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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호 Aug 22. 2019

울렁증 특효법

<배우는 법을 배우기> 시어도어 다이먼



차를 사고 처음 운전대를 잡던 날, 주차장에서 차를 빼다가 벤츠를 박았다. 심장이 울렁거리다 못해 벌렁거리는데, 아주 울 뻔했다. 그 후로 한동안 운전대를 잡는 게 어찌나 겁이 나던지. 울렁울렁하면서 끼어들다가 또 사고를 내고, 몇 달 후엔 후진을 하다가 전봇대를 들이받았다. 그리고 몇 달 후엔 골목에서 커브를 돌다가 벽돌 벽에 끼는 바람에 옆구리가 아작이 났다. 운전 울렁증은 나아질 기미가 안보였다.


'배우는' 요령을 좀 더 잘 알았더라면. 시어도어 다이먼의 책 '배우는 법을 배우기'는 배우는 법에도 배움이 있음을 알려준다. 대부분의 경우 운전 선생님은 불안해하는 운전자를 안심시키고 지지해주며 운전법을 가르쳐준다. 하지만 정서적인 지지와 선의는 대게 실패한다. 대부분의 사람에겐 이 방법이 통하지만, (나와 같이) 극도의 울렁증을 동반할 경우, 운전을 가르치기보다 오히려 운전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선생의 역할은 학생의 행동을 교정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실험을 하면서 배울 기회를 주는 것이다. 시어도어 다이먼은 스스로 뭐든 깨우칠 수 있도록 학습 환경을 잘 구조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차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가 아닌 '텅 빈 주차장'에서 운전자는 비로소 온전한 자유와 자신감을 갖고 운전법을 터득한다.



배우는 법을 배우기

시어도어 다이먼


목차

1장 배우는 법

2장 기술의 구성 요소

3장 긴장의 문제

4장 긴장과 수행불안

5장 반응의 역할

6장 습관의 역할

7장 행위 속의 무위

8장 무위의 기술 배우기



대개 배움의 열쇠는 애쓰는 것이 아니라, 멈추어 명료하게 생각하는 데 있다. 즉, 당신이 늘 하던 방식대로 행하는 것을 멈추는 것이 배움의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 <배우는 법을 배우기> 중



| 배움의 역설, 애쓸수록 멀어진다 |

우리는 무언가를 배울 때 '애씀'이라는 덫에 빠진다. 노력은 중요하지만 본능적으로 애쓰기만 하는 것은 오히려 나쁜 습관을 강화할 수 있다. 아이들을 떠올려보자. 아이들은 순간에 순수하고 기쁜 마음으로 온전히 몰입하며, 그래서 쉽고 효율적으로 배운다. 반면 어른들은 무언가를 이해하지 못할까, 해내지 못할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히기 쉽다. 저자는 '바르게 해내려고 애쓰기'가 아닌 순간에 충실하게, 의식적으로 자기 내면의 변화를 발견하는 '과정 그 자체'를 보라고 조언한다. 텅 빈 주차장에 있을 때 '애씀 없는 자연스러움'이 생긴다. 저자는 말한다. "노련한 가수의 경우 발성은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 배움의 과정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만이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하는가'라는 질문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 모든 행동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

배움의 과정이 더딜 때 사람들은 재능이 없다고 여기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내 의지가 아닌 '어떤 것'에 원인을 두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모든 행동은 '자기 자신'이라는 수단을 통해 이루어진다. 우리는 자기 자신이라는 도구를 잘 다룰 줄 알아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몸에 밴 끈덕진 무의식적 습관들도 자기 자신의 일부다. 주의를 잘 기울여 의식하다 보면 무의식적인 행동들도 변하고, '배움의 기술'을 성공적으로 터득할 수 있다.



시어도어 다이먼에게 연습하기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것을 쉽게 만드는' 과정이다. 이때의 연습은 주의 깊고 정밀하며, 그 자체로 보상을 얻는 즐거운 시간이다. 학생은 강박과 지나친 염려에서 자유로워지며 더 주의 깊고 초연해진 자신을 발견한다. 궁극적으로는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조율할 수 있는 경지 self-mastery에 이르고, 비로소 개인의 잠재력은 꽃을 피운다.


저자는 "가장 깊은 수준에서 보면 어떤 기술을 배우는 과정은 자기 수양의 길"이라고 말한다. 배움을 원하는 사람은 수련을 거듭하는, 무술인이 되어야 한다. 수련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건승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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