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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기 May 23. 2024

나의 사업 이야기. 9

고민되는 지분 구조 이야기

글이 길다. 있는 얘기와 있을 수 있는 얘기를 섞다보니 좀 길어졌다.


법인 행태로 사업을 시작하면 주주가 생긴다.

자본금을 혼자 넣고, 혼자 100%, 1인 주주로 하면 고민할 꺼리가 별로 없다.

자본금을 여럿이 모아 넣거나, 돈 대신 현물-가령 기술력 등-을 넣고 해서 지분을 나눠서 구조를 만들때가 고민이다. 몇 %로 나눠야 할지, 얼마까지 나눠야 할지 등.


늘 돈이 문제다. 그 놈의 돈!


내 경험 중 두가지를 얘기하면 다음과 같다. 오래전 이야기가 일부 숫자는 안맞을 수 있다. 감안하고 보시길 바란다. 두번째 이야기는 내 경험 약간과 지인이 겪고 있는 일을 섞어서 만들었다. 가공이라고 해봐야 크게 된건 아니니 현실이라 생각하면 좋겠다.


첫번째 경험.

사업 아이디어를 가져가자 좋은 아이디어라며 그 회사와 같이 법인을 만들기로 했다. 그 회사에서는 돈도 주고, 제품도 개발해서 후불정산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나와 같이 하기로 했던 동료가 있어서, 그를 포함해 나와 그 회사, 동료가 지분을 나눴다.

나=45%, 그 회사=35%, 동료=20%

그리고, 사업이 시작되었고 처음에는 계획대로 진행이 되었다.

몇개월 지나서 앞으로 돈 나갈 일이 많은데 투자를 받아야 할 거 같았고, 운이 좋아 좋은 조건으로 단 한번의 미팅으로 투자를 받았다. 그러자 지분이 줄었다.

나=40.5%, 그 회사=31.5%, 동료=18%, 외부 투자자=10%


사업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났고, 매출은 발생하지만 생각만큼 증가속도가 빠르지 않았고, B2B사업만을 해오던 그 회사가 딴지를 걸기 시작했다.

왜 후불정산이 자꾸 지체되냐, 정산금액이 충분히 들어오지 않고 있다. 

나는 그 회사가 아닌 외부 투자자와 상의를 했고, 외부 투자자는 이 사업 구조를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 회사가 입장이 저러하니, 그러면 증자를 하자. 


대표인 내가 돈이 없다보니, 아주 소액만 넣게 됐고, 나머지는 실권을 하게됐다. 실권한 만큼을 그 회사가 가져갔다. 

그러고 나니, 지분 구조가 많이 바뀌었다.

나=30% 초반, 그 회사=40% 초반, 동료=10% 미만, 외부 투자자=10% 후반


1대 주주가 바뀌었다.

돈이 없으니 이렇게 됐고, 이 때부터는 '그 회사'와 '외부 투자자'에게 계속 끌려다녔다.

어찌하다보니, 동료의 지분은 외부 투자자들이 헐값에 인수하게 되었고, 나는 더 끌려다니게 됐다.


이 이야기의 결론은 좀 슬프다.

사업의 비전을 믿었던 외부 투자자들은 오히려 나와 함께 '그 회사'의 지분을 인수해 함께 회사를 키우고 싶었지만, '그 회사'가 거절했다. '기분이 나빠서 싫다'는 것이다.

'그 회사'의 대표는 내게 지분을 모두 내놓고, '그 회사'로 들어오면 스톡옵션과 함께 높은 연봉을 보장하고, 하고 싶은 대로 일할 수 있는 자리를 보장하겠다고 했지만, 그때는 내가 '기분이 나빠졌다'.

철이 없었다. 

만약 지금이라면, 나는 지분을 내놓고 스톡옵션을 받고, 그 회사의 높은 자리에서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지원'을 보장받으며 일하겠다고, 그래서 이 사업을 제대로 키워보겠다고 했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그때는 철이 없었다.


