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
"스티븐 킹의 소설은 미국 문학의 위대한 전통 위에 서 있으며 그의 작품에는 심오한 도덕적 진실이 들어있다."
- 닐 볼드윈 (전미 도서상 위원회 의장)
"스티븐 킹은 토머스 하디, J.R.R. 톨킨, 셰익스피어의 전통을 잇는 작가"
- New York Review of Books
글쓰기에 관한 한 누군가를 '거장'으로 칭한다면 스티븐 킹만큼 손색이 없는 작가는 없을 듯하다. 한때 일부 평론가들로부터 '돈만 밝히는 상업 작가'라고 평가받았던 때도 있지만, 전 세계 3억 5천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그의 작품들은 100편 넘는 영화와 TV 시리즈로 만들어졌다. 단지 상업 작가라고 불리기엔 그의 능력이 지나치게 압도적이다.
대표적인 다작 작가로 불리며, 70세가 넘은 현재까지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의 생산성 비법은 무엇일까. 글쓰기 책의 고전으로 불리는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스티븐 킹은 그 노하우를 전수한다.
필요한 것은 단 하나의 문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면 필요한 것은 단 하나의 문뿐이라고, 스티븐 킹은 말한다. '문'은 글을 쓰기 시작한다는 스스로의 다짐이자, 그 시간만큼은 바깥세상과 단절돼서 자기만의 세계를 창조하겠다는 의지다. 운동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하루의 목표를 정하고(스티븐 킹은 하루에 1천 단어 정도를 추천한다), 문을 닫은 후에는 목표를 채울 때까지 절대로 문을 열지 않아야 한다. 몸을 움직이듯이 '한 번에 한 단어씩' 쓰다 보면 자신의 세계는 조금씩 열린다. 그의 말대로, "한 페이지짜리 소품이든 <반지의 제왕> 삼부작 같은 대작이든 간에, 모든 작품은 한 번에 한 단어씩 써서 완성된다."
글쓰기는 또한 '잠' 같은 것이라고 한다. 침실처럼 집필실도 자기만의 공간이고 꿈을 꿀 수 있는 곳이라고. 우리가 매일 같은 시간에 잠자리로 가듯이, 날마다 같은 시간에 문을 닫고 글을 쓰는 것은 '버릇'을 들이기 위해서인 것이다. 정신과 육체가 매일 일고여덟 시간을 자는 것처럼 깨어있는 정신도 훈련을 통하여 '창조적인 잠'을 잘 수 있고 이를 통해 생생한 상상의 백일몽을 만들어낼 수 있다. 스티븐 킹이 말하는 훌륭한 소설이란 이런 것이다.
"(...) 정말 필요한 것은 딱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하나의 문으로, 여러분은 이 문을 닫을 용의가 있어야 한다. 문을 닫는다는 것은 여러분의 결심이 진심이라는 것을 온 세상과 자신에게 공언하는 일이다. 여러분은 글을 쓰겠다는 엄숙한 서약을 했고, 무슨 일이 있어도 그것을 실천하려 한다. (...) 일단 목표량을 정했으면 그 분량을 끝내기 전에는 절대로 문을 열지 않겠다고 다짐하라."
- <유혹하는 글쓰기> 중
고집불통 뮤즈를 만나는 방법
글쓰기에 영감을 주는 뮤즈는 그의 말에 따르면 '고집 센 친구'라서 우리가 아무리 안달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우리는 뮤즈를 만나기 위해 발을 동동 굴리거나, 특별한 주문을 외려 하지만 소용없다. 스티븐 킹은 글을 쓴다는 것이 점성술이나 심령 세계 따위가 아니고, 장거리 트럭을 몰거나 배관 공사를 하는 것처럼 하나의 직업일 뿐이라고 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저 날마다 몇 시부터 몇 시까지 반드시 문을 닫고 작업을 한다는 사실을 뮤즈에게 알려주는 것뿐이다. "그것을 알게 되면 뮤즈는 조만간 우리 앞에 나타나 시가를 질겅질겅 씹으면서 마술을 펼치기 시작한다."
(늦잠을 잔 날이나 휴가지에선 건너뛰기도 했지만) 하루에 하나씩 글을 쓴 지 한 달이 넘어간다. 매일 아침 '문'을 닫고 열면서, 작년에 봤지만 실제로 하지 못했던 스티븐 킹의 권법을 비로소 실감한다. 지난 한 달 동안 내 책상 맞은편에서 질겅질겅 시가를 씹으며 나타난 뮤즈들. 걔네가 펼치는 마술은 비록 속임수가 뻔히 보이는 초짜 마술이었지만 괜찮다. 매일 아침 같이 기술을 연마하다 보면 언젠간 우리도 무대에 서는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