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길어지는가 싶더니
날이 많이 더워졌다.
너는 저녁이 늦으면 집에 돌아가야 해서
낮이 길어진 계절이 좋다고 했다.
겨울에는 갈 곳이 없어
오들오들 떨면서 산책을 했는데,
이렇게 마음껏 아무 곳이나
걸을 수 있다니
여름은 꽤 좋은 계절이다.
우리는 각자의 퇴근 후에 만나서
자주 걸었다.
나는 걸을 때마다 들리는
풀벌레 우는 소리가 좋고,
사실은 매미가 우는 소리도 좋다.
다른 계절에는 딱히 들리는 소리랄 게 없는데, 여름엔 가장 여름다운 소리들이 있다.
어느 밤에는, 너가 말했다.
여름밤에 이렇게 둘이 걷다가 같은 집에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같이 보낼 언젠가의 시간이 더 기대가 된다고 해야 하나.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참 별 거 아닌 하루에 같이 있고 싶다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여름밤과
풀벌레 소리,
아무도 없는 골목은
조금 거짓말 같은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