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 않고 계속 할 용기
어릴 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다.
지금처럼 주변에 도서관과 서점이 많은 때가 아니어서, 초등학교 때는 담임선생님 책상에 꽂혀있던 신동우 화백의 한국의 역사 시리즈를 빌려다 읽었던 기억이 난다.
집에 내가 읽을만한 책이 두권 있었는데, 한국의 위인전과 이솝우화였다. 300페이지가 안되는 단행본이었는데, 읽을거리가 없어서 소위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집에 소위 '테레비'라고 부르던 TV가 들어온 건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그전까지는 밖에서 놀거나, 집에 와 숙제하고 나면 할게 없어 읽던 책을 읽고 또 읽었다.
한국의 위인전에서 기억나는 건 이성계, 최영, 이순신, 세종대왕 등이다. 이솝우화에서는 여우와 신포도, 여우와 두루미 같은 것들이 기억난다. 오래전 이야기이고, 초등학교때 기억들은 이제 별로 남지 않았다. 시골이었고, 먹고 살기가 바빠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놀았고,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바빴다. 그래도, 책을 읽는다고 방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 있으면 아버지나 엄마가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어릴때부터 습관이 들어서 그런가, 여태 쭉 다독해왔다.
대학 때까지는 시와 소설부터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닥치는대로 읽었고,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서 경영경제 도서를 더 많이 읽게 되었다. 언제부턴가는 한 분야 또는 한 작가에게 꽂히면 구할 수 있는대로 그 분야, 그 작가의 책을 다 구해 읽고 있다.
여태 읽은 책들 중에 그래도 꼽아보라고 한다면,
-죄와벌
-토지
-삼국지(황석영), 초한지(이문열)
-드림소사이어티
-로마인 이야기
-사기(史記)
등이 살면서 내게 '큰' 영향을 끼친 책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거같다. 이 책들은 대부분 몇번씩 본 것들인데, 이중 사기는 수 십 가지를 몇년에 걸쳐 보고 또 봤다. 특히 사기열전을 읽으며, 어떻게, 어떤 자세로 살 것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수천 년전 삶이나 로켓이 우주를 가는 지금이나 사는 건 똑같더라'
나는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로마인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사회와 시스템에 대해서 생각했고, 사기를 읽으면서는 인간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 라고 여러번 얘기했을 정도로, 두 책은 내게 큰 공부가 됐다.
최근에는 '료마가 간다'라는 책을 읽고 있다.
료마는 일본의 손정의 회장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병상에 있을때도 다시 읽으며 삶을 돌아봤다고 해 나도 읽어봐야지 하며 읽기 시작했다.
소설속 료마는 언문도 늦게 깨우치고, 글도 잘 못썼지만, 생각이 깊었던 것으로 나온다. 많은 생각과 고민끝에 결론을 내리고 그걸 향해 매진하는 인물이었다.
료마가 했다는 말중에 이런 말이 있다.
'사람의 일생이란 고작해야 50년 안팎이다. 일단 뜻을 품으면 그 뜻을 향하여 일이 진척되는 수단만을 취하고 모름지기 약한 마음을 먹어서는 안 된다. 설령 그 목적이 성취되지 않더라고 그 목적을 수행하는 도중에 죽어야 하는 것이다. 생사는 자연 현상이므로 이를 계산에 넣어서는 안 된다.'
'료마가 간다'를 읽으면서 생각난 인물이,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였다. 시오노 나나미도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에서 두권에 걸쳐 다루었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그 인물, 카이사르.
카이사르도 처음부터 도드라지게 두각을 나타내진 않았지만 차근차근 로마제국의 비전과 시스템을 만든 인물 아닌가. 또 완성된 제국의 과실을 누리지 못하고 암살당했다는 점에서 두 인물은 닮은 점이 있다.
'료마가 간다'를 읽으면서 새삼 뜻을 품고 매진한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지금 매진하고 있는가?
-나는 내 뜻을 향해 어디까지 나를 밀어붙이고 있는가?
-나는 지금, 포기하지 않을 용기를 갖고 있는가?