두번째 경험.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 지인들과 얘기해보니 다들 하고 싶다고 해 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그런데 1)모두들 탄탄한 직장을 다니고 있고, 2)이 아이디어는 얘기하면서 완성된 것이고, 3)사업을 해본 경험은 나밖에 없어서 내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기로 했다.

자본금 5천만원짜리 회사를 만들기로 했는데, 

A가 1,600만원, B가 1,100만원, C가 700만원, 내가 1,600만원을 넣었다. (예로 들자면 그렇다)

그래서 나눈 지분이

a=26%, b=11%, c=8%, 나=55%

내가 전업으로 뛰어야 하고, 몇 가지 상황과 얘기끝에 이렇게 정리됐다.


그런데, 매출이 당장 나오는 영업행위가 없는, 서비스 모델을 구축하려고 하는 사업에서 5천만원이라는 돈이 얼마나 작은 돈인가.

사실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는 투자를 해주겠다는 약속을 믿고 덜컥 법인부터 만들었는데, 세 번의 미팅과 PT끝에 투자는 미뤄졌다. 그들에게도 자기코가 석자인 상황이 생겼다.


교훈 1 : 늘 그렇지만, 또 잊고 있었다. 돈은 통장에 들어와야 약속이 이루어진 것이다. 


급하게 유상증자를 하기로 했다. 두 친구는 안넣고, 나와 a만 넣기로 했다. 그리고, 얼마 후 여러 투자자 미팅에서 말도 안되는 지분 관계라는 소리를 몇 번이나 들은 끝에 친구 둘의 지분을 내가 인수하기로 했다.

또, 개발자로 참여한 내 옛 동료들에게 주기로 했던 지분은 증여 형태로 정리했다.

그렇게 유상증자와 지분 인수, 증여 과정을 거치니, 아래와 같이 됐다.

a=20%, 나=65%, 옛동료들=15%


대표면서 사업을 꾸려 나가는 내가 듣는 말들은 대략 이런 얘기다.

-65%면 진짜 간당간당하네요. 아직 투자도 한번 안이루어졌는데.

-여기서 투자 한두번이면 대표 지분이 50%가 안될 수도 있겠네요. 여력이 되면 지인 지분을 인수해야 할 거 같은데요.

-시작할 때 혼자 다들고 하든지 아니면 적어도 80% 이상은 들고 해야 돼요. 미국은 아니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투자하는 사람들이 그걸 선호하는 거 같아요.

-뭐 돈이 될 거같으면 구조가 힘들어도 다 해요. 지분 구조나 엑싯하는 법은 투자하는 사람들이 어떻게든 정리를 하거나, 계약서를 쓰거나 방법을 고민하더라구요. 


여기서 중요한 건 결국 '돈'이다.

-돈으로, 인수할 수 있는 지분을 인수해 대표 지분을 늘리든지

-돈을 벌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빨리 돈을 벌어서, 투자자에게 '투자하든지 말든지'라는 자신감을 보이든지


후자가 되면 가장 좋지만, 가능성을 인정받아 투자를 받고 그걸 바탕으로 빨리 규모를 키우려고 하는 대표에게는 고민이 많을 수 밖에 없다.


'나'라고 얘기한, 내 지인은 매일 고민이다. '아직 돈도 못버는 코딱지만한 회산데 지분갖고 고민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라고 얘기한다. 뭐 별수가 있나. 빨리 돈 버는 구조를 만들든가, 돈을 벌 수 있는 아이템이라는 걸 확실하게 설명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들어 투자자를 설득할 수 밖에.


교훈 2 : 동업을 한다면 참여 시간과 돈, 능력 등을 고려해 지분 구조에 대해 두번 말 나오지 않게 고민하고 시작해라. 민감한 얘기는 한 번이면 족하다. 뛰기에도 시간은 늘 부족하다.  


교훈 3 : 자본금도 투자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바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느냐이다. 혹은 한동안의 준비를 거쳐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확실하게 눈에 보이느냐이다. 그게 아니라면 '오랫동안' 고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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