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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llustrator 서희 Dec 28. 2022

알고 보면,







일을 다 끝내지 않고 비행기를 탔다. 나는 항상 무언가를 다 마무리 짓지 않은 채로 옮겨 다니는 것 같다.



사람이든, 일이든, 감정이든, 마무리라는 게 단절은 아닌데도, 말을 끝내지 않는 버릇도 여전하고, 무언가의 잔여물들을 여기저기 끌고 다니는 기분이다. 생각보다 담백하지 않고, 생각보다 깔끔하지 않고, 생각보다 절제를 모르고, 생각보다 어른스럽지 못하다. 마지막 마침표를 찍는 일은 어렵다.



알고 보면, 에서 이 '알고 보면'이 꽤 오래 걸리는 사람.



어쩌면, 알고 보면 나는 반드시 누군가를 실망시킬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디선가는 나 자신과 홀로 잘 지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지만 여기엔 또 다른 이야기가 필요하다.



외로움을 견디는 방법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은 대개 혼자는 관계적인 문제에 직면할 일이 없지 않나?



'내가 생각하는 나는 이런 사람이더라' 보다,



오히려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또는 통제불가능한 상황들에서 결국 보이고 마는 모습들이 진정한 나에 가까울 일이다.



그래서 애매하게 가까운 사람에게는 하지 않을 실수를, 아주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꼭 저질러버리니 어쩌면 좋을까.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갑작스러운 우연과 상대적일 수밖에 없는 어떤 것.



나는 방금 지나간 너의 감정의 잔여만 볼 수 있다는 그 어떤 시간의 법칙.



우리는 가까워질수록 더욱더 작은 것들에 대하여 얘기할 수가 없다.



상처야 오고 가는 일이겠지만, 네가 혼자 다독였을 그 시간을 나는 알지 못하니, 다 하지 못한 말들은 오도카니 내 마음에만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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