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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llustrator 서희 Jan 08. 2023

소통

너와 나의.








타인에게 닿고자 하는

수많은 노력은


대개 공중에 부유하는

손짓으로 사라진다.


시작과 동시에 곧 사라지고 마는,


그 허공의 궤적에서


우리는 잠시나마

스쳤다고 믿을지도 모른다.


네가 전하고자 했던 말들은

내가 말하고자 했던 것들도


아마 서로에게

온전한 모양으로

자리 잡을 수는 없을 테고


나는 그 말의 첫 모양을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다.


아마 우리는 끊임없이

서로를 향한 가설을

무너뜨려야 할 것이고,


내가 오늘의 너를

이해했다고 한들

내일의 너는 다를 것이며


네가 나를 만났다고 한들

나는 다시 너를 지나쳐 갈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또다시 그리고 끊임없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의 궤적을 쫓아

오고 간 관계의 의미들을 건져 올린다.


언젠가 더 많은 시간을 건너고 나면


주저 없이 써 내려갈 수 있는

우리 관계의 정의가 도래하겠지

생각하면서,


나는 다시

반듯한 내일의 길 위에서

너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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