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널 선샤인
나라면, 너라면.
당신의 목소리는 나에 대한 기억을 어떻게 읊었을까.
스물네 살 즈음인가, 그때 이 영화를 많이 봤다.
같은 영화를 두 번 이상 보는 취미는 없는데도
나는 이 영화를 참 많이 봤네.
그리고 클레멘타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그랬겠지만 영화를 볼 때마다 매번 울었다. 엉엉.
또 내가 사랑하던 사람은 클렘과 많이 닮았었거든.
항상 혼자 영화를 보면서 울고 있는 나를 보고 너는 웃으면서 말했었다.
언니는 나랑 헤어지면 어떻게 할 거야? 언니도 다 지워버릴 거야?
그 말에 난 정말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서 대답했지. 그렇고말고!
이 영화에는 내가 좋아하는 장면들이 너무 많다.
내가 좋아하는 부분을 너무 많이 갖고 있는 너처럼.
그리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장면은,
조엘과 클렘이 차 안에서 함께 테이프를 듣는 장면이다.
사랑이라는 지난한 감정, 그 마지막이 담긴 목소리.
그 마지막처럼 보이는 끝에서 끝이 아닌 거.
수많은 감정의 이름 중에
왜 사람들은 사랑이라는 이름에 그렇게 좋다고들 할까.
사랑이라는 감정은 사실 수많은 다른 감정의 이름들일 뿐이고,
또는 너와 내가 가진 지독한 관계의 다른 이름인걸.
다들 그 지독하고 혼란스러운 관계를 감당할 수 있는 걸까.
왜 그 감정의 시작은 항상 거짓말 같을까.
이렇게 진득하고 깊게 파고들어서 떨어지지도 않을거고,
내가 제일 미워하는 사람은 너가 될 거라고 왜 미리 알려주지 않을까.
누군가는 서로를 상처 주는 게 사랑이 아닐 거라는데,
내가 아는 사랑은 밑바닥까지 파내고 거기 주저앉아 있는 두 사람이다.
서로를 모를 틈 없이 모든 순간에 머리를 맞대고 있는 두 사람이고,
지겹게도 싸우고 지겹게도 울고 웃어서 다를 틈이 없는 그런 두 사람.
조엘과 클렘이 서로 오케이라는 말을 받아주는 엔딩 장면이
언젠가는 정말 좋았다. 영화 제목이랑 어울리잖아.
이터널 선샤인. 그 중에 이터널을 약속해주는 것 같았다.
너와 나의 관계는 마치 끝나지 않는 루프물일거라고, 그게 진정한 사랑이지! 이렇게.
근데 오늘은 좀 다르게 보였다.
어차피 둘은 헤어질 테고, 뭐 이번에야말로 좀 더 어른스러운 이별을 할지도 모르지.
이터널은 너와 나의 기억안에서만 가능한거야.
사랑에 별 게 더 있겠어?
..그냥 사실 별 게 없었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