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당신
어제는 눈이 펑펑 내렸다. 방금 너를 데려다주고 오는 길이라 그런지 몰라도, 떨어지는 눈을 바라보고 있으니 눈 내리는 밤의 겨울은 낭만적이구나 싶었다.
소중해질 거라고 생각했던 짧은 겨울밤들이 스쳐갔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아마 우리의 관계가 긴 시간 지속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던 것 같다. 하지만 서로를 마음에 들이는 순간은 빠르게 지나간다. 각자의 설렘에 기댄 겨울이 끝나갈 즈음, 우리는 빠르게 이 관계가 지속되어야만 하는 이유와 그 가능성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사실 우리가 먼저 재고했어야 했던 건, 좋아한다고 생각한 마음 이외의 것들이었는지도 모른다. 같은 시간을 꿈꾸었다고 생각한 계절의 낭만은 빠르게 지나갔다. 우리는 많은 순간 서로가 틀렸다고 생각하면서도 말로는 내뱉지 않고 눈으로만 서로를 짚어나갔다.
낭만이라고 믿었던 건, 우리가 타인이었기에 꿈꿀 수 있는 다른 어떤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그림 같은 순간의 낭만을 꿈꾸지 않아도 괜찮다. 단지 우리가 혼자 있는 시간과 함께 있는 시간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각자의 모습 그대로 타인에게 곁을 내주는 방법을 아는 사람들이면 좋겠다. 서로의 경계를 낯설게 여기지 않으면서도 마음의 앞뒤를 다 보여주며, 그 곁에 오래도록 머무를 수 있다면 좋겠다. 함께 보낸 별 거 아닌 순간들이 서로에게는 유일한 순간들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싶다.
하얗게 내리는 눈에 어느새 온 세상이 하얗게 덮여버리는 것처럼, 언젠가 되짚어 볼 수많은 계절들이 서로의 유일한 순간들로 가득 쌓일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