을 더 생생하게 음미하려면, 잠을 자야만 한다. 도구처럼 쓰지는 못하더라도 보약처럼 먹기라도 해야 한다. 왜? 매슈 워커는 그 이유에 대해 요목조목 설명한다. 책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는 세계적인 신경 과학자이자 자타공인 수면 외교관으로 불리는 매슈 워커 박사님의 잠 처방전이다.
매슈 워커
목차
1부 잠은 무엇일까
2부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3부 우리는 어떻게, 왜 꿈을 꾸는가
4부 수면제에서 변모한 사회까지
먼저 지금 내가 잘 자고 있는지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불면증도 없고 눈만 붙였다 하면 잠드는 나로선 자신 있는 분야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매슈 워커가 제시한 아래 두 가지 기준을 확인해보자. 이 기준대로라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 처방을 받아야 할 것이다. 세계 보건 기구 WHO가 수면 부족을 선진국 전체의 유행병으로 선언한 것은 흘려들을 일 만은 아니다.
첫째, 아침에 일어난 뒤 오전 10시나 11시에 다시 잠이 들 수 있는가? > 답이 '예' 라면 수면의 양 또는 질이 미흡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정오가 되기 전에 카페인 없이도 심신이 최적 상태로 움직일 수 있는가? > 답이 '아니오' 라면 만성 수면 부족 상태에서 자가 처방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두 가지 요인으로 잠을 잔다. 첫 번째는 사람마다 갖고 있는 24시간 주기의 생체 리듬이다. 누군가는 아침 종다리형, 누군가는 밤 올빼미형으로 고유의 리듬을 가진다. 두 번째는 뇌 속에 아데노신이 쌓이면 생기는 수면 압력(sleep pressure)이다. 카페인이 잠을 깨우는 건 뇌의 자리싸움에서 아데노신을 이기기 때문이다.
자면서 눈을 움직이냐 아니냐에 따라 수면은 'REM(Rapid Eye Movement) 렘수면'과 'NREM(Non-Rapid Eye Movement) 논렘수면(비렘수면)'으로 나뉜다. 보통 꿈은 렘수면 상태일 때 꾸기 때문에 렘수면은 꿈 수면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수면은 렘과 논렘을 90분 주기로 반복하고, 가장 깊은 잠인 3단계의 논렘은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점점 구간이 짧아진다.
흥미로운 점은 사람의 렘수면이 다른 영장류보다 유달리 길다는 점이다. 사람이 20-25퍼센트를 렘수면에 쓰는 반면, 다른 영장류는 평균 9퍼센트 만을 렘수면에 할당한다. 인간이 복잡한 감정을 처리하고 창의성을 발휘하는 호모 사피엔스가 된 것은 바로 렘수면, 꿈 덕분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1. 기억 보조제 : 잠은 기억을 뇌의 더 영구적인 장기 저장소(피질)로 옮김으로써, 단기 기억 창고(해마)를 비운다. 기억 공간 복원은 2단계 논렘수면에서 작동한다.
2. 망각 보조제 : 중요한 정보는 기억하게 하는 한편으로 불필요한 것들은 잊도록 돕는다. 잠은 정보를 추리고 골라낸다.
3. 기술 안마제 : 잠은 뇌가 운동 기술 루틴을 자동화하도록 마사지한다. 기술 향상을 돕는 수면방추는 낮에 가장 열심히 일했던 뇌 영역에서 유달리 두드러진다. 똑같은 지점에서 계속 실수를 하던 피아니스트가 자고 일어난 후 ‘저절로’ 피아노를 잘 치는 원리가 여기에 있다.
4. 감정 치유제 : 렘수면 꿈은 낮 동안 겪었던 힘든, 심지어 정신적 외상까지 일으킬 수 있는 감정적 사건들에서 고통을 제거함으로써, 다음 날 아침에 감정을 해소한 상태로 깨어날 수 있게 해 준다.
5. 창의성 보조제 : 렘수면에서 나타나는 꿈속의 뮤즈는 무수한 착상과 서사의 불꽃을 튀긴다.
자고 싶어도 못 자는 경우라면 저자가 권하는 방법을 따라가 보기를 추천한다.
v 수면 지체 요인 5가지 제거 - LED 조명 및 폰/패드의 청색광 등 조명 끄기, 알코올 피하기, 카페인 피하기, 밤에는 선선하게 온도 낮추기, (가능하다면) 알람 없이 일어나기
v 수면제보다 인지행동요법 CBT-I(cognitive behavial theraphy for insomnia) - 환자의 성향, 문제, 생활양식에 맞춘 방법들로, 미국 국립 수면 재단 웹사이트에서 더 많은 자료를 찾아볼 수 있다
v 수면 루틴 지키기 - 매일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일어나기
v NIH(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수면 위생 팁 따르기 - 웹사이트에서 다운로드하여 볼 수 있다
작가에 따르면 수면 부족이 연간 미국 직원 1인당 약 2,000달러, 심각할 경우 3,500달러가 넘는 생산성 감소를 가져온다고 한다. 이는 미국의 기업들이 연간 5,400만 달러의 자본 손실을 본다는 뜻이 된다. P&G나 골드만삭스 같은 기업에서 직원들에게 수면 강좌를 제공하고, 구글이나 픽사가 수면실을 만드는 것은 지극히 경제적, 과학적인 투자다. 커피 없이 단 하루도 버티지 못하는 우리에겐 '잠'이라는 처방이 필요하다.
“수면은 모든 문제를 치유하는 가장 좋은 약이다.”
- 돈키호테 작가 세르반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