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타인에게 닿고자 하는
수많은 노력은
대개 공중에 부유하는
손짓으로 사라진다.
시작과 동시에 곧 사라지고 마는,
그 허공의 궤적에서
우리는 잠시나마
스쳤다고 믿을지도 모른다.
네가 전하고자 했던 말들은
내가 말하고자 했던 것들도
아마 서로에게
온전한 모양으로
자리 잡을 수는 없을 테고
나는 그 말의 첫 모양을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다.
아마 우리는 끊임없이
서로를 향한 가설을
무너뜨려야 할 것이고,
내가 오늘의 너를
이해했다고 한들
내일의 너는 다를 것이며
네가 나를 만났다고 한들
나는 다시 너를 지나쳐 갈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또다시 그리고 끊임없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의 궤적을 쫓아
오고 간 관계의 의미들을 건져 올린다.
언젠가 더 많은 시간을 건너고 나면
주저 없이 써 내려갈 수 있는
우리 관계의 정의가 도래하겠지
생각하면서,
나는 다시
반듯한 내일의 길 위에서
너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