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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기 May 14. 2024

나의 사업 이야기. 6

또, 곁길로 샌 이야기

역시 쓰려고 마음을 먹고, 생각을 하다보니, 이것저것 예전 일들이 몽글몽글 떠오른다.


사업을 결국, 정리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던 때니, 10년쯤 된 일이다. 

양재역 근처에서 하던 사업을 다른 주주에게 넘기고-여러차례 쓴 것처럼 좀 지저분한 이야기니까 이건 넘어가야 할 거 같다-, 화성에 땅을 비롯한 자산을 많이 가졌다는 사람을 소개 받아 몇 번의 만남을 가진 후 사무실을 화성으로 옮기기로 했다. 

소개를 받을때 주고 받은 얘기는, 지금으로선 투자를 받기 힘드니 자금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을 찾아보자..라는 것이었다.

그때 내가 계획했던 사업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묶어서 제공하는 거였는데, 소개받은 분 曰 그러려면 공장같은게 있으면 좋지 않겠어? 그러면 자금을 만들기도 좋을거야.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런 말을 들으며 끄덕이고, 결정을 한 다음, 온라인 사업을 한다고 거기까지 갈 생각을 했나 싶다


'결국 이때의 결정때문에 살고 있던 집은 경매로 넘어갔다. 몇번 얘기했지만, 결국 내 결정이고, 내 책임이다. 내가 부처님도, 예수님도 아니지만, 누구를 탓하고 욕해봐야 어쩌겠는가, 다 내 책임이다'


사업을 정리하기로 마음을 먹고 나니 더 할 일이 없어졌다. 어떻게든, 뭐라도 해보려고 여기저기 연락도 하고, 미팅도 해보고 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그때부터는 정리할 방법을 찾기로 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내가 한 일은 목록을 작성하고, 그걸 실행하는 순서를 정하고 방법을 익히는 것이었다.

먼저 힘들지만, 꽤나 미래 지향적인 것들의 목록

1)법인 파산을 해야 할 것이고, 

2)빚도 많이 졌으니, 개인 회생도 해야 할 것이고,

3)빠른 시일 내에 취업도 해야 하고,

4)살고 있는 집을 비워야 하는 일이 벌어질테니 이후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을 세워야 하고,

5)이 시기에 매주 아내와 등산을 다녔고, TV 시청을 끊었다.


또, 다른 것들은,

-혼자 남은 사무실에서 하루에 서너번은 비명과 고함을 지르며 울었다.

-일주일에 한번은 로또를 사러 사무실 인근의 로또 명당이라는 곳을 갔었다.


이 시기에 난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대해 여러가지를 많이 재검토하게 되었는데 그중의 하나가 '자살'이라는 것이었다.

사업을 하기 전의 나는, 왜 사업에 실패하면 사람들이 자살을 하거나, 자살 시도를 했다고 얘기하는 걸까? 가족을 생각해야지. 그럴 독한 마음이 있으면 뭐라도 해서 일어나야지..라고 생각했고, 사업을 시작한 후에도 절친들과 술 먹을때 행여나 그런 얘기가 나오면 똑같은 얘기를 해왔었다.

그런데, 막상 내가 그런 입장에 처하게 되니, '왜 사람들은 사업에 실패하고 자살을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정말 힘들었다.

집에 있으면 미안해서 나오고,

사무실에 혼자 앉아 있으면 모든 것이 날 가로막고 있는 거같았다.

답은 없고, 출구도 없었다.

온종일 전화 한통 오지 않는 날이 많았고, 톡 메시지 하나 없는 날이 많았다.

창문을 열고 소리지르고-다행히 사무실 주변으로는 개발이 덜 되어 김치공장, 재활용 분류공장 이런데만 있었다-, 울고 했다. 

이후에 나는 생각했다.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하는 것이다. 그저 슬퍼해주자. 왜 그런 생각과 행동을 했을까 하며 혼자 판단하고 나의 잣대를 들이대지 말자라는 것이다.


어쨌든 그 시절을 겨우 견뎌내며,

-집기를 팔고, 

-통신사에 연락해 전화와 인터넷을 끊고, 

-각종 세금을 정리하고,

-변호사인 친구를 만나 파산과 회생을 준비했다. 

그러곤 취업을 했다.


최근 사업을 하며 알게된 지인 몇명에게 파산과 회생에 대해 조언을 하게 되었다. 알고 보면 별게 아닌데도 실제로 해본 경험이 있다보니 어떻게 하면 잘 처리를 할 수 있을까 필요한 말을 해줄 수 있었다.

아픈 경험이었지만, 이것도 배움이라고 남들에게 얘기해줄 게 있으니 뭔가는 배웠나보다.


오늘의 교훈 :

-안좋은 상황에 처하면 누구든 극단적 선택에 몰릴 수 있다. '누구든'. 그들의 선택과 생각에 내 잣대를 들이밀지 말자. 나도 그런 상황에 얼마든지 처할 수 있다. 나는 그사람들하고 달라, 안그럴거야 라는 바보같은 생각은 하지 말자. 

-안좋은 시간을 견디고 또 한발 디디려면 가족(=아내)과 친구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아내와 친구에게 잘 하자. 굳이 아내와 친구중에라고 하면, 당연히 아내다. 아내는 벼랑끝에 매달린 나를 절대 외면하지 않는다. 나도 역시 그럴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